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두 녀석 샤워를 도와줄 때 매일의 해프닝. 실생활 속 어떤 자립적인 조치가 안되는 준이. 비누묻힌 샤워볼을 문지르라고 하면 거의 피부에 대는 시늉만 하니 답답해서 매일 직접 문질러주게 댑니다. 다리닦으라고 하면 다리만, 배닦으라고 하면 배만, 가슴닦으라고 하면 가슴만, 샤워할 때조차 극수동성은 최고조입니다.
그런 녀석이 조금만 냉기가 있어도 소스라치며 뜨거운 물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런 반면 뜨거운 물을 너무 싫어하는 태균이는 샤워할 때마다 샤워조절기로 냉수 쪽으로 홱하고 돌리곤 합니다. 가능하면 순차적으로 해주지만 동시에 해주게 되면 수온때문에 늘 해프닝이 일어나곤 합니다.
준이와 태균이가 거부하지 않을 정도의 온기로 최대한 맞추어놓지만 태균이는 늘 냉기 쪽으로 더 돌리려고 합니다. 근데 그게 살짝 안되니 급하게 완전 찬물로 돌아가버리고 자기도 놀랄 정도의 찬물이 되곤 합니다. 그래도 늘 조용히 살살 돌리라고 타일렀지만 어제는 안되겠다싶어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태균이 당황하고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래도 뇌에서 보상체계가 작동은 되기에 잘못한 부분에 대해 당황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아직 보상체계가 가동하질 못하고 큰소리에 트라우마가 있는 준이가 문제입니다. 준이를 향한 꾸짖임이 아니었는데도 준이의 불안반응이 바로 물리적 방식으로 나옵니다. 준이는 불안하면 폭력적 대응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번 집에 보냈을 때도 폭풍잔소리하는 엄마에게 신체결박을 시도하는 폭력행동을 보였던 것을 준이 가정도우미가 생중계해주었습니다.
어제도 준이의 갑작스런 저를 향한 신체결박적 폭력반응이 간만에 나왔습니다. 이런 반응때문에 준이에게 어떤 꾸짖음이나 행동교정 촉구 등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과거 완이처럼 대체적인 문제행동 지적과 수정시도는 결국 소귀에 경읽기 형상인데 아직 힘으로 제어가 될 때는 대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수없이 반복해도 거의 제자리...
덩치커지고 힘을 좀 쓰게되면 이럴 때 준이처럼 불안으로 받아들여 다소 폭력이 동반된 물리행동으로 나오게 됩니다. 늘 좋게 대하려니 개선되는 게 없고, 어떻게하든 바꿔보려면 이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준이를 손님처럼 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덤덤하면서 친절하게 모셔야 하니 나날이 아무 것도 하지않는 수동성은 강해지고... 제 마음은 확 바꾸어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이리된 상황...
휴대폰 밧데리가 떨어져야 침대에서 일어나고, 침대에서 일어나면 혼잣말과 상황에 맞지않는 조증기운의 깔깔거림 모두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준이의 극도의 수동성은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은 없는데 간섭은 철저히 부정행동으로 대응하는 참으로 어려운 국면입니다. 준이를 케어하는 수고보다 마음이 더 무거워지곤 합니다.
하긴 국가지도자라는 작자도 보상체계 자체가 아예 가동하질 못해니 거기서 파생되는, 말도 안되는 상황들을 지켜봐야하는 이 현실이 현재 우리 모두의 불행입니다. 전두엽의 보상체계가 가동되지 못하면 뭘 잘못했는지 깨닫지도 못하고, 아무리 지적해도 소귀에 경읽기가 되고, 자신이 공격당한다 싶으면 폭력적이 되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적 면모들입니다. ADHD단계의 아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합니다.
지난 일요일, 토요일과 달리 침대를 벗어나 함께 산책을 해주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곧 폭우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잔뜩이라 사람들은 거의 없어 우리만의 멋진 올레길 산책이었습니다.
우리가 산책을 마치고 보상으로 늘 가던 하나로마트에 갔더니 엄청난 스콜성 폭우가 양동이로 물퍼붓는 수준으로 쏟아집니다.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 더운 동남아 국가에서 가끔 만났던 스콜성 폭우 소나기를 12월에 만나다니... 기후가 나날이 변하고 있는 게 적나라하게 다가옵니다.
준이는 요즘 저의 고민이자 걱정입니다. 약속한 기간까지 잘 돌봐주면 되겠지만 준이가 좀 변했으면 하는 마음이 영 먹히지 않는 것같아 그렇습니다. 여전히 집까지는 잘 걸어가는 준이, 미적대는 태균이와 상관없이 먼저 도착해서 문따고 들어가면 좋은데 아무리 가르쳐도 비밀번호 누르기가 안됩니다.
얼른 문따서 준이를 들여보내고 어두워서 놓친 태균이를 데리러 다시 돌아가는 길... 저는 놓쳤지만 태균이는 제 차를 보았는데 해안도로 따라 열심히 걸어오고 있습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해안도로 끝지점 한 횟집! 시험삼아 회덮밥 먹으며 정말 간만에 둘이서 횟집 데이트! 자연산 회를 쓴 듯 생선회 맛이 일품이라 자주 올 것 같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준이 밥을 차려놓으니 태균이 준이방에서 준이를 데려고나오고 컵까지 가져다 물까지 따라줍니다. 고맙다 말건네며 엄지척을 날립니다. 자기도 엄지척으로 화답! 우리끼리 먹었으니 태균이도 마음이 쓰였나봅니다. 제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준이의 미래를 위해 바뀌어 주기를...
오늘은 태균이 제주대학 입원일! 마음이 바쁘네요.
첫댓글 아, 태균씨 치과 치료 무사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빌어봅니다.🙏🏻
준이는 본가에 갈땐 가더라도 안정된 상태까지 되었음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