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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률이상 제16권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6. 성문들 ④
1) 성문의 무학승 ④
(1) 말전지(末田地)는 용이 일으킨 거센 바람에도 옷깃조차 까딱하지 않고
불 산을 변화시켜 하늘꽃[天花]으로 만들다
말전지 나한(羅漢)은 아난이 부촉(付囑)한 법장(法藏)을 받고 계빈국(罽賓國)에 가게 되었다. 먼저 그곳에 있는 용을 항복시키려고 이내 삼매(三昧)에 들어 그 국토를 여섯 가지로 진동하게 하였다.
용은 스스로 불안해서 말전지가 있는 곳으로 왔다. 말전지는 그 때 자삼매(慈三昧)에 들어 있었다. 용왕이 바람을 일으켜 불어댔으나 가사의 끝자락조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용왕은 다시 우레와 번개 따위 무기를 일으켰고, 또 아울러 불의 산을 들어 올려서 엎어 누르려고 하였다. 말전지가 이내 신력으로써 불의 산을 하늘꽃으로 변화시키니 공중에서 게송이 들렸다.
눈 쌓인 산에 맹렬한 햇빛을 쪼이면
녹아 없어져서 남는 것이 없으리.
마치 자삼매에 들어가서
산봉우리의 불을 하늘꽃으로 만든 것과 같으리라.『아육왕경(阿育王經)』 제7권에 나온다.
(2) 사나바사(舍那婆私)가 우레와 번개 따위 무기를 변화시켜 우발라꽃[優
鉢羅花]으로 만들다
사나바사가 아난의 부촉을 받고 나서 마투라국(摩偸羅國)에 갔다. 그 길 중간에 절이 있었으니, 이름은 빈타바나(貧陀婆那)번역하면 총림(叢林)이라 한다.였다.
사나바사가 그 절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절에서는 두 늙은 비구가 논의를 하면서 게송으로 말하고 있었다.
범함이 없는 것[無犯]이 첫째가는 계(戒)요
법을 가리는 것[擇法]이 첫째가는 들음[聞]이다.
비구들이 이것을 사나바사에게 일러 주니 사나바사도 말하였다.
“그대들이 말한 바의 이치는 내가 말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장로들이여, 과거 세상에 바라내(波羅奈)에 한 장사꾼 우두머리가 있었습니다. 그가 5백 명의 장사꾼을 데리고 큰 바다에 들어가려는데, 한 벽지불이 병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장사꾼 우두머리가 몸소 그 벽지불을 돌보고 치료하였더니, 병이 점차 낫게 되었습니다. 장사꾼 우두머리는 벽지불의 사나의(舍那衣)를 가져다 빨고 기워서 부드럽게 하여서는 벽지불에게 드렸습니다. 벽지불은 옷을 받아 입고는 18변(變)을 지으면서 이내 열반에 들었습니다.
그 때의 장사꾼 우두머리가 바로 지금의 내 몸입니다. 그런 인연으로 하여 나는 이제 가장 훌륭하신 스승을 만났고, 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사나바사는 차츰차츰 나아가 마투라국의 우류만타산(優流漫陀山)까지 이르렀다. 그곳에는 용왕의 두 형제가 5백의 작은 용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사나바사는 생각하였다.
‘내가 그를 항복 받지 않으면 교화시킬 수 없겠구나.’
사나바사가 이내 신력을 써서 산을 움직였더니, 두 용왕이 성이 나서 비바람을 거세게 일으키고는 마침내는 불까지 내뿜었다. 그러나 이 때 사나바사는 이미 자삼매(慈三昧)에 들어 있었으므로 바람이나 비와 불 따위가 그 몸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모두 꽃으로 변하고 말았다. 꽃은 이른바 우담발화(優曇鉢花) 등이었는데 변하여서는 다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용왕은 다시 우레와 번개와 여러 무기를 일으켰으나 사나바나는 이번에도 또한 신력으로써 하늘꽃으로 변화시키면서 즉시 공중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센 바람과 세찬 소나기로도
그를 해칠 수는 없으리라.
우레와 번개와 무기는
변화하여 하늘꽃이 될 것이라.
비유하자면 마치 눈 쌓인 산에
햇빛이 비치면
모두 다 녹여 버려서
남김이 없는 것 같으리라.
자삼매에 들었으니
불로도 능히 태울 수 없고
무기의 해독도
그의 몸에 가까이하지는 못하리라.
이에 두 용왕은 사나바사에게 가서 말하였다.
“성인께서는 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사나바사가 대답하였다.
“나는 여기에다 절을 지으려 한다. 그대들이 내 말을 들어주어야 하겠다.”
용들이 대답하였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장로는 말하였다.
“세존께서 이미 말씀하시기를 ‘내가 열반한 후 백 년 만에 대제호산(大醍醐山)의 가장 훌륭한 자리에 절을 짓게 될 것이다. 절의 이름은 나치바치사(那哆婆哆寺)라 하리라’ 하셨느니라.”
용왕은 다시 말하였다.
“세존께서 이미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장로는 대답하였다.
“그러하다.”
용왕은 말하였다.
“만약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이라면, 저희는 당연히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아육왕경(阿育王經)』 제7권에 나온다.
(3) 우바급다(優波笈多)가 출가하여 악마를 항복 받다
사나바사가 대제호산(大醍醐山)에 절을 지었다.
향을 파는 장사꾼 우두머리로 이름이 급다(笈多)라고 하는 이가 있었다. 사나바사는 방편의 힘을 써서 그 향 파는 장사꾼 우두머리를 교화하여 그로 하여금 정진을 하도록 하였다. 어느 날 사나바사가 혼자서 그의 집으로 들어가자, 급다는 물었다.
“성인께서는 어째서 혼자 다니시며 제자를 두지 않습니까? 저는 가정을 가지고 5욕락(欲樂)을 받기를 좋아하니 출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만, 제가 만약 아이를 낳게 되면 꼭 장로를 따라서 출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나중에 급다가 아이를 낳게 되자, 이름을 아바급다(阿波笈多)[양(梁)나라 말로는 부정호(不正護)라 한다.]라 하였다.
아이가 장성하자 사나바사는 급다에게 가서 말하였다.
“당신은 이전에 발원하기를 ‘만약 내가 아이를 낳으면, 꼭 장로에게 드리어 따르도록 하겠습니다’고 했었소. 이제 이미 아이를 낳았으니 나를 따라 출가하게 하시오.”
급다는 말하였다.
“저는 지금 아이라고는 딱 이 아이 하나뿐입니다. 만약 둘째 아이를 낳으면 장로에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둘째 아이를 낳게 되자, 이름을 타나급다(陀那笈多)번역하면 보호(寶護)이다.라 하였다. 사나바사가 다시 그에게 가서 아이를 달라고 하였지만 급다는 이전과 똑같이 말하면서 여전히 허락하지 않았다. 셋째 아들 우바급다(優波笈多) 역시 그에게 구했지만 급다는 또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가 맹세하겠습니다. 우선 우바급다로 하여금 생활의 방도를 세우게 하여서 만약 아주 잘되거나 아주 못되거나 한다면 출가시킬 수 없겠고, 별로 잘되지도 않고 못되지도 않는다면 그 때는 출가를 허락하겠습니다.”
그러자 악마 왕은 마투라국(摩偸羅國)의 온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우바급다의 물건을 사도록 만들어 우바급다가 큰 이익을 얻게 하였다. 우바급다는 금방 사이에 향을 다 팔 수 있었다. 그 때에 사나바사 장로가 그에게 말하였다.
“너의 심심의 법[心心法]에 어떤 것이 선(善)이 되고, 어떤 것이 악(惡)이 되느냐?”
우바급다는 대답하였다.
“모르겠나이다.”
장로는 또 말하였다.
“만약 심심의 법에서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 따위와 상응하는 것이면 이를 악이라 한다. 또 탐내지도 않고 성내지도 않고 어리석지도 않은 것과 상응한다면 이것을 선이라 하느니라.”
그리고 장로는 검은 흙과 흰 흙을 가지고 각각 알[丸]을 만들어 주면서 말하였다.
“만약 너에게 검은 마음이 일어나면 검은 알을 하나 가지고, 흰 마음이 일어나거든 흰색 알을 갖도록 하여라.”
우바급다는 그의 말대로 따랐으나 마음에서 선이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한 개의 흰 알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차차 알을 취하여 가다가 두 쪽의 검은 알과 한 쪽의 흰 알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다시 생각하였다.
‘반은 검은 알이고 반은 흰 알이니 차례로 선을 생각하다 보면 마침내 악이 일어나지 않게 되어서 흰 알을 가질 수 있겠구나.’
이 때에 마투라국에 바사달(婆娑達)[양(梁)나라 말로 천주여(天主與)라 한다.]이라고 하는 음탕한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의 계집종 하나가 우바급다에게 가서 향을 많이 사 왔으므로, 그 주인이 물었다.
“너는 어디서 이렇게 많은 향을 얻었느냐? 훔친 것은 아니더냐?”
종이 말하였다.
“우바급다라는 장사꾼이 있는데 생김새가 아주 잘났고 말솜씨도 미묘합니다. 게다가 법대로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그 주인은 이 말을 듣자 음욕심이 일어나서 다시 그 종으로 하여금 우바급다에게 가게 하였다.
“너는 그 사람에게 가서 ‘내가 그와 함께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고 하더라 말하여라.”
계집종이 가서 말을 전하자 우바급다가 대답하였다.
“서로 만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때가 아닙니다.”
우바급다는 굳이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이 때에 그 음탕한 여인이 또 어떤 장자의 아들을 불렀더니, 그는 그 여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때마침 어느 장사꾼 우두머리가 북천축(北天竺)으로부터 5백 마리의 말과 갖가지 물건을 가지고 마투라국에 와서는 마투라국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나라의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제일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데 이름은 바사달다(婆娑達多)라고 합니다.”
장사꾼 우두머리는 말하였다.
“나는 이제 5백의 은전(銀錢)과 갖가지 물건을 가지고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그러자 그 음탕한 여인은 그 물건들을 탐내어 앞서 그곳으로 왔던 장자의 아들을 죽여 버렸다. 그리고 시신을 더러운 장소에 갖다 버리고서는 이 장사꾼 우두머리와 함께 재미있게 지내고 있었다.
이 장자 아들의 친한 벗이었던 이가 더러운 곳에서 이 시체를 찾아내었다. 그가 국왕에게로 가서 아뢰자, 국왕은 말하였다.
“그대는 저 바사달다를 잡아다가 그의 손과 다리, 그리고 귀와 코를 잘라서 들녘 바깥에 버려 두도록 하라.”
그는 이내 왕의 분부대로 하였다.
이 때 우바급다는 생각하였다.
“나는 본래 여인을 만나 함께 5욕(欲)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마는, 이제는 가서 그 손과 다리며 귀와 코를 보고 싶구나.”
우바급다가 바로 가서 보고는 그를 위하여 게송을 설하였다.
바사달다가 우바급다의 말을 듣고는 나고 죽음을 깊이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바급다가 부처님의 공덕에 대해 설하는 말을 듣고서는, 비로소 뜻을 바꾸어 기꺼이 열반을 좋아하게 되어 이내 게송으로 우바급다에게 대답하였다. 우바급다가 그를 위하여 4제(諦)를 말하고, 다시 그의 몸을 살피고는 욕계(欲界)에 싫증을 내어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었다. 바사달다는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고, 우바급다가 떠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목숨을 마치고 천상에 가 났다.
그 때에 장로 사나바사가 급다에게 가서 말하였다.
“당신은 마땅히 우바급다로 하여금 나를 따라서 출가하게 해야 하오.”
그러자 급다는 대답하였다.
“제가 먼저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그 아이로 하여금 생활의 방도를 세우게 하여 보고, 이득이 아주 많이 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크게 손해를 보지도 않는다면 출가를 허락하겠다고 했지요.”
그래서 사나바사는 신령스런 힘으로 우바급다의 장사가 이득이 많이 남지도 않고 또 손해를 보지도 않도록 만들었다.
우바급다도 혼자 생각하였다.
‘아무리 따지고 계산을 해 보아도 난 도저히 이득을 남길 수가 없구나. 그렇다고 또 아주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사나바사가 다시 급다의 처소에 가서 말하였다.
“지금 당신의 이 아들은 바로 부처님께서 수기하신 사람이오. 부처님께서는 ‘내가 열반하고 백 년이 지난 후에 불사(佛事)를 짓게 되리라’고 말씀하시었소. 그대는 이 아이가 나를 따라 출가하도록 허락하여야만 하오.”
그 때서야 급다는 어쩔 수 없이 우바급다의 출가를 허락하였다.
사나바사는 우바급다를 데리고 나급사(那及寺)에 가서 그를 출가시켰다. 우바급다는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네 번째의 갈마(鞨磨)에 이르자 온갖 번뇌[結]를 없애고 아라한(阿羅漢)의 과위를 얻게 되었다. 이 때 사나바사는 우바급다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야, 부처님께서 수기하시기를 ‘내가 열반에 들고 백 년이 지난 후에 우바급다라는 이름의 비구가 나올 것이다. 그가 불사를 지을 것이며 나중에는 부처가 되리니, 명호를 무상(無相) 부처라 하리라’고 하셨느니라.”
이렇게 설법을 하고 있는 바로 그 때에 악마 왕은 대중들 가운데에 진주(眞珠)를 비처럼 내려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시켰다. 뭇 사람들이 어지러워졌기 때문에 한 사람도 진리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이 악마 왕의 장난임을 알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갑절 더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악마 왕은 또 금을 비처럼 내려 대중들의 마음을 혼란시켰다. 셋째 날에는 그보다 갑절 더 많은 사람이 왔고, 악마는 구슬과 금을 비처럼 내리면서 하늘 풍악까지 잡혔다. 이 때에 뭇 사람들은 아직 욕심을 버리지 못하였기 때문에 빛깔을 보고 소리를 듣자 마음이 흔들려 다시는 법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때에 악마 왕이 꽃다발을 우바급다의 목에 걸어 주었으므로, 우바급다는 생각하였다.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곧 이것이 악마의 짓임을 알아차리고 우바급다는 이런 뜻을 내었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왜 그를 교화하지 않으실까?’
그러다 이내 생각하였다.
‘이것은 내가 교화하여야 하는 것이구나. 부처님께서는 나에게 무상불이 되어서 인민을 교화하리라고 수기하셨느니라.’
우바급다는 세 구의 죽은 시체를 가져왔다. 하나는 죽은 뱀이요, 다른 하나는 죽은 개요, 셋째는 죽은 사람의 시체였다. 그리고 신통력으로써 이 세 구의 죽은 시체를 꽃다발로 변하게 만들어 악마 왕에게 가서 그의 목에다 걸었다.
그러자 악마 왕은 마혜수라(摩醯首羅)와 제석 등의 삼십삼천(三十三天)이며 사천왕(四天王)에게로 가서 목에 걸린 죽은 시체를 벗기려 하였지만 벗길 수가 없었다. 악마 왕이 다시 대범천왕(大梵天王)을 찾아가니, 대범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10력(力) 제자의 신력으로 한 일이라 그를 벗길 수 있는 이는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큰 바다의 물을 말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자 악마 왕은 말하였다.
“무슨 방법이라도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나는 이제 누구에게 귀의하여야 합니까?”
대범은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속히 가서 우바급다에게 귀의하라. 마치 땅에 넘어진 사람이 바로 발딱 일어서듯이 곧바로 우바급다에게로 가도록 하라.”
이 때에서야 악마 왕은 비로소 부처님 제자의 신력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자신을 책망하였다. 악마 왕은 즉시 교만심을 버리고 스스로 가서 죄를 설명하였다.『아육왕경(阿育王經)』 제8권에 나온다.
(4) 우바급다는 중죄를 범한 사람을 교화하지 아니하고 권속의 교만심을 사
라지게 만들다
남천축국(南天竺國)에 한 사람이 살고 있었으니 남의 아내를 간음하느라 항상 남의 집을 찾아가곤 하였다. 그의 어머니가 이런 행동을 못 하게 하자 그는 자기 어머니를 살해하고 다른 나라로 가 버렸다.
그러나 그곳에서 5욕(欲)을 이룰 수 없게 되자 깊이 괴로워하다가 부처님 법에 출가하였다. 그가 3장(藏)을 통달하여 다문(多聞)을 성취하고는 여러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마투라국의 나치바치사(那哆婆哆寺)의 우바급다가 있는 곳으로 왔다.
우바급다는 그가 어머니를 살해하여 도과(道果)를 얻지 못했음을 알아보고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비구는 마음에 부끄러움을 품고 다시 멀리 떠나갔다.
급다의 제자로서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들은 이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화상(和上)은 지혜가 모자라는구나. 마음이 어둡고 아둔한 늙은 비구를 만났을 때에도 그를 위하여 설법하더니, 지금 이렇게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3장(藏)을 다 통달하여 따르는 권속들까지 있는 이 비구를 위해서는 설법하지 않으니 말이다.’
우바급다는 제자들이 그 일로 성을 내는 마음이 있는 것을 알았다. 또 그들의 근기를 볼 때 자기의 화상인 사나바사에게 교화되고 항복될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 때 사나바사는 계빈국(罽賓國)에 머물고 있으면서 다시 우바급다가 어떤 불사를 하는가를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제자들이 성내고 책망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며, 또 그들이 마땅히 자신의 교화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나바사는 이내 신력을 써서 절 안으로 들어갔다.
사나바사가 수염과 머리카락을 길게 늘이고 해진 옷을 입고 있으니, 5백 명의 제자들이 모두 말하였다.
“저런 노인이 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네.”
사나바사는 우바급다가 잠을 자는 침상으로 가서 앉았다. 제자들이 손을 잡아 끌어내려고 하였지만 마치 수미산과 같이 꼼짝도 않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제자들은 또 야단을 쳐서 쫓아내려고도 해 보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우바급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아뢰었더니, 대답하였다.
“우리 화상을 제외하고는 나의 평상에 앉을 수 있는 이가 없느니라.”
우바급다는 절로 돌아와서 가장 훌륭한 공경으로써 화상을 공양하고 자신은 조그마한 평상을 가져다 스승의 곁에 앉았다. 제자들은 생각하였다.
‘이 비구가 화상의 스승이라고는 하지만, 그러나 그 지혜는 아직 우리 화상에게 미치지 못하리라.’
이 때 사나바사는 그들의 뜻을 보고서 오른팔을 들어 손에서 우유를 짜내며 우바급다에게 말하였다.
“이 삼매(三昧)를 무엇이라 하느냐?”
우바급다는 대답하였다.
“모르겠습니다. 그 이름을 듣기를 원합니다.”
화상은 말하였다.
“용빈신삼매(龍頻呻三昧)라 하느니라.”
그리고는 다시 차례로 갖가지 삼매에 들었으나 급다는 모두를 모른다고 말하므로, 사나바사가 또 말하였다.
“내가 열반한 때에는 이러한 삼매의 법을 모두 잃게 되리라.”
우바급다의 여러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이 비구의 지혜가 우리 화상보다도 훌륭하시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이내 교만이 사라졌다.
사나바사가 교화하고 설법하자, 그 모든 제자들은 모두가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아육왕경(阿育王經)』 제9권에 나온다.
(5) 우바급다는 법장(法藏)을 부촉하고 열반에 들다
우바급다는 열반하려 할 적에 법장을 맨 마지막에 제도했던 제자 치미가(郗微柯)에게 부촉하며 말하였다.
“선남자야, 세존께서는 법장을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부촉하시고, 가섭은 아난(阿難)에게 부촉하며, 아난은 말전지(末田地)에게 부촉하고, 말전지는 화상 사나바사(捨那婆私)에게 부촉하였다. 사나바사는 나에게 부촉하였고, 나는 이제 열반하면서 너에게 부촉하느니라.”
널리 염부제(閻浮提)에 알렸으므로, 10만의 아라한이 일시에 모이고 범부와 비구도 수없이 모여들었다. 우바급다는 이내 신통을 나타내어 18변(變)을 갖추고 그 일이 끝나자 바로 열반에 들었다.
교화 받은 제자로서 네 가지 도과[四道果]를 얻은 이는 모두가 산가지를 가져다 석실(石室) 안에 놓고서 산가지로써 그 몸을 화장하고 탑을 일으켰다.
이 때에 또 1천의 아라한이 같이 열반에 들었고, 치미가는 법장을 수호하였는데, 우바급다로부터 네 가지 과위를 갖추어 얻은 이는 28인이었다.『아육왕경(阿育王經)』 제10권에 나온다.
(6) 우바급다가 여러 호랑이 새끼를 교화하니 몸을 버리고 도를 얻다
그 때에 우바급다라고 하는 아라한이 마투라국 대제호산(大醍醐山) 나치바치사(那哆婆哆寺)에 살고 있었다. 절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는데, 먹이를 찾지 못해서 굶어 죽을 지경이었다.
우바급다가 자비의 힘으로써 호랑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러자 5백 명의 제자들 가운데 아직 도를 다 얻지 못한 이들이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험난한 중생에게 먹이를 주십니까?”
대답하였다.
“해탈의 인연을 위해서이니라.”
이 때 호랑이 새끼들이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으므로 급다는 호랑이 새끼들에게 말하였다.
“온갖 행(行)이 무상(無常)하고 온갖 법이 나 없느니라[無我]. 열반은 고요하니 너희는 마땅히 나에게 신심을 내어 축생의 길에서는 싫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멀리하여야 하느니라.”
그러자 호랑이 새끼들은 급다에게 믿음과 공경의 마음을 내었고, 이내 목숨을 마치고 마투라국에서 사람으로 태어났다. 일곱 살이 되자 급다는 그들을 교화하여 출가시켰는데, 7년 만에 아라한의 과위를 얻고서 신통의 힘으로써 갖가지 꽃을 따다가 급다에게 공양하면서 그 곁을 에워쌌다.
아직 도를 얻지 못한 5백 명의 제자들은 아뢰었다.
“이 여러 동학(同學)들은 아직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하여 벌써 신통의 공덕을 얻은 것입니까?”
급다는 대답하였다.
“이들은 모두 이전에는 호랑이 새끼들이었느니라.”
급다가 설법을 하자, 5백 명의 제자들은 깊이 부끄러워하면서 번뇌를 끊어 없애고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아육왕경(阿育王經)』 제7권에 나온다.
(7) 라순유(羅旬踰)는 밥을 빌어도 얻지 못하므로 번뇌가 풀리면 흙을 먹고
열반에 들 것을 생각하다
부처님께서는 계족산(鷄足山)에 계셨다.
그 때에 어느 바라문이 아들을 낳았기에 관상쟁이를 시켜 관상을 보게 하였다. 관상쟁이는 말하였다.
“이 아이에게는 상(相)이 없습니다. 이름은 아보(阿保)라고 하십시오.”
그의 부모는 아이에게 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비록 키우고 기르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아예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두지 않았다. 아이 나이 열두 살이 되어 족히 스스로가 생활해 갈 만하게 되자 부모는 결국 아이를 쫓아내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였다. 아이는 감히 남아 있겠다고 하지 못하고 나가 다니며 걸식을 하였다. 아이가 기원(祇園)에 도달하자 부처님께서는 크신 사랑으로써 그의 고생을 염려하시어 바로 아난을 시켜 불러서 출가하겠느냐고 묻게 하셨다. 아이는 이내 기뻐하면서 사문이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만지시자 머리카락이 이내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졌다. 부처님께서 라순유라 이름을 지으셨다.
그 때 5부승(部僧)이 매번 나가서 걸식을 할 때마다 라순유가 속한 부는 빈 발우로 돌아오곤 하였으므로 부처님께서 다른 비구들에게 분부하여 나누어서 주게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목련이 생각하였다.
‘이 비구승은 혼자서는 밥도 얻지 못하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모두 빈 발우로 돌아오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함께 가더라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목련의 생각을 아시고 사리불과 함께 가시며 목련에게는 라순유와 함께 가도록 하시어 각각 따로 일행이 되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있는 곳에는 너는 가서는 안 되느니라.”
그래서 목련은 라순유와 함께 가게 되었는데, 마침 밥을 얻으려고 가는 곳마다 부처님과 사리불이 먼저와 그 문 앞에 서 계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백억의 나라를 지나 왔지만 끝내 밥을 얻지 못하였으니, 목련은 생각하였다.
“내가 오늘은 밥을 얻지 못할 것이 틀림이 없구나.”
그 때에 라순유는 아주 배가 고파서 항하수 가에 멈추었다. 목련은 바로 돌아와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부처님의 발우 안에는 그 때도 아직 남은 밥이 있었으므로 목련은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아주 배고프다. 수미산을 삼킨다 해도 오히려 배가 차지 않겠는데 겨우 요만큼의 밥을 먹는다고 기별이나 가겠나?’
부처님께서는 목련에게 말씀하셨다.
“그 밥이나 어서 먹어라. 부족할 것은 걱정할 것 없다.”
목련은 이내 밥을 먹었다. 이미 배가 부르도록 밥을 먹었는데도 발우 안은 비지 않았다. 사리불이 생각하였다.
‘라순유가 지금 밥을 얻지 못해서 배가 고파 괴로워하고 있을 터인데.’
사리불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남은 밥을 라순유에게 주게 하소서.”
부처님께서는 이내 말씀하셨다.
“내가 밥이 아까울 것은 없다. 다만 라순유는 전생에 행한 과보 때문에 먹지 못할 수밖에 없느니라. 만약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어디 네가 밥을 주어 보아라.”
사리불이 곧 밥을 그에게 주었고 라순유는 밥을 받으려 하는데, 발우가 홀연 백 길[丈] 아래 땅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리불이 도력을 써서 손으로 발우를 찾아 잡아서는 라순유에게 돌려주었다. 라순유가 막 밥을 먹으려 하는데 또 갑자기 잘못하여 발우가 엎어지면서 밥은 모두 물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라순유는 돌아앉아 뜻을 정하고는 생각하였다.
‘내가 여러 비구들과 함께 갈 때마다 매번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빈 발우로 돌아오곤 했었다. 지금 사리불이 부처님께서 남기신 밥을 나에게 주었지만 또 엎어져 버렸으니, 이것은 모두가 나의 죄보일 것이라. 마땅히 내가 받아야 할 바이로다.’
또 생각하였다.
‘번뇌가 풀리고 때를 제거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된다면, 흙을 먹고서 열반에 들리라.’
“라순유라는 자를 알고자 하느냐? 유위불(維衛佛) 때에 몸은 범인으로서 언제나 간탐하는 마음을 품고 보시도 하려 하지 않았더니라. 한번은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밥알이 떨어질까 두려워 옷을 벗어 땅에다 깔고 있었다. 한 사문이 지나다가 그에게 밥을 빌었다. 라순유는 그 사문을 보고 말하였다.
‘무엇을 드리면 될까요?’
라순유는 손으로 흙을 움켜쥐어 사문에게 주었고, 사문은 이렇게 주문을 외우며 발원[呪願]하였다.
‘이것은 그대가 어리석기 때문이니라. 장차 그대로 하여금 일찍 제도를 받아 해탈[度脫]을 얻게 하리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나고 죽고를 거듭하면서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밥을 얻지 못하였으며 지금은 도를 얻었으면서도 흙을 먹고 열반할 것이니라.
그 때 라순유가 흙을 주었던 사문이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다. 죄와 복의 보응(報應)은 지금 비록 도를 얻었다손 치더라도 짐짓 전생의 재앙을 그대로 받는다.
세간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악을 행하여도 죄가 없다고 말하지만, 라순유가 바로 그 증거가 될 것이다.”『라순유경(羅旬踰經)』에 나온다.
(8) 라순유가 걸식을 하여도 밥을 얻기 어려운지라,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
하여 율(律)을 나누어 5부(部)로 만드시다
부처님께서 계실 적에 여러 스님들은 오직 순수하게 죽은 사람의 여러 옷가지나 해진 비단만을 입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 후 비구 라순유가 매번 걸식을 할 때마다 굶은 채 허탕치고 돌아오자, 부처님께서는 그것이 그의 전생의 행 때문이라는 것을 아셨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승려들을 율을 나누어 5부로 만들게 하고서 의복 빛깔도 다섯 가지로 하셨다. 그리고 라순유에게 날마다 그 중의 한 부(部) 안으로 가게 하셨다. 마침내 의칙(儀則)을 제정하시고, 각각의 나은 점을 들어서 그 의복 색깔의 이름도 붙이셨다.
살화다부(薩和多部)는 널리 민첩하게 통달한지라 법으로 교화하여 인도하였으므로 검은빛의 가사를 입었다. 가섭유부(迦葉維部)는 힘세고 잽싸고 용맹하게 중생을 거두며 보호하였으므로 목란(木蘭)의 가사를 입게 하였다. 미사색부(彌沙塞部)는 선(禪)으로 비밀한 데에 들어 어둡고 아득한 이치를 궁구하여 밝았으므로 푸른 가사를 입었다. 마하승기부(摩訶僧耆部)는 부지런히 여러 경전을 배워 이치를 펼쳐 말하였으므로 누른 가사를 입어야 되었었다.
그렇게 한 이후부터는 밥을 많이 얻게 되었으니, 왜냐 하면 이 라순유는 전세에 덕을 쌓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물었다.
“라순유는 전세에 덕이 없었거늘, 어떻게 사문이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 라순유는 전세에 어진 사람 현자의 아들로 남들의 질투를 받았다. 그는 사문이 와서 걸식하는 것을 보면 미리 문을 닫아 걸고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주인이 없습니다.’
사문이 다른 집으로 가면 다시 다른 집으로 따라가면서 문을 닫아 걸고 또 말하였다.
‘주인이 없다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가 걸식을 하여도 얻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다 다른 사람이 음식을 보시하거나 모임에 가서 기뻐하는 것을 보게 되면 생각했다.
‘나도 사문이 되고 싶다.’
그리하여 그 때문에 이제 비록 곤궁하지마는 이처럼 사문이 될 수 있었느니라.”『유교삼매경(遺敎三昧經)』 하권에 나온다.
(9) 동자 가섭(童子迦葉)은 비구니에게서 태어나 여덟 살에 도를 얻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에 계실 때였다.
이 성 안에는 두 자매(姉妹)가 있었는데 임신을 한 채 아이를 낳기 전에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여러 비구니들은 그들의 배가 부른 것을 보고는 바로 쫓아 버리고 이 일을 세존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집에 있을 때에 임신한 것이므로 죄가 되지 않느니라.”
이 비구니가 뒤에 사내아이를 낳으니 이름은 동자 가섭이라 하였다. 아이는 나이 여덟 살이 되자 출가하여 도를 닦아 아라한이 되었다. 아이가 16군(郡)의 비구들과 함께 각자 대야를 들고 아기라하(阿耆羅河) 물가에 갔다. 몸을 씻는다고 물 속에 들어가 엎치락뒤치락 뛰놀며 강물을 건너기도 하고 물장구를 치면서 목욕을 하였다.
그 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누각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왕은 아직 불법을 믿지 않았던 터라, 이 모습을 보고서는 갑절 불신(不信)하는 마음이 생겼다. 왕은 말리(末利) 부인에게 말하였다.
“저들이 당신네 집에서 섬기고 있는 복의 밭이라는 대사[福田大士]들임에 틀림이 없는데 어째서 당신은 돌아보지 않소?”
부인은 왕에게 대답하였다.
“어쩌면 저들이 나이 어려 출가하여 이제 막 구족계를 받은지라 아직 계율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세존께서 아직 이런 계율을 제정하지 않으셔서 그 때문에 저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자 가섭은 그의 하늘귀[天耳]로써 왕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이내 여러 도반들에게 말하였다.
“왕이 더욱 믿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말리 부인이 언짢아하고 있소. 이제 그로 하여금 기뻐하는 마음[歡喜心]을 내도록 하여야겠습니다.”
모두들 말하였다.
“좋습니다.”
도반들은 저마다 대야에 물을 담아서 앞에다 놓고, 가부좌를 하고 앉아 차례대로 줄을 지어 허공에 올라가 노닐면서 왕의 궁전 위의 공중을 지나갔다.
말리 부인이 밖에 앉아 있다가 앉은 그림자들이 비치는 것을 보고 이내 올려다보았다. 차례로 줄을 지어 가부를 하고 앉아 대야를 앞에 두고서 허공을 타고 지나가는 것이 흡사 기러기들과 같았다. 이 광경을 보고 나자 마음이 크게 기뻐지는지라 이내 왕에게 아뢰었다.
“어디 우리 집의 복 밭을 한번 구경해 보십시오. 거룩한 덕이 이러하십니다.”
왕도 이것을 보고서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나는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 세존과 비구 스님들께서는 목숨을 다하시기까지 이 나라에 계시면서 좋은 복 밭이 되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이 일을 들으시고 이내 계율을 제정하시어 다시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셨다.『승기율(僧祇律)』 제19권에 나오며, 『십송(十頌)』에서도 같다.
(10) 말천제(末闡提)가 나쁜 용을 항복 받다
계빈국(罽賓國)에 벼이삭이 막 패기 시작할 때에 용왕 아라바루(阿羅婆樓)가 큰비를 퍼부어서 벼를 몽땅 죽여 버렸다.
그러자 대덕(大德) 말천제 비구 등 다섯 사람이 파타리불국(波咤利弗國)으로부터 허공을 날아서 설산(雪山) 가의 아라바루의 연못 속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물 위를 가다가는 서고 또 앉았다가 누웠다가 반복하니, 용왕의 권속들이 물 속으로 들어가 용왕에게 이 사실을 아뢰었다.
용왕은 화가 나서 가지가지 신통력을 일으켰다. 폭풍과 소나기, 우레와 번개, 벼락 따위를 쳐서 산 위에 있는 바위를 무너뜨리고 나무를 꺾었다. 또 몸에서 불과 연기를 내뿜고 큰 조약돌을 비처럼 뿌려댔다. 그리고도 다시 대덕 말천제를 두렵게 하려고 병사들을 불러 모았지만 영 항복시킬 수가 없었다. 말천제가 말하였다.
“네가 여러 천인들과 일체의 세간 사람을 다 불러와서 나를 두렵게 하려 해도 나의 터럭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네가 만약 수미산과 다른여러 작은 산들을 가져다가 내 몸 위에 던져서 올려놓는다 하여도 나는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말천제가 점차 법력의 묘미[法味]로써 교화하고 보여 주니 용왕이 기꺼이 조복하게 되었다. 용왕은 법을 듣고는 곧바로 귀계(歸戒)를 받아 그의 권속들과 함께 제자가 되었다.
설산의 귀신ㆍ야차ㆍ건달바(犍撻婆)ㆍ구반다(鳩槃茶)의 귀신들도 법을 듣고는 모두 믿음으로 조복하여 역시 제자가 되었으며, 모두가 도의 자취[道迹]를 보게 되었다.
말천제는 여러 용과 귀신들에게 말하였다.
“지금으로부터 이후에는 성을 내어서 백성들을 해치거나 벼농사를 망그러뜨리지 말아라. 부디 인자한 마음을 내어 안락함을 얻을지니라.”
이내 모두가 머리 조아려 가르침과 계를 받고서 말천제를 보배 평상에 모셔 앉게 하였다. 용왕이 옆에 서서 시중을 들면서 부채질을 하였다.
계빈의 건타륵차(揵陀勒叉) 나라 백성들이 이 일을 보고서 크게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 모두가 와서 법을 듣고 많은 이가 도의 과위를 얻었다.『선견율비바사(善見律毘婆沙)』 제2권에 나온다.
(11) 마신타(摩哂陀)가 천애제수왕(天愛帝須王)을 교화하다
아육왕(阿育王)의 때는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지 이미 2백여 년이 지난 후였다.
그 때에 마신타 비구가 사자주(師子洲) 안에 이르렀다. 왕은 마침 사냥을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어느 한 수신(樹神)이 왕으로 하여금 마신타를 만나보게 하려고 하였다.
수신이 한 마리의 사슴으로 변해서는 왕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서 풀을 뜯어먹으면서 천천히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왕은 이 변화로 된 사슴을 보고는 이내 활을 펴서 살을 먹여 쏘려 하며 생각하였다.
‘내가 꼭 이 사슴을 쏴야 하겠다.’
그러자 사슴은 빙 돌아 사바다라(闍婆陀羅) 길 쪽으로 도망쳤다. 왕이 그 뒤를 쫓다가 사바다라에 도착하였는데, 사슴은 마신타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만 사라져 버렸다.
마신타는 왕이 이미 가까이 온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제 신통력을 써서 왕으로 하여금 나 한 사람만을 보고 딴 사람은 못 보게 하여야겠다.’
대덕 마신타는 이내 왕의 이름을 불렀다.
“제수(帝須)여, 그대 어서 오시오.”
왕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 생각하였다.
‘지금 이 나라 안에서 누가 감히 나의 이름을 부른단 말인가. 이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이기에 붉은색 옷을 누덕누덕 잘라 만들어 입고서는 나를 이름으로 불러대는 것인가.’
왕은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너는 어떤 놈이냐? 사람이냐 아니면 귀신이냐?”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나는 사문 석씨 종족의 법 제자입니다. 왕이 너무나 가여운 마음에 염부리지(閻浮利地)로부터 일부러 여기에 온 것입니다.”
그 때에 천애제수왕은 아육왕과는 서신 왕래가 있었고, 멀리서나마 서로 알고 지내면서 값진 보물을 주고받고 하며 서로가 보답을 하는 사이였다.
법사(法師)는 이에 말하였다.
“내게 3보(寶)가 있으니 이제 왕에게 바치겠습니다. 이는 저 어리석은 세상[天愛]에 필적[匹]할 물건이 아닙니다.”
이내 왕을 위하여 3귀의의 법[三歸依法]을 말하였으니, 왕은 3귀의를 받고 우바새(優婆塞)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 석씨 법[釋法]의 과보로써 천애제수왕에게 나타내 보였더니, 왕은 사냥터에 선 채 다시 잘 생각해 보았다.
‘그래, 아육왕의 편지 중에 석씨 종족의 제자에 대한 말이 있었지.’
왕은 이내 활과 화살을 던져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 인사를 드렸다. 법사는 그를 위하여 경을 설법하고 아울러 3귀(歸)를 받게 하였다. 그리고 이내 마신타를 보내어 사미 수마나(修摩那)를 부르게 하였다.
“이제 설법을 하여야겠다. 너는 전법륜(轉法輪)을 부를지라.”
수마나는 말하였다.
“제가 이제 소리를 지를 때 어디까지 소리가 닿게 부르짖어야 하나이까?”
법사가 대답하였다.
“소리가 사자국 안에 가득 차게 하여라.”
드디어 수마나는 이내 제4선(禪)에 들었다가 선정으로부터 일어나면서 전법륜을 부르짖었다. 사자국의 백성들이 모두 다 이 소리를 들었으며, 허공의 여러 천신들도 다 모였다.
이렇게 세 번을 부르짖은 뒤에 마신타가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자, 수없이 많은 천인과 사람들이 모두 도의 자취를 얻었다.『선견율비바사(善見律毘婆沙)』 제2권에 나온다.
(12) 분나(分那)는 원래는 신분이 낮은 사람[下賤]이었으나 방도를 잘 알았
기에 부처님을 만나 도를 얻었다
나리국(那利國)에서 가까운 남쪽 해변에는 그 백성들이 진주(眞珠)와 전단(栴檀) 캐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 나라 안 어떤 집에 두 형제가 있었는데, 부모가 다 돌아가시자 서로 딴 살림을 차리려고 하였다. 그 집에는 분나(分那)라는 종이 하나 있었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총명하고 장사를 잘하였다. 또 바다와 관련해서 살아갈 방도에 관해서는 모르는 일이 없었다. 따라서 형제는 집에 있는 재산 전부를 한 몫으로 치고, 종 분나를 가지는 것을 또 한 몫으로 치기로 하였다. 두 형제가 산가지를 던져 몫을 정하였는데 아우가 분나를 차지하게 되었다. 아우는 처자를 데리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 빈손으로 집을 나왔다.
당시 온 세상에 흉년이 들었으므로 아우는 비록 분나를 차지했다고는 하나 살아가지 못할까 걱정을 하였다. 종 분나가 주인에게 아뢰었다.
“근심하지 마십시오. 분나가 꾀를 내어 달포 안에 꼭 주인님을 잘 살게 해드리겠습니다.”
아우는 말하였다.
“만약 참으로 네가 그렇게만 해 준다면, 내 너를 놓아서 양인(良人)을 만들어 주리라.”
주인의 부인은 몰래 지니고 있던 구슬 따위의 물건을 분나에게 내주어 밑천을 삼도록 하였다. 마침 그 때 바다는 썰물 때가 되었기에 성안의 백성들이 물가에 가서 땔나무를 하고 있었다. 분나는 구슬 따위 물건을 가지고 성 밖으로 나갔다. 분나가 어떤 거지 아이가 지고 가는 땔나무를 보았더니 그 나무 안에는 중한 병을 고칠 수 있는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이 있었다. 우두전단향 한 냥(兩)이면 금 천 냥의 값어치가 나가는 것으로 당시 세상에 오직 하나 뿐이어서 언제나 얻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분나가 그것을 알아보고 금전 두 닢을 주고 샀다.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서는 그것을 쪼개어 수십 조각으로 만들었다.
이 때 어떤 장자가 중병이 들어서 이 우두전단 두 냥을 넣고 지은 약을 먹어야 되는 처지가 되었다. 아무리 이 약을 구하려 해도 얻지 못하던 참에 분나가 그것을 가지고 가서 이내 2천 냥의 금을 받고 팔았다.
이렇게 우두전단향을 다 팔아 얻은 재물이 형보다 열 배나 더 많아졌다. 주인은 감사히 여기면서 생각하였다.
“분나가 참으로 맹세를 어기지 않았구나.”
주인은 분나를 양인이 되도록 놓아주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였다. 분나는 하직하고 가서 도를 배우려고 사위국에 이르러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길게 무릎 꿇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비록 출생은 미천하오나 마음으로 도와 덕을 좋아합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자비를 드리우사 저를 제도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분나의 머리카락은 이내 떨어지고 법의가 몸에 입혀지면서 바로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시니 금방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분나는 앉아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이렇게 여섯 가지 신통[六通]과 살고 죽는 자유를 얻은 것은 모두가 주인의 은혜다. 이제 가서 주인을 제도하고 아울러 나라 사람들도 모두 교화해야겠구나.’
그래서 존자 분나는 본국으로 가서 주인의 집에 이르렀다. 주인은 기뻐하면서 앉기를 청하며 음식을 차려 내왔다. 분나는 음식을 다 먹고 손을 씻고는 허공으로 날아 올라가 몸을 나누어 흩뿌리면서 몸에서 물과 불을 뿜어내어 광명을 환히 비추었다. 분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서 주인에게 말하였다.
“이러한 거룩한 덕은 모두가 주인께서 저를 놓아주신 복입니다. 부처님께 가서 배운 바가 이와 같습니다.”
주인이 대답하였다.
“신통 변화가 미묘하십니다. 원컨대 세존을 뵙고 그의 교훈을 받게 하여 주소서.”
분나는 대답하였다.
“다만 지극한 마음으로 음식을 마련하기만 하시면 부처님께서는 3달(達)의 지혜를 지니셨으므로 반드시 저절로 알아서 오실 것입니다.”
주인은 곧 공양을 장만하여 놓고 사위국을 향하여 머리 조아리고 오래도록 무릎 꿇고 앉아 향을 사르면서 부처님을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널리 일체를 제도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그의 뜻을 아시고 이내 5백의 아라한과 함께 각각의 신족(神足)으로써 그의 집에 이르셨다. 국왕과 백성들은 모두들 놀라 숙연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국왕은 부처님께로 와서 온몸을 땅에 던져 예를 하였고,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식사를 마치고 씻으신 뒤에 주인과 왕 및 벼슬아치들을 위하여 밝은 법을 널리 말씀하시었으니, 모두 5계를 받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주인은 일어나 부처님 앞에 서서 분나를 찬탄하였다.
“집에 있을 제는 부지런히 일을 하더니 출가하여서는 도를 얻으셔서 거룩한 덕이 높고도 까마득합니다. 이제 나라 전체가 제도를 받았으니, 저희들은 어떻게 그 은혜를 갚아야 되나이까?”
이 때 세존께서는 분나를 찬탄하며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음을 쉬어 두고
말과 행동 또한 그쳤으니
그침을 따라 해탈하여
고요히 적멸에 귀의하였네.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없애니
삼계 장애가 걷히고
바라는 마음 끊었으니
이 바로 상인(上人)이라.
마을이나 들판
그리고 평지나 높은 언덕
응진(應眞)이 지나는 곳마다
은혜 입지 않는 곳 없구나.
공허하고 한가한 이 즐거움
뭇 사람들은 능히 못할 일이로세.
좋구나. 음탕하지 않은 마음
욕심내어 구하지 않는 마음이여.
주인과 왕은 더욱더 기뻐하면서 7일 동안을 공양하였고,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었다.『법구경(法句經)』 제1권에 나온다.
(13) 마하가(摩訶迦)는 날씨가 몹시 덥자 산들바람과 가랑비를 내리다
부처님께서 암라(菴羅) 마을의 암라 숲에서 여러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그 때에 질다라(質多羅)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상좌(上座)에게 아뢰었다.
“원하옵나니 존자들이시여, 이 숲 안에서 제가 대접하는 음식을 받으소서.”
여러 상좌들이 말없이 잠자코 그의 청을 받아들였다. 여러 상좌들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장자의 집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장자는 손수 갖가지 음식을 공양하였으며, 양치질을 마치자 설법을 들었다. 여러 상좌는 장자를 위하여 설법하여 보여 주고 가르쳐 주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여러 상좌들은 소락(酥酪)과 꿀을 배불리 먹은 데다가 봄도 다 지난 뒤라 날씨가 몹시 더웠기에 아랫자리에 있던[下座] 마하가(摩訶迦)라는 이가 여러 상좌들에게 아뢰었다.
“오늘 날씨가 너무 더운데, 제가 구름과 비를 일으키고 바람이 솔솔 불게 하겠습니다.”
상좌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좋겠군요.”
그러자 마하가는 이내 삼매에 들어가 그의 정수(正受)대로 하자 때맞추어 구름이 일면서 가랑비가 살살 내리기 시작했다. 산들바람이 살랑거리며 사방으로부터 정사의 문으로 불어오자, 마하가는 이내 신통을 중지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이것을 보고 장자는 생각하였다.
‘맨 아랫자리의 비구조차 이런 큰 신통의 힘이 있다니, 중좌(中座)와 상좌는 하물며 어떠할까?’
장자는 여러 비구들에게 절하고 마하가를 따라 그가 머무는 방에 가서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존자시여, 저는 신통 변화를 구경하고 싶습니다.”
마하가는 말하였다.
“장자여, 그것을 보려고 하지 마십시오.”
장자가 세 번을 청하여도 마하가는 허락하지 않았지만, 장자는 오히려 거듭하여 청하였으므로 마하가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잠시 밖으로 나가서 마른 풀을 쌓아 놓고 담요로 그 위를 덮으시오.”
장자가 분부대로 땔나무를 모아 가리를 만들어 놓고 돌아와서 존자에게 아뢰었다. 마하가는 이내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가 문고리 구멍 속에서 불꽃을 내뿜어 그 가리를 태워 버렸다. 땔나무는 모두 다 타서 없어졌지만 오직 흰 담요만은 타지 않았다. 마하가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지금 보았는가?”
장자가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참으로 기이하고도 특별합니다.”
마하가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이것이야말로 모두가 방탕하고 안일하지 않은 것으로써 근본이 되는 줄 알아야 합니다. 방탕하거나 안일하지 않기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그 밖의 도품(道品)의 법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장자는 아뢰었다.
“존자 마하가시여, 원컨대 언제나 이 숲 안에 계시옵소서. 저는 목숨을 마치도록 네 가지 일[四事]로써 공양하겠습니다.”
그러나 마하가는 떠나야 할 인연이 있어 그 청을 수락하지 않았다. 장자는 설법을 듣고 나서 예배하고 떠나갔다.『질다라장자비구경(質多羅長者比丘經)』에 나온다.
(14) 원족(願足)이 한 아귀를 교화하고, 그가 옛날에 저지른 나쁜 말[惡口]을
말해 주다
원족 아라한은 항상 아귀를 교화하곤 하였다. 한번은 형상이 더럽고 누추한 아귀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아귀의 모습이 너무나 추해서 보는 사람은 털이 곤두설 지경이라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몸에서는 불길을 내뿜어서 마치 커다란 불더미와 같았고, 입에서 구더기가 나오면서 고름과 피가 넘쳐흐르니, 구린 냄새가 멀리까지 풍겨서 가까이할 수조차 없었다. 입에서 뿜는 불꽃은 길이가 수십 길이나 길어지기도 하였고, 또 귀와 코, 눈과 몸의 각각 뼈마디에서 내쏘는 불꽃들도 길이가 수십 길씩 되었다. 입술은 아래로 처져서 형상이 마치 멧돼지와 같았고, 몸뚱이는 너비가 1유순(由旬)이었다. 손으로는 제 몸을 긁어 파고 후려치며 소리 높여 통곡하면서 이리저리 달려 다녔다. 이 때 원족이 아귀에게 물었다.
“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지금 이런 고통을 받느냐?”
아귀는 대답하였다.
“저는 옛날에 사문이었는데, 방사(房舍)를 너무 좋아하여 욕심을 부리면서 내놓지 않았습니다. 몸은 점잔을 빼면서도 하는 말은 추악하였습니다. 어쩌다 계율을 지니고 정진하는 비구를 보게 되면 욕설을 퍼붓고 미워하고 흘겨보곤 했습니다. 제가 호족(豪族)이라는 것만 믿고 영영 죽지 않으리라 여기면서 한량없이 악한 근본을 지었습니다.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자신이 자신의 혀를 자르기를 겁(劫)에서 겁을 지나도록 거듭하면서 달게 고통을 받을지언정 하루 동안만이라도 정진하는 비구를 비방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만약 염부리지(閻浮利地)에 돌아가시면 저의 형상을 보여 주어 여러 비구들을 경계하여 주십시오. 부디 입으로 범하는 허물을 잘 지키어 망령되게 말을 뱉지 말고, 행여 행이 맑고 계율을 지키는 비구를 만나면 그 덕을 널리 펼 것을 생각하라고 하여 주십시오. 제가 아귀의 형상을 받은 이래로 수천만 년을 지나면서 이런 고통을 받았었는데, 저는 나중에 죽어서도 마땅히 지옥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아귀는 이 말을 마치고는 소리 높여 통곡하면서 땅에 몸을 던졌는데, 마치 태산이 무너지고 하늘이 뒤집혀서 땅이 엎어지는 것과 같았다. 이것은 입의 허물로 말미암아 그렇게 된 것이니, 입의 허물을 잘 수호하는 이가 받는 복이야말로 끝이 없다.
또 가섭여래(迦葉如來)께서는 세간에 출현하시어 가르침을 펴 말씀하시고 교화가 이미 두루 미치게 되자 남음 없는 열반경계[無餘泥洹界]에서 열반에 드셨다.
가섭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 이름이 황안(黃顔)이라고 하는 삼장 비구(三藏比丘)가 있었다. 뭇 스님들이 명을 고하였다.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심부름 따위는 그대가 관계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여러 후학(後學)들에게 온갖 미묘한 법문을 말해 주시오.”
이 때 삼장 비구는 마음속으로 스님들의 명령이나 받는 것에 대해 경멸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후학들에게 경전의 이치를 펼 때에 강의 받는 사람을 부를 때 이렇게 하였다.
“이 코끼리 대가리야, 빨리 앞으로 오너라.”
다음 둘째 번 사람을 부르면서 또 말하였다.
“야, 말 대가리야.”
다음에는 또 낙타 대가리라 하였고, 그 다음에는 나귀 대가리, 또 다음에는 돼지 대가리라 하였고, 다음에는 염소 대가리라 하였으며, 불깐 양 대가리라고 불렀으며, 사자 대가리라고도 불렀고, 다음에는 범 대가리라 불렀고, 다음에는 새 대가리라고 불렀고, 다음에는 곰 대가리라고 불렀다. 이렇게 뭇 짐승의 무리로써 부른 것이 헤아릴 수 없었다. 삼장 황안은 입으로 이러한 한량없이 나쁜 말을 한지라 비록 경전의 이치를 가르쳐 전하였다손 치더라도 그 죄를 면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몸이 스러져 목숨이 끝나자 지옥으로 들어가 수천만 겁을 지나면서 받은 고통이 한량없었다. 남은 죄가 아직 다하지 않아 지옥으로부터 나와 큰 바다 속에 가 나서 수성(水性)의 형상을 받았는데, 하나의 몸에 머리가 백 개이며 몸뚱이가 아주 컸으므로 다른 어류들이 그를 보고서는 모두 다 도망갔다.『호구경(護口經)』에 나온다.
(15) 사갈(沙曷)이 나쁜 용을 항복 받다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였다.
그 때 수야국(須耶國)에 한 가난한 사람이 있어서 품팔이로 아이들의 머리를 깎고 있었는데, 보리가 익기를 기다려 보리 한 휘[斛]를 받도록 되었다. 길에서 옛 친구를 만났기에 함께 술을 마시고 싶어서 돌아와 보리를 바로 달라고 청하였지만 어디서도 받지를 못하였다. 그러자 그는 곧 독한 마음을 일으켰다.
‘내 목숨이 끝나면 큰 신룡(神龍)이 되어서 이 나라에 떨어졌으면 좋겠네.’
그가 죽어서 마침내 큰 용이 되었으니, 그 나라는 해마다 바람과 비가 때 맞춰 내리지 않게 되었다. 부처님께서는 흉년이 들 것을 염려하시어 사갈 비구로 하여금 가서 그 용을 교화하게 하셨다. 용은 비구를 보자마자 나쁜 뜻을 일으키어 온 나라의 백성과 사갈의 몸을 죽여 없애려고 하였다.
사갈이 발우를 변화하여 온 나라를 덮어 버리자 용은 비를 내렸다. 용은 나라 전체가 이미 물에 잠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구가 부처님의 위신(威神)으로써 용으로 하여금 백성들이 옛날과 다름없이 안온하게 살고 있는 것을 보게 하였다. 용이 다시 성을 내면서 큰 눈을 내리니, 비구는 발우로 받아서 손으로 쓸어 한 군데에 밀쳐 두었다.
비구가 용의 방으로 들어가니 용이 이내 나와 버리므로 비구도 나오고, 용이 들어가면 비구도 들어가고 하며 이렇게 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용은 끝내는 중지하고 무릎을 꿇고서 물었다.
“당신은 어떠한 신(神)이신데, 나를 이리도 괴롭히시는지요?”
비구는 말하였다.
“나는 바로 부처님의 제자이니라.”
용은 말하였다.
“저도 귀의하겠나이다.”
용은 이내 그를 따랐으므로 사갈 비구는 이 용을 상자 속에 넣어 두었다. 사람들은 비구가 용을 이렇게 붙잡아 놓은 것을 보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물었다.
“도인께서는 대체 어떠한 신이시기에 우리 나라의 우환을 항복 받으셨습니까?”
비구는 말하였다.
“나는 바로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백성들은 물었다.
“우리가 그 부처님을 뵈올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뵈올 수 있습니다. 내가 돌아갈 때를 기다리십시오.”
해가 한나절이 된지라 비구는 길을 지나가면서 걸식을 하였다. 사람들이 어떤 이는 밥을 주었고, 또 어떤 이는 술을 주기도 하였으므로, 비구는 받아서는 나무 아래로 가서 취(醉)하여 누웠다.
용과 발우와 가사가 각각 한 군데에 놓여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오색 빛깔의 광명을 내셨다. 아난이 청하여 묻자, 부처님께서는 그러한 내력을 대답하시고, 다시 네 가지 일[四事]을 말씀하셨다.
“첫째는 아라한은 삼매에 들지 않으면 알 수가 없으며, 둘째는 바로 신족을 나타낼 수는 없으며, 셋째는 억지로 남에게 밥을 걸식하며, 넷째는 몸 속에 아직도 벌레가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라한은 이 네 가지 일 때문에 부처님께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 어느 한 보살이 성문에 회향하려다가 이 일을 보고 나서는 마음이 이내 견고하여졌다. 부처님께서는 목건련으로 하여금 사갈 비구에게로 가서 용을 거두어 오도록 분부하시고서 그를 위하여 전생 일을 설명하셨다. 용의 마음이 이내 풀려 바로 5계를 받고 10선(善)을 받들어 행하며 수다원을 얻었다.
아난이 부처님께 이 일의 인연을 묻자,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라한은 배고프거나 목마르지는 않았지마는 세 가지 일 때문에 취(醉)하여 누워 있은 것이니라. 첫째는 부처님께서 보살의 뜻을 열어 교화하고자 함에서요, 둘째는 보시한 사람의 뜻을 어기지 않으려 함에서요, 셋째는 여러 제자들 가운데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가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는 일이 많을까 두려워함에서였다. 그런 까닭에 이 일을 드러내어 본보기로 단속하고 경계했을 뿐이니라. 사갈 비구가 비록 술을 마셨다고는 하나 취한 것은 아니었느니라.”『사갈비구공덕경(沙曷比丘功德經)』에 나온다.
『경율이상』 16권(ABC, K1050 v30, p.931a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