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과 검은 헬멧의 퀵서비스맨 오토바이로 차들 사이사이를 비집으며 달린다 등 뒤에서 밀봉된 박스가 덜컹거리고 엉덩이 아래 양쪽에서 주황색 비상등은 쉴 새 없이 동시에 깜박인다 비상등은 허공의 맥박이다 몸의 주술이다 시간의 다급한 구토다 퀵서비스맨 쉴 새 없이 차선을 바꾼다 납작하고 가파른 사이드 미러에 차들과 허공을 담았다 뱉어버린다 차들의 사이드 미러에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나와버린다 허공의 암벽에 시선을 척척 갖다 건다 퀵서비스맨 허공의 암벽을 뚫는다 소리가 울퉁불퉁하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튄다 시간이 하혈한다 퀵서비스맨 몸이 줄줄 샌다 길은 계속 질주한다 퀵서비스맨이 흘리고 가는 몸을 차들이 짓이기며 간다 몸은 잘 다져진다 길에서 살냄새가 난다 몸이 빠져나간 바지와 점퍼가 펄럭인다 퀵서비스맨 곧 철거될 임시 천막 같다 어깨를 따라 둥글게 새겨진 성실퀵서비스가 타다 남은 뼈처럼 덜그럭거린다 낡은 오토바이의 비좁은 난간 위에 악착같이 붙어 있는 것은 두 발인가 굳어버린 절규인가 절망이라는 새살인가 바람이 천막의 앞가슴을 퍽퍽퍽 치며 묻는다 텅 빈 몸 안에 바람의 근육을 달고 질주하는 퀵서비스맨 살을 내어주고 삶의 시간을 얻는 퀵서비스맨 느닷없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허공이 쭉 찢어진다 짙은 곰팡이 냄새가 난다 브레이크 등에서 흘러내리다 멈춘 퀵서비스맨의 심장이 펄떡거린다 심장은 아직 붉다 물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