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각막 이식 대기자가 0 명입니다.
365일 기다리지 않고 이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해에만 8만4297건의 각막 기증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장기기증 단체 '원레거시(OneLegacy)'의 톰 몬(62) 회장은 6일
본지 인터뷰에서 "각막 기증은 미국에서 가장 활성화된 장기 기증"이라고
말했다. 원레거시는 1977년 설립된 미국 최대 규모 장기 기증 단체다.
몬 회장은 이날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주관으로 열린
각막 기증 정책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 6일 미국 장기기증 단체 ‘원레거시’의 톰 몬 회장이 서울 서대문 사랑의장기기증본부를 찾았다.
지난해 미국에서 8만건이 넘는 각막 기증이 이뤄지는 동안
한국의 각막 기증 건수는 311건에 그쳤다. 인구를 감안해도
턱없이 적은 수치다. 지난해 한국에서 각막 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2176명이었다.
한국은 미국에서 각막을 수입한다.
몬 회장은 각막 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증 · 이식 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은 1944년 정부 주도로
각막 이식 전담 '아이뱅크(eyebank)'를 설립했다.
미 전역에 62곳이 있다.
의료진이 각막을 채취하면 아이뱅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각막 정보를 입력한다. 각막 세포 수, 기증자의 나이, 병력 등의
정보가 담긴다. 미국 전역의 의사들이 이 정보를 보고
대기자에게 제일 적합한 각막을 채택한다.
한국은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등에 전화로 연락해
기증자를 수소문해야 한다. 각막 기증이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각막 채취 기술도 발달했다. 한국과 달리 안구(眼球) 전체를
적출하지 않고도 각막만 채취할 수 있다.
기증자들의 거부감이 훨씬 적은 이유다.
몬 회장은 각막 기증이 다른 사람에게 '눈'을 준다는
인류애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고 했다. 그는 "매년 4만8000명 정도가 각막을 이식받는
미국에서는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연간 60억달러
(약 6조70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고 했다.
몬 회장은 "각막 기증은 내가 죽은 후에도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숭고한 일"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최아리기자 2019년 3월 7일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