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됐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끝별 명왕성은 난쟁이행성 134340번이란 우주실업자 등록번호를 받았다 그때부터 다리를 절기 시작한 남편은 지구에서부터 점점 어두워져 갔다 명왕성은 남편의 별 그가 꿈꾸던 밤하늘의 유토피아 빛나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별이 될 수 없어 수평선 같았던 한쪽 어깨가 기울어 그의 하늘과 별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꿈을 간직한 소년에서 마법이 풀린 꿈이 없는 중년이 되어버렸다 명왕성은 폐기된 인공위성처럼 떠돌고 남편의 관절은 17도 기울어진 채 고장이 났다 상처에 얼음주머니 대고 자는 불편한 잠은 불규칙한 삶의 공전궤도를 만들었다 이제 누구도 남편을 별이라 부르지 않는다 알비스럼 낙센에프정 니소론정 식사 후 늘 먹어야하는 남편의 알약들이 그를 따라 도는 작은 행성으로 남았다 남편을 기다리며 밝히는 가족의 불빛과 아랫목에 묻어둔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그의 태양계였으니, 늙은 아버지와 아내와 아들딸을 빛 밝은 곳에 앞세우고 그는 태양계에서 가장 먼 끝 추운 곳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노예처럼 일했을 뿐이다 절룩거리고 욱신거리는 관절로 남편은 점점 작아지며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도 난쟁이별로 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가 돌아오는 길이 점점 멀어진다 그가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그 길을 작아진 그림자만이 따라오는데 남편은 그 그림자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 지구의 한 해가 명왕성에서는 248년 그 시간을 광속에 실어 보내고 나면 남편은 다시 별의 이름으로 돌아올 것이다 명왕성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