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토요일..
다들 김장하시느라 분주하신데..
잘 썰지도 못하는 무채만 쬐끔 썰어놓고는
몸만 달랑 빠져나와 성미산 학교로 향했습니다.
참 좋은 자리였어요. 그래서 제 몫까지 김장일 하느라 고생하신 부모님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서 글 올립니다.
워낙에 길치인지라 성미산에 도착해서 성미산 학교를 찾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지요.
마침 핸드폰이 방전되서 전선생님이나 최선생님께 연락도 못하고..하하 ^^;
(핸드폰 밧데리는 꼭 중요한 순간에 나가버리더군요..)
정명토론을 위한 설문지 작성 많은 부모님들이 하셨지요? (흠..사실 전 안했었습니다. 크하)
크게 3가지 영역에 걸쳐서 12가지 질문이 있었어요.
- 교육 철학과 교육 과정 영역 (7가지)
- 진로 영역 (2)
- 공동체와 사회 실천 영역 (3)
그 질문들과 답변을 토대로
정명 토론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진행이 됐어요.
<1부>는 12가지 주제 영역 저마다 상을 차려놓고 두 분 선생님께서 지키시면
참석자들이 마치 장을 보듯이 각 상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8분씩 12번의 상을 모두 돌았어요. 여러 학교의 선생님과 부모님들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1시간 반여가 지나갔죠.
영역별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들 올려 볼게요.
ㅁ 교육철학과 교육 과정 영역
- 아이의 '기름'과 '자람'의 조화
우리는 아이의 자람에 주목하지 못하고 어른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기름'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 학생 중심의 교육 철학
어른과 아이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데..우리는 중심으로 부터 학생들을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았는지..
어른의 가치가 아이와의 소통보다 우선시 되고 있지는 않은지..
- 다른 학교와 공유되는 개방성과 사회 실천에 대한 고민 : 공동 수업 project 등
ㅁ 진로 영역
- 진로 =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방향에 관한 문제
- 공부나 대학에 대해 다시 바라보기 (전체적으로 거부의 분위기가 과연 옳은 것인가?)
- 졸업생과의 만남의 자리(이런거 우리 학교도 해보면 좋겠어요!!!)
ㅁ 공동체와 사회적 실천 영역
- 공동체의 의사 결정..합의제 vs 다수결
- 대표제를 통한 간접 민주주의 과연 옳은가? 권한은 위임 될 수 있지만 책임은 위임될 수 없는 한계..
<2부>는 12가지 주제를 모둠을 나누어서 2시간 가까이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어요.
저는 10번째 주제인 '공동체 영역 중 공동체성, 합의과정, 주체적 참여' 모둠이었어요.
이 시간이 특히 재미있었는데요..
제가 들어간 방에는 결석하신 분들이 많아서인지 아무튼 딱 4명만 토론을 하게 되었지요.
볍씨학교 대표 선생님(거름 선생님), 볍씨 학교 선생님 한 분, 볍씨 학교 대표부모님(거름지기..라고 부르시더군요), 그리고 저
구성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볍씨 학교의 사례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볍씨 학교는 저희 처럼 기능별 일꾼 선출을 통한 운영 위임 방식이 아닌, 부모 전체가 참여 하는 직접 운영의 방식을 택하고 계시더군요.
직접 민주주의로 학교가 운영된다는 것이 저에게는 참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이사장과 기능별 이사 중심의 위임 운영 방식이 아주 몸에 베어 있었던 터였고,
지금 우리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식 역시 공동육아와 그 틀을 90% 유사하게 가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 부모의 직접 운영 방식이라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었거든요..
- 운영위원회를 우리는 매달 일꾼들과 교사 대표가 모여서 하고 있지만
볍씨학교는 매달 부모 전체가 모여서 가능한 한 '합의'를 통해서 한다고 합니다.(거름 회의)
식구들 문제는 각 방모임에서 거의 해결을 하는 방식이구요..
- 부모 대표는 거름지기와 부거름지기 딱 2인만 있다고 해요.
거름 회의(매달 하는 전체 부모 운영 회의)를 진행하는 역할을 하시더군요.
- 그럼 우리 일꾼들 처럼 '교육, 시설, 살림, 재정' 이런 일은 어떻게 하는지 여쭈어 봤더니
연초에 일년간의 할 일을 쭉 적어보고 부모들이 각기 일 나누기를 한다고 합니다. 김장은 누가 하겠다, 벼베기는 누가 하겠다.
그 때가 되면 그 일 하기로 한 부모가 나서서 일을 진행하구요.
다만, 시설일만큼은 '공사반'이라는 아버님 모임이 있어서 우리와 유사하게 시설 모둠을 하고 계시구요..
- 부모공부는 1년에 4~5번 정도 외부 강사를 불러서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하는데..교사회에서 준비해 주고 계셨구요..
책읽기 등 소모임은 최근까지 활발했다고 합니다. 작년에 터전 문제가 생겨서 모든 소모임이 터전 논의 하느라 요즘 뜸해졌다고..
- 볍씨 학교는 중등 과정이 있는 9학년제인데..
최근 거름 회의에 9학년들이 부모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고 합니다.
자격을 얻기 위해서 9학년 아이들은 각 방 방모임을 찾아다니면서 부모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들과 격렬한 논쟁도 있었다고 해요..^^
그렇지만 결국 9학년들은 권리를 얻었고, 8학년은 거름 회의를 참관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고 합니다.
- 직접 민주제에 합의제를 통하다 보니 물론 효율성은 무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효율성'이란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시는 문화라고 하구요.
도시락을 싸느냐, 급식을 하느냐..를 두고 1년 반동안 거름 회의를 계속해왔다고 하셔서..참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 아 참...더 재미있는 것은 '생활나눔'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볍씨학교의 모든 회의는 회의 자체의 목적보다도 '생활 나눔'이 우선 된다고 합니다.
'생활 나눔'은 참석한 구성원이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간단히 하는 거구요.
그 날의 기분이라던지, 그 즈음의 사는 이야기를 먼저 하는 거죠.
'생활 나눔'을 꼭 해야만 본 회의를 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고 합니다.
부모살이의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 그럼에도 최근의 고민은 부모들의 참여가 저조해 지고 있다..는 것이어서
부모 대표이신 아버님께서는 우리 학교의 운영위원회 구성 방식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구성원이 많아 지는 어느 학교나 효율성이란 참 양날의 검 같은 것 아닐까 합니다.
우리도 지난 심포지움을 통해서 부모회의 재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바가 있었기에
벼리학교의 이야기를 더 관심 가지고 들을 수 있었어요. 이것저거 캐묻기도(??) 많이 했습니다.
이영이 대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느 대안 학교도 학생회는 간접 민주주의를 택하지 않는다. 모두 직접 민주주의다.
아이들에게는 직접 민주주의를 가르키면서 부모들은 간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효율을 추구한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공동육아의 경우
시작 자체가 맞벌이 부모의 대안적 보육의 의미를 많이 가졌었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를 위한 '효율성'이 중요한 과제였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전체 공동육아가 획일적으로 '이사회'라는 간접 운영 방식을 통해서 꾸려지고 있습니다.
매년 이사진 교육도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요.
이런 공동육아 방식의 '이사회'를 통한 운영이 대안학교에서도 올바른가..잠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부모 숫자가 많아지면 어쩔 수 없이 택해야 하는 현실이겠지요..
그래도..우리 학교가 아직은 작은 학교일 때..부모님 숫자가 더 많아 지기 전에 '직접 민주주의' 운영 방식을 택해볼 수도 있지 않은가..이런 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전체 대안학교 진영의 고민을 우리 맑은샘 부모도 함께 안고 가야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자리였습니다.
교육 과정과, 공동체, 아이의 진로..우리도 사실 비슷하게 안고 있는 부분들이고..
조금 더 많이 고민하거나,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고민한 다른 학교의 이야기를 공유 받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학교, 다른 대안 부모들의 고민과 삶을 같이 나누고 싶다는 욕구도 강해지고요..
물론 지금 이 작은 학교 안에서의 부대낌도 온전히 안아내지 못하면서 과욕이란 생각도 들지만..
또 동시에, 그것과 이것이 다르지 않고..서로 힘을 받아낼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더 크게 들기도 했습니다..
※ 성미산 학교 터전을 보면서도 많이 부러웠습니다.
이런 교육 환경을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제공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했구요..
이학교 저학교 다닐 일 많으신 선생님들은 오죽하겠냐 싶더군요..^^
첫댓글 성준성범어머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생활나눔"으로 회의가 시작된다는 것은 일반 회의에서의 "Ice breaking" 같은 것으로 저희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영이대표선생님 말씀이 여운이 많이 남네요.
공동육아나 작은학교를 지향하는 대한학교에서 "효율성"은 어쩌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애쓰셨어요^^ 단박에 정리하셨네요 저 역시 효울성이 몸에 베어있음을 인정하면서~~~^^;;
직접민주제라 고민해볼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