육근은 물론 감각기관으로써의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하게는 감각기능 내지는 감각활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육근을 감각기관이라고만 이해하면 우리 몸속에 여섯 가지 실체적인 감각기관이 있어서 그 기관들이 감각기능을 수행한다고 착각하기 쉬워진다. 사실은 여섯 가지 감각기관들은 실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대상이 나타났을 때 인연 따라 감각기능과 감각활동을 수행할 뿐이다.
예를 들어 눈앞에 어떤 대상들이 오고 갔을지라도 우리가 딴 생각을 하거나, 다른 상상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눈앞에 어떤 것들이 오고 갔는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엄밀히 말하면 생각[의근]이 상상[법경]을 하고 있을 뿐, 안근과 색경은 없는 것이다. 분명 눈[안근]도 있고 눈에 보이는 대상[색경]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이라는 보는 감각기관 만을 안근이라고 한다면 안근도 있고, 색경도 있는 것이지만, 눈의 보는 기능과 보는 활동을 안근이라고 하기 때문에 눈이 있었을지라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그 순간 안근의 활동은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눈의 보는 기능과 보는 활동을 안근(眼根)이라고 하며, 귀의 듣는 기능과 듣는 활동을 이근(耳根)이라고 하고, 코의 냄새 맡는 기능과 활동을 비근(鼻根), 혀의 맛보는 기능과 활동을 설근(舌根), 몸의 감촉을 느끼는 기능과 활동을 신근(身根), 뜻의 생각하는 기능과 활동을 의근(意根)이라고 하는 것이다. 육근이라고 할 때 ‘근(根)’이라는 말도 산스크리트어 인드리야(indriya)를 번역한 말로 ‘능력’을 의미한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서는 육근을 감각기관이라고 이해해도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정확히 이해한다면 육근은 우리 몸의 여섯 가지 감각기능, 감각활동, 감각능력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