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침은 오고.
어제 새로운 숙소를 몇군데 알아보았었는데 밤새 떨고 긁고나니 조금 비싸긴 했지만 환하고 깨끗했던 호텔급 숙소로 옮기겠단 마음이 확실해졌다.
Y에게 뒷정리를 부탁하고 맞은편 게스트하우스로 세탁물을 찾으러 갔다.
아직 다림질을 하지 않은 채인 옷들...내가 부탁한 시간보다 난 30분이나 늦게 갔는데도...ㅡㅡ;; 채근하며 기다리는 동안
그 게스트하우스 손님으로 보이는 영어인 아저씨랑 몇마디 얘길 나누게 되었다.
그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자기가 잘 아는 한국인 아가씨가 빵을 잘 만든다며...한국인은 음식을 잘하냐고 묻는다.
하하하...아저씨..나 요리 엄청~ 잘해요~ 한국인 대부분 잘해요~라고 말해줬다. ㅡㅡ;
세탁물을 찾아서 어제 봐 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의 중간 정도 되는 새로운 숙소로 바로 갔다.
하지만 리셉션엔 사람이 없었다.
마당을 돌다 보니 한 방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직원 발견.
상당히 어려보이고 예쁜 아가씨였는데...불행히도 한마디의 영어도 하지 못했다.
고개만 가로짓는 아가씨...ㅠ.ㅜ...만국공통어는 이럴때 쓰는 법!
전화하는 시늉을 하면서 한국말로 떠들어대니...이상하게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안될땐 차라리 한국말로 대화하는게 더 빠르다.
짧은 생각엔 내가 모국어를 말할때 그 단어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전달력을 배가 시켜주는게 아닐까...싶기도 하다.^^;
그때 아가씨가 갑자기 명함을 주었다. 역시...
전화를 해보니 어제 나와 잠깐 얘기했던 리셉션 직원언니다.
금방 어디선가 달려와 어제 보여줬던 방으로 안내를 했다.
목조로 된 숙소여서 나무 냄새가 향긋했는데 2층의 트윈베드에 욕조까지 딸린 아주 좋은 욕실, 넓은 방, 창문이 많아서 햇살도 가득 들어오고 밝은 가장 좋은 방을 줬다. 물론....원래 40달러 받는 방이라는데 깎아서 30달러라는 거금을 줬다.
하지만 어제 고생한걸 생각하면....난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시트도 내가 보는 앞에서 완전 새걸로 갈아달라고 했다.
짐을 놓고 나오며 커튼도 활짝 열어 침대를 직사광선에 소독까지 시켰다는...^^;; 하하...
하지만 아침부터 이래저래 타이밍이 맞질 않아 오전 시간이 거의 지나가고 있었다. 배도 고프고 해서 그 유명한 조마베이커리로 들어갔다. 애플 시나몬 머핀, 토스트, 시저샐러드로 늦은 아침을 먹었는데...머핀은...환상이었다.
식사까지 마치니 시간은 이미 11시 30분이 다 되어가고...박물관으로 최선을 다해 걸었지만 전시시간은 이미 끝나있었다.
11시 30분~1시 30분까지 실내전시를 볼 수 없는 박물관.
쾅씨폭포 반일투어는 1시30분 예약....박물관 마당만 둘러봐야 했다.
방콕국립박물관도 네번째가 되어서야 제대로 볼 수 있더니...루앙프라방국립박물관은 몇번만에 제대로 볼 수 있을지...에혀..
안에 있을 유물을 상상하면서 뜨거운 햇살 아래를 걸어다녔다.
쾅시폭포 반일 투어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아 있어 주변의 사원들을 좀 돌아보았다.
예쁜 꽃들과 푸른 잎사귀 사이의 화려했던 모습을 간칙한 채 옅어진 건물들.
그들의 미소 같은 느낌의 건물들. 친근하면서도 순수한 라오스의 사원들이었다.
금빛 가사를 입은 청년 스님들의 미소가 사원의 모습과 겹쳐 기억되어서일까...
폰트래블 앞엔 루앙프라방 우리 단골집 코코넛 가든이 있다.
이름 그대로 코코넛 나무 아래의 정원 속 쉼터.
이곳의 망고 쉐이크는 라오스 최고였다.
밤새 비가 내려서인지 하늘은 몹시도 파란 빛이었고, 목이 긴 코코넛 나무는 전구를 이리저리 걸친 채 하늘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눈이 시릴뻔 했다.
드디어 쾅시 폭포로 출발.
선팅이 제법 짙은 차로 가게 되어 가는 길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그저 눈에 담고 때로는 흔들거림으로 몸에 익히고 입구에 도착했다.
매표소를 지나 들어가는길은 마치 중국 석굴사원 어딘가의 입구 같은 느낌이었다.
숲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면 오른쪽엔 곰들이 사는 곳이 있는데....대부분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는 동물하면...꽤 보았기 때문에...동물원 동물들은 대부분 잠꾸러기들이 아닌가...하하...
얼마 안 가 나타난 에머랄드색 폭포수들...
비가 많이 온 후이기 때문인지 사진에서 보던 것 만큼 진한 색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척 흥미롭고 이색적인 풍경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역시 영어인들은 너도나도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하고 놀고 있었고 우린 폭포 소리, 그들의 웃음 소리와 나뭇잎 사이의 햇빛을 만끽했다.
폭포를 거슬러 천천히 오르면 메인폭포를 만나게 된다.
가까이 가면 물이 튀어 저절로 젖게 되는 메인폭포....아주 큰 규모였다.
다른 여행객들의 사진도 마음껏 찍어주고 Y양의 뒷모습도, 나의 뒷모습도 젖어가는 사진기에 담고 돌아섰다.
메인폭포까지 가는 동안에는 물빛과 폭포만이 보였는데...돌아오는 길은 숲이, 나무가 보였다.
쾅시폭포 주차장 옆에는 작은 학교가 있었다.
아주 깔끔한 건물...과 일본이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뒤로는 그 전 학교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교실이었던 듯 칠판과 지도가 붙어있었다.
아마도 화장실이 아닐까?
바로 앞엔 깨끗한 새 화장실이 있었지만 화장실 칸이 별로 없어 아직도 아이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내가 아주 어렸을적 처음 시골학교로 전학갔을때 저 정도는 아니었지만 비슷한 느낌의 화장실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더 좋은 것을 몰랐던 시절엔 그저 평범함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에 우리를 태운 미니버스는 몽족 마을에 섰다.
이미 계약되어 있는 마을이라 관광객을 상태로 팔 물건들을 전시해 놓긴했지만 그들이 먹고자고 살아가는 곳 역시 그곳이기에 색안경을 끼고 보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난 여기서 사고를 크게 쳤다.
ㅠ.ㅜ
미니버스에서 내리니 달려오는 두세명의 아이들...귀엽기도 하고 이쁘기도 해서 가지고 있던 초콜릿을 두어개씩 주며 같이 놀고 있었다.
사진도 찍고 안아보기도 하고...그때부터 어디선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아이들..
다 끌어안고 사진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서 마을 구경을 나섰다.
여기저기서 내게로 아이들이 다가오고 있다는건 꿈에도 모른채...하나둘 아이들이 가까이 와 초콜릿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제법 많은 양의 초콜릿과 사탕을 가진터라 아이들에게 웃으며 나눠주고 있는데...
왠걸...온동네 아이들이 다 모여들었다.
너도 나도 내미는 손에 나는 정신없어 했고 아이들은 서로를 밀쳐내고 하나라도 더 받으려는듯 이미 받은 아이도 물러나지 않았다.
조금 더 힘이 센 아이가 약한 아이들을 계속 밀어내고 있었고, 아이들은 점점 내 손에 들려있는 봉투와 심지어 가방에 까지 손을 내밀고 있었다.
몇겹의 아이들 틈에 싸여 난 "제발~~이러지마~~~" 애원하고 있었고 스무명도 넘을 아이들은 나를 쓰러뜨릴 기세였다.
결국 "살려주세요~"가 나왔고...아기를 안은 현지인이 내게서 사탕 봉투를 받아가는 그 순간까지...난 눈물까지 흘리며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재밌다고 촬영하던 영어인들이 더 미웠고, 이걸 아무 생각없이 나눠주려고 했던 내가 더 미웠다.
힘이 약하고 여린 여자아이들은 내 손에 이미 봉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나를 따라다녔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내가 그만한 아이였을때 나 역시 어느 하나 얻지 못했을 아이였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갈 아이였다.
그 아이가 느꼈을 오늘...그 박탈감을 어떻게 내가 보상해야 할지..
정말 미안했다.
마을을 더 돌아볼 용기도 나질 않아 다시 미니버스로 돌아왔을때 한 아이의 엄마가 울고 있는 아이를 보여주며 내게 손을 내밀었을때...
오히려 내가 펑펑 울고 싶었다.
미안하고 부끄러워 정말 내가 울고 싶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문명의 이기로 만들어진 그 달콤함으로 이 아이들의 마음을 짓밟지 않으리라 아픈 눈시울을 비비며 다짐했다.
루앙프라방시내로 돌아와 우울함을 가슴에 넣고 야시장을 돌아다니다 일찍 방으로 돌아왔다.
테라스에 라오비어를 사다놓고 모기향을 피우고...
우울해져버린 하루를 마무리했다.
어서 방비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며..
첫댓글 가진 자의 나태한 오만 그리고 빈 자의 절박한 갈증간의 괴리란 언제 어디서나 상존하기 마련...
님의 서툰 초콜릿사랑이 차리리 피아 모두의 '선한'서러움으로 비칠 뿐입니다
가능하시면 이번 여행기의 나태(?)하지 않은 종결을 고대하며...잘 읽고 갑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좋은 방법은 생각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나태..하하..부끄럽습니다. 채찍질 달게 받겠습니다. 하하
좋은 라오스 여행정보 감사하구요 긴여행기 정말 잘보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좀 길어서...지치시죠? ^^;;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