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열풍 달콤함에 젖어있을 때 아니다
I n t e r v i e w -한국 대표작가 노희경
노희경(왼쪽) - 김인영 작가의 인터뷰
인터뷰어 김인영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1996 ■ 2004년 MBC연기대상 작가부문 특별상 수상. MBC 8 ■15 특집극<미찌꼬>, 주말연작 시리즈 <떨리는 가슴>, 베스트 극장<내 인생의 네비게이터> <사랑하는 혜수언니> <그와 함께 타이타닉을 보다> <굿바이 오드리 헵번> <차이나타운> 등 다수. 미니시리즈<진실> <맛있는 청혼> <그 햇살이 나에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 <비밀남녀>
아시아 작가 회의에 한국대표 작품으로 선정된 <유행가가 되리>는 2005년 상하이 TV페스티벌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을 5개국 작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상영한 소감이 어떤지.
기쁘다. 개인적으로 특집극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특집극은 계속 쓸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약속한 게 있다면 특집극은 반드시 소외된 층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그리고 중년 배우들이 주인공이란 것이다. 우리나라 중년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고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들이 많은 작품에서 양념으로만 등장하는 건 정말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내 특집극에서 만큼은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본, 중국, 대만의 작품도 함께 보고 그 작가들과 이야기해본 느낌은 어떠한가.
다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호기심이 생겼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특히 일본 드라마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일본 작품 속
의 캐릭터를 뽑아다 적당히 윤색해서 작품을 만드는 부끄러운 예도 꽤 있다고 보는데 이런 교류가 활발해져서 그런 일이 없어졌음 좋겠
다. 탁 터놓고 투명하게 경쟁하길 바란다.
한류열풍으로 우리나라 드라마가 아시아권에서 강세이다. 그들의 시장과 비교해볼 때 현재와 향후는 어떻다고 보나?
현재 우리나라 제작 시스템에 대해선 우려되는 바가 많다. 제작사들이 많이 생겨나고 톱 배우하나 잡아 편성을 받으려는 행태들 말이다. 배우에게 많은 출연료를 주고 그걸 PPL로 메우기 위해 협찬 상품 노출을 위한 신을 쓰도록 작가에게도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고 그런 일을 손쉽게 하기 위해 신인 작가들을 여럿 모아 제작자가 원하는 대로 작품을 쓰게 하는 일들은 우리 살을 깎아먹고 수명을 단축하는 짓이다.
중국의 경우 아직 우리보다 낙후되어 있지만 일 년에 1800편의 작품이 만들어 진다. 그중 10%만 괜찮다 해도 180편이다. 그리고 대륙적 기질과 스토리의 방대함 등에서 잠재적인 무서운 힘이 느껴진다. 우리나라가 지금 한류열풍의 달콤함에 젖어 안이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고 본다.
일본 대표작품으로 상영된 <야마토나데시코>는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한 <요조숙녀>의 원전이기도하다.
원래 노작가의 취향과 전혀 다른 색깔인데 그 작품을 보고 재미있다고 말했고 그 작가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진 것 같던데…
3~4년 전만 해도 나와 취향이 다른 작품들을 싫어했다.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들 중엔 엄청난 시청률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들도 많았다. 그래서 어느 날 깨달았다. 내가 대중과 소통을 못 하고 있구나, 나만 옳다는 생각을 너무 했구나…그래서 그 생각을 내려놓았다. 한류를 처음 만든 것도 트렌디 드라마 아닌가. 나의 편견을 내려놓는 게 나의 작품세계를 확장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색깔을 버리겠다는 건 아니다. 버릴 수도 없고.
다른 나라 작가들로부터 한국 대표 작품으로 선정된 <유행가가 되리>는 좋은 평을 얻었다.
그들의 칭찬은 당신에게 어떻게 다가왔나.
나는 지금껏 누구의 작품을 솔직히 인정하고 칭찬하고 부럽다고 말해본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다. 남을 인정하고 칭찬할 수 있는 건 힘이라고 느낀다. 감사했다. 특히 일본 작가 나카조노 미호의 솔직함이 좋았다. 작가로서 나 인간으로서나 그들을 만난 것이 참 즐거웠다.
당신은 인기작가다. 늘 마니아 시청자가 있고, 상도 많이 탔고, 언론도 호의적이다.
그런 당신이 작가로서 두려운 것은 뭘까 궁금하다.
앞으로 밥 못 먹고 살게 될까 두렵다(웃음). 시청률 스트레스가 나에게도 있다. 시청률이 좌지우지하는 시장 논리라면 나 같은 작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꽃보다 아름다워> <화려한 시절> 같은 가족 극은 시청률이 좋았다. 그래서 새 작품을 기획할 때 종종 마음이 흔들리는 건 사실이다. 가족 이야기로 가면 시청률이 나오던데…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시청률을 목적으로 글을 쓰진 않는다. 그렇다고 시청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다. 앞으론 작품을 쓰면서 시청률이 나오는 법을 내식대로 배우고 싶다. 18%가 내 목표 시청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