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살는데 두 가지 원칙이 있어 하나는 불광불급 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뜻에 따른다는 것이야.
그게 내가 해줄 말이야."
나의 무모한 도전의 출발은 전 정와대 정무수석 이셨던 L교수님을 인터뷰 하는 것이었다.
교수님을 처음 뵌 것은 <한국정치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할 때였다.
09년 강의를 들을 때는 교수님께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는 것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단한 열정을 가지신 분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10년 현재 연세가 일흔하나 이시다)
교수님께서 강의 하실 때, 국민들은 지금 정치세태를 탓하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당신은 한국정치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힘을 믿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나는 대학 강단 이니까 그렇게 말씀 하시는 것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첫 강의부터 종강 까지 똑같은 말을 하셨다.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분이 도대체 왜 대학에서 시간 강사를 하고 계신가?
그리고 그렇게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셨던 분이 왜 국민들을 무서워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실까?
전화를 하고 만나 뵙고 싶다고 청했다.
갑작스러운 청에도 불구하고 내일 3시에 오라고 승낙 하셨다.
30분 일찍 도착 했는데 떨려서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다.
‘아무것도 못하고 쫓겨나면 어쩌나...’ 추운 겨울에 20분을 떨었다.
‘에라 모르겠다. 들어가자.’
교수님 집무실에 들어가자 아담한 방에 양쪽 벽면에 책이 빼곡했다.
“교수님, 교수님께 여쭤 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5분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그 5분 동안 비굴해 보이지 않으려고, 확신과 열정에 찬 모습을 보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쫓겨나지는 않았다.
“엉뚱한 데가 있어~”라고 하셨다. 재밌는 녀석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곧이어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재수해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던 이야기에서부터 정권에 있을 때 이야기와 현재의 근황까지 들었다.
교수님은 인생에서 세 가지 행운을 경험하셨다고 한다. 경복고를 졸업한 것, 전 대통령을 보필 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야생화를 알게 된 것이 그것이라고 하셨다.
교수님은 정무수석 일이 끝나자 홀연히 정치계를 떠나셨다.
“교수님, XX정부의 실세였다고 들었는데 권력이 욕심나지 않으셨습니까?”
“이봐, 권력은 책임이야. 책임 없는 권력은 폭력이 되는 법이야. 권력과 돈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거기에 빠지
면 자신을 잃기 쉬워. 평생을 놀던 내 놀이터가 거기(정치계)였는데 거기서 나오기가 쉽지 않았지.
그렇지만 나를 잃는 것이 두려웠어.
그 후에 사진기를 들고 야생화를 찍으러 다녔어.
(야생화 사진을 가리키시며) 야생화가 저렇게 예쁘지 않아.
그렇지만 생명력이 강하지. 아주 척박한 땅에서 살아.
꼭 우리 민족을 닮았어.
고난을 이겨낸 우리 민족의 DNA와 같은 것 같아.”
교수님께서는 우리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분이셨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우수성을 진정으로 신뢰하고 계셨다.
정치를 하시던 분이 이런 순수함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처음의 긴장과 떨림은 사라지고 이야기라는 길을 통해 교수님의 지나온 인생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또다른 질문을 했다. 내가 가장 궁금하고 간절했던 질문.
“아까말씀하신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무엇인가요?”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지. 이 자리를 이용해서 뭔가를 도모하려고 꾀를 부려서는 안돼.
그 자리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오로지 거기에만 집중하는 거야”
어려운 얘기였다...
나는 '어떻게 최선을 다하는지', '무엇이 인간에게 최선을 다하게 다하는지에 대한
알고리즘을 풀고싶었다.'
원한다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게...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갈 때 교수님은 문밖까지 배웅해 주셨다.
정무수석으로 계실 때 단 한번의 인터뷰도 하지 않으셨고, 역할이 끝나자 손에 쥘 수 있는 커다란 권력을
뒤로한 채 야생화를 찾아 가신 분.
그 초연한 인생의 고수 앞에서 나는 부끄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인사동 거리에서 야생화 그림을 보았다.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집착하지 않을 것’ 야생화를 볼 때 마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를 것 같다.
첫댓글 글을 보는 저도 크나큰 감동을 느낍니다. 스타일님은 정말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행보를 걷고 있네요..지금 하시는것들이 진정 자신을 위한 최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 좋네요..^^
그냥... 아무것도 가진것도 없는 녀석이 꿈은 무지막지 하게 커서 발버둥 치는 거예요.
우아하기 보다는 '발악'에 가까운것 같아요.ㅎㅎ
멋 있는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