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맛집돈돼지아줌마의 (털게 갈대잎 잡고 그네 타는...
아버지의 추억 http://cafe.daum.net/cjs2470389/4qqA/70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를 그리는詩
송골불 밝혀 청천 강가 가면
털게 갈대잎 잡고 그네 타는
평북 박천군 봉화면 전부
경주 최씨 집성촌 대가족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지
밭 만 평
논이 한 마을 크기였어
네 할아버지 산간지역 돌밭
황소 두 마리로 다랑이밭 일구었지
봄이면,
너럭바위에 흙 덮고 감자 고구마 심었어
가을이면,
네 할머니 콩 한 가마 쑤어 축구공만한 메주 만들고
큰 항아리 동치미 담았지
겨울이면,
메밀 갈아 바가지 구멍 내려
동치미 국물에 찬 국수 말아먹고
부치미 해먹고
감자떡, 수수떡, 옥수수떡도 만들어 먹었어
네 할머니 음식 솜씨 그만이었지
얘야, 오늘도 저 북쪽으로 가 그것들 먹고 싶다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2)
일정 때 왜놈 우리 물자 착취 위해 기찻길 만들었어
네 할아버지 수확한 것 모두 왜놈이 거두어 갔지
네 할머니 소나무껍질 떡 해먹였어
솜씨 좋아 목화 심어 물레 실 세 겹씩 짜내 양식도 구했지
해방 되자 수확하면 당에서 나와 일일이 세었어
한 평에 얼마나 거두었나 따져 정부가 관리했지
뭐 별로 좋은 세월은 아니었어
그래도 재미 있었지
송아지동무 있어 즐거웠고
청천강변 소꼴 먹이던 언덕배기 큰 나무 능쪽 아래
구럭 던져 놓고 문적 보다
심심하면 황소 풀어 이웃 소와 싸움 시켰지
그때 황소 발길질 옆구리 채인 상처 남았단다
그래도 좋았지
황소 등 올라 청천강변 나가 물수제비 뜨고
허리끈 잡고 서로 밀고 잡아 당기며
왜놈들 씨름놀이도 했어
그네 잘 타고
나무 잘 타고
산 잘 타서 짐승도 많이 잡았지
얘야, 오늘도 저 북쪽으로 가고 싶다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3)
동네 무당 아들 즈네 엄마 돈 잘 번다
거드름 피워 '꼳바로 해라야.'
죽사리 두둘겨 팼어
무당이 쫓아와 종주먹이었지
별명이 호랑이할아버지
무당 앞에 성난체 꾸짓다 가버리면
'야, 잘했다, 잘했어. 남자는 그래야 되야.'
호탕하게 웃으셨지
얘야, 오늘도 저 북쪽으로 달려가고 싶다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4)
중학교부터 일어, 러시아어, 영어 독학했지
월반으로 조기 졸업하고
당중앙위원장 아들이라
김일성대학서 초청장 왔어
그것이 내 배 밑 구멍 뚫을 줄이야
그래도 좋아
얘야, 오늘도 저 북쪽으로 날아가고 싶다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5)
할아버지 북쪽 하늘 바라보며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
아들아, 딸아, 나는 그때 그 말씀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어
할아버지 혼불되어 북으로 간 지 오래되었는데
내 머리 속에 왜 이렇게 생생히 남아있지
얘들아, 나도 너희 할아버지 따라 북녘 가고 싶구나
누가 나를 못 가게 하는 것이더냐
무엇이 나를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