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범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통보한 혐의는 ‘제3자 뇌물수수죄’였습니다.
이 대표와 더민당 진영은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 등 법조계에서는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제3자 뇌물죄의 경우보다 이 대표의 범죄구성요건이 더 크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제3자 뇌물죄의 법리는 2019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재판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리됐는데, ‘제3자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부당한 이익을 말합니다. 즉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또 ‘부정한 청탁’은 청탁이 위법·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가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해 대가를 교부하는 경우도 포함합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 의사 표시가 없더라도 청탁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 표시로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뇌물수수죄의 공범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그에 따라 공범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그 전부에 대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것으로 봅니다.
금품이나 이익의 규모나 정도 등에 대해 사전에 서로 의사의 연락이 있어야 하거나 금품 등의 구체적 금액을 알아야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도 아니고,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는 뇌물이 실제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는 이미 성립한 범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례에 나와 있습니다.
<최근 ‘제3자 뇌물죄’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받는 혐의인데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죄명이다. 이 사건에서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와 관련한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다.
성남FC가 받은 후원금을 이 대표가 직접 쓴 것도 아니고 구단 운영비로 썼다는데 왜 죄가 되느냐, 설령 문제가 된다 해도 제1 야당 대표 구속을 검토할 만큼 무거운 죄냐는 것이다.
형법에서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부정한 청탁’의 유무다. ‘단순 뇌물’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검은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만 해도 처벌한다는 점에서 사건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
‘제3자 뇌물’은 당사자가 직접 돈을 받지 않아도 처벌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까다로운 증명을 요구한다. 바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처벌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넘기 어려운 한 가지 허들을 둔 것이다.
검찰은 성남FC 사건에서 당시 성남 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가 기업의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고 제3자인 성남FC에 후원금을 내게 했다고 보고 있다.
후원금을 받아 어디에 사용했는지가 아니라 기업 현안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성남시가 원하는 곳에 후원금을 내도록 한 것인지가 문제다. 설령 성남FC가 후원금을 받아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썼다고 해도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면 처벌된다.
이 대표가 법적으로 무죄를 주장하려면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후원금을 받은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해명해야 한다. “시민을 위해 쓴 게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할 것은 아니다.
검찰은 성남FC가 기업들로부터 최소 120억 원의 불법 후원금을 받았다고 파악하고 있다. 특가법상 뇌물죄는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 중범죄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 때 롯데그룹 면세점 사업 선정을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게 했다가 제3자 뇌물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거대 야당 대표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 대표가 10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조사 받을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기업의 현안을 들어준 것과 후원금을 받은 것의 연관성을 잘라내야 하는데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검찰 출석 전후 지지자들에게 했던 말도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 실제 범죄가 있었는지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성남시가 기업들에게 준 혜택과 성남FC 후원금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은 검찰 몫이다. 이 대표도 정치 공세를 벌이거나 측근에게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사실 관계를 당당히 밝히면 된다.>조선일보. 윤주헌 기자
성남FC 사건은 2015년 두산그룹이 소유한 분당 소재 병원 부지 3000평을 상업용지로 변경하고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을 면적을 전체 부지의 15%에서 10%로 낮추는 대신 줄어든 5%에 해당하는 56억 원을 성남FC에 후원금으로 지급하게 한 사건이고, 당시 성남FC 구단주는 성남 시장이었던 이 대표였습니다.
쟁점은 두 가지로 성남FC가 제3자인가 하는 점, 그리고 성남FC의 후원금 지급을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성 뇌물로 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첫 번째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시의 예산이 지원되는 산하기관 성격의 성남FC 당연직 구단주였다는 점에서 성남FC는 제3자가 아니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후원금은 기부채납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제3자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3자 여부는 법적 평가의 문제입니다. 별도 법인인 성남FC가 제3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으며, 2016년 7월 법령을 개정해 기부채납을 현금으로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두산건설의 후원금 제공 결정은 그 이전에 이뤄졌습니다.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제3자 뇌물죄에 관한 한 성남FC 사건의 ‘이재명 사례’가 국정농단 사건의 ‘박근혜 사례’보다 오히려 더 큰 범죄구성요건을 갖는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과 최서원 씨 사이에 오간 뇌물수수의 구체적 내용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습니다. 당시 내세운 논리가 ‘박근혜·최서원 경제공동체’론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 고소장에 따르면 이 시장은 두산건설 등 기업들의 성남FC 후원금 지급을 사전에 인식했을 뿐 아니라 계획했기 때문에 범죄구성요건 해당성이나 위법성·책임성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 측은 성남시의 일자리와 세수 증대를 위해 시장의 권한을 합법적 범위에서 활용한 것이라며 부정청탁과 대가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지만, 부정청탁 여부를 판단할 때는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多寡), 수수 경위와 시기, 직무집행의 공정, 사회의 신뢰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합니다.
검찰이 유력 대선 주자이자 현직 제1야당 대표를 피의자로 소환할 때엔 그만한 준비가 끝났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소환 요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정도로 증거가 완벽히 갖춰졌을 때 한다는 게 검찰의 오랜 불문율이기 때문입니다.
※ 위 내용의 거의 전부를「김종민의 Deep Read - 이재명 소환의 법리」에서 가져 온 것을 밝혀둡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