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 대림 제1주간 목요일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하늘 나라에 들어간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21.24-27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1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24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25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26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27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내 신앙의 집은 어디에 짓고 있습니까?
2013년 11월 4일 발생해 11월 11일 소멸한 태풍 하이옌은 필리핀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습니다. 하이옌이라는 명칭은 중국에서 제출한 것으로 바다제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태풍 하이옌으로 인해 6,329명이 사망하고 1,074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재산 피해는 28억 6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2014년 2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와 WMO 태풍위원회는 열대 저기압 이름 목록에서 하이옌을 제명하고, 바이루(Bailu)라는 이름으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필리핀에 몰아닥친 태풍 하이옌 때문에 이재민이 25만 명이나 되고 경찰관까지 약탈에 가담하는 등 아비규환이 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시신이 썩는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코를 들지 못하고 길거리에 시신이 그냥 널 부러져 있고 사람들은 피해가 발생한지 열흘 가까이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약탈과 강도로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허약함을 다시 실감하였습니다.
필리핀의 태풍피해는 사상 최악의 강력한 바람과 폭풍해일 등을 동반한 만큼 피해는 불가피했지만, 절대적인 빈곤에서 비롯된 부실한 건물과 과도한 인구밀집,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피해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에서 허리케인을 연구하는 브라이언 맥놀디 교수는 이번 재앙의 75∼80%는 자연보다는 인간의 책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하이옌이 필리핀에 상륙할 때 미국 인공위성에서는 풍속이 시속 314㎞, 현지 기상청은 시속 237㎞나 됐던 것으로 파악되는 등 태풍 관측 사상 최고 풍속을 기록했던 것은 역사상 그만큼 강력한 태풍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필리핀은 7천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다 해수면이 따뜻해 지속적으로 태풍에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어 육지에 상륙해도 좀처럼 태풍의 위력이 줄어들지 않는 등 아시아에서도 태풍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기후정보 웹사이트 웨더 언더그라운드의 기상전문가 제프 매스터스는 또 비공식기록이기는 하지만 20세기와 21세기 발생한 강력한 태풍의 절반 정도가 필리핀을 강타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그러나 절대빈곤과 함께 엄청나게 인구가 증가한데다 이들이 태풍에 취약한 해안가에 부실 시공된 건물에서 집단거주한 점이 이번 재앙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태풍 대피소 건물마저 부실해 하이옌을 견뎌내지 못했다고 이들은 덧붙였습니다.
하이옌의 집중 피해를 본 타클로반도 최근 40년간 인구가 7만6천명에서 22만1천명으로 늘었고 이 도시의 가옥 3분의1이 외벽이 나무로 돼 있고, 7분의1은 초가지붕으로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같은 부실한 주거건물은 하이옌보다 약한 태풍에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지구가 온난화해지고 해수면은 높아지고, 태풍의 위력은 점점 강해져서 앞으로는 하이옌과 같은 자연재해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을 걱정하십니다. 하이옌과 같은 태풍이 몰아쳐도 반석위에 튼튼하게 지은 집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상누각과 같은 집은 작은 비에도 쓸려 내려가 무너질 것입니다. 그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구온난화에서부터 터를 잘못잡고 집을 잘못지은 것까지 모두 인간의 잘못입니다. 요즘 건축도 경제사정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경제가 불황에 이르면 고층건물을 짓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경제가 바닥을 치면 그에 대응해서 심리적으로 집을 높게 올리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높은 빌딩을 짓고, 헬기가 안개 속에서 부딪치게 만들 수도 있게 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사상누각이 되면 안 됩니다. 믿음이 밑바탕에 반석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지 않으면 헛된 욕망과 분수를 모르는 욕심이 사상누각처럼 올라갑니다. 그래서 작은 시련이나 유혹에도 무너져 내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태풍처럼 점점 강력한 시련이나 유혹이 우리 신앙을 강타할 것입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반석과 같이 튼튼하게 굳어진 신앙 안에 교회를 세워야 합니다. 나를 세워야 하고, 가족을 품어 안는 가정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폭풍우에도 쓸려 내려갈 것입니다.
사람들은 호화로운 누각만 좋아합니다. 그 누각이 모래 언덕에 지어졌는지, 진흙 위에 지어졌는지, 자갈 밭 위에 지어졌는지, 반석 위에 지어졌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큰일을 당하고 나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자신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지금 나는 어떤 곳에 내 집을 짓고 있습니까? 내 신앙의 집은 어디에 짓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