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올해 처음 헌혈한 결과를 받았습니다.
간 수치 하나가 조금 높긴 한데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대충 이 정도만 보고 말았을 텐데 그날따라 헌혈 횟수가 첨으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나름 헌혈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고작 20회도 못 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군에 있을 때는 그넘의 말라리아 유행 지역으로 훈련을 나갔다는 이유로 몇년씩 못하다가 전역하고 나서야 겨우 한다고 했으니까 당연한 숫자였습니다.
이런 절 보면서 사람은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자기는 코딱지만큼 줘 놓고 태산만큼 준 걸로 착각한다더니 제가 딱 그짝이었습니다.
못해도 30회는 넘었겠거니 했거든요.
그나저나 이번 헌혈로 간 수치 중 하나가 기준치를 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팔뚝 근육파열에 이은 팔꿈치 엘보까지 연달아 오는 통에 땀 제대로 흘려 본지가 언제적 얘긴지 기억도 가물가물합니다.
건강 이상신호 오는 건 일도 아닙니다.
당장 어제부터 헬스클럽에 다시 등록했습니다.
헌혈하면 좋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예매권을 주거든요.
저 이렇게 해서 울각시랑 강생이들이랑 영화 몇 번 봤습니다.
건강검진은 1년에 한 번씩만 하는데, 나머지 기간에는 헌혈로 건강 체크도 하고 영화도 보는 재미를 누려 보세요.
사무실에서 보면 서울역 광장에 헌혈 센터가 보이는데 창문에 A형과 O형을 급구한다는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보입니다.
저거 거의 일년내내 붙어 있는 것 같은데, A형과 O형 분들 힘 좀 써 주세요.
저는 B형입니다. 넘사벽 일등이죠. 아싸!
큰 힘 들이지 않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일, 헌혈만한 게 있을까요? ~^.^~
♥헐렁헐렁 실내화♥
꼬질꼬질하고 낡아빠진 냄새나는 실내화에 며칠씩 감지 않아 떡진 머리, 까맣게 변한 교복 소매 끝.
중학교 1학년 민정이에게선 늘 참기 힘든 냄새가 났다.
"더러워. 잰 실내화를 안 빨아 신나 봐."
"쟤네 엄마도 진짜 어이없다. 빨래도 안 해주나?"
"아, 냄새나. 너 가까이 오지마."
반 친구들은 그런 민정이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민정이는 점점 의기소침해졌다.
"혹시... 내 실내화 못봤어?"
비가 오던 어느 날, 신발장에 있던 민정이 실내화에서 퍼지는 참을 수 없는 고린내에 한 친구가 민정이의 실내화를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 민정이를 학교에서 볼 수 없었다.
반장은 민정이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고객의 사정에 의해 당분간 착신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뚜뚜뚜뚜...'
결국 반장은 민정이의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꼬불꼬불한 골목을 돌고 돌아 도착한 낡고 허름한 집, 배고파 우는 어린 꼬마들...
일 나간 엄마를 대신해 민정이는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동생들 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전화요금조차 낼 돈이 없어 전화는 이미 끊긴지 오래였다.
"민정아, 내일은 꼭 학교 올거지?"
"응. 엄마가 요즘 너무 바쁘셔서 학교에 못 나갔어."
그리고 일주일만에 민정이가 학교에 등교한 날.
민정이 책상 위엔 네모난 박스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이게 뭐야?"
민정이 주변에 반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민정아, 그동안 미안했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냄새 난다고 놀리기나 하고."
박스 안에 담겨 있던 것은 반 친구들이 용돈을 쪼개서 구입한 하얀 색 새 실내화.
민정이는 코 끝이 매웠다.
그런데 실내화가 민정이의 발보다 10mm 이상은 족히 더 커 보였다.
"괜찮아, 발이 점점 커질 거니까. 난 맘에 들어."
민정이는 제 치수보다 더 큰 실내화를 신고 질질 끌고 다니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해맑게 웃었다.
민정이의 발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라지 않았지만 친구들을 향한 민정이의 마음은 실내화를 신을 때마다 매일매일 한 뼘씩 점점 크게 크게 자라났다.
-뭉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첫댓글 민정아..용기를 잃지 말고 해맑게 웃으며 씩씩하게 자라다오...고통의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