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이 열리는 풍물장 거리를 지나갑니다.
언제 이렇게 노란 금을 그려넣었을까요. 종종 자리싸움이라도 일어나는 걸까요.
시골 할마씨들이 고구마, 땅콩, 푸성귀등을 쌓아 놓고 파는 공간입니다.
무기력한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고 싶다면 5일 장날(2, 7일) 이곳을 찾으면 됩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이름하여 B도로라 불리는 곳.
저게 뭘까요? 공중 그물망에 은박 물고기들이 주렁주렁 걸려들었네요.
고기는 물속에만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세상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이렇게....
눈을 깜박이며 동작하는 이 괴이한 정체들은 또 무엇을 상징하는 거지요?
회색인간과 황금인간 사이에 서 보았어요.
회색인간은 무서운 표정이고 황금인간은 민머리에 말랑말랑한 표정이라
그 곁에 섰더니 내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네요.
아까 풍물장 거리를 지나치다 주은 천원을 깡통에 넣었습니다.ㅎ
잠시 웃게 한 값을 따지고 보니 생색이야 냈지만 주운 돈으로 값을 치루었으니 오늘
내게 주어진 행복은 호박이 덩쿨째 굴러 들어온 공~짜인 셈인데요.
회색인간 표정 좀 보세요.
눈을 굴리니 오싹한 느낌이 살짝...
센터 샘들 열심히 만화그리기 참여를 독려하고...
오늘 수고 많았어요.
책 한 권에 천원! 천원이래요.
이곳에서 30년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골랐어요.
누런 종이에 세로로 된 활자체, 그냥 정감이 가서...
투호놀이에 도전했죠. 5개 맞춰야 하는데 세개 맞추고 500원 짜리 식권쿠폰 얻었어요.
어르신이라 봐준다는데... 내가 어르신? ㅎ
커피 한 잔, 토스트 한 조각, 꼬치 떡 구운 것을 살 수 있죠.
많은 무료 체험 부스에서 난 평소 하고 싶었던 광목에 수놓기에 기웃거려 구경을 했어요.
무엇보다 진짜 하얀색의 머리의 어르신이
아주 열심히 몰입하신 장면이 시야에 잡현던 거죠.
어르신도 처녀시절 수놓아 시집오실때 가져오신 햇댓보 닮은 그리움 하나 뭉클 밀려와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일었지 싶어요.
거리에 인형극이 아이들을 사로잡았어요.
오늘이 꼭 어린이 날 같아요. 덩달아 나도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이 문화의 거리에 들어서면서 처음 만났던 인조인간 앞에 다가가 바라봅니다.
살포시 앉아있길래 <생각하는 사람> 표정이요?
느닷없는 내 주문에 인조인간이 포즈를 취합니다. ㅎ
살짝 미소를 띠면서...
아무리 다시 봐도 이 회색인간은 정이 안 가네요.
그래서 모델을 해도 역할을 잘 맡아야 하죠. 그것이 삶의 배경이 될 수도 있으니...
난 절대로 웃는 역, 착한 역을 고집할 테야.
한참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모습,
아이에게 따뜻한 기억이 스미는 순간이죠.
다시 수놓는 곳으로 돌아와 참여해봅니다.
예전에 사다 논 광목 생각이 나서지요. 나도 얼른 수를 논 식탁보를 깔아야 할텐데...
실과 바늘을 앞에 놓고
한참을 이리저리 바늘을 놀린 결과 손수건 한 장이 탄생했습니다.
노란 달맞이꽃을 수 놓는다고 했는데 ...
아~고 실력이, 부끄러워라!
어릴적 만화를 많이봤어요.
한 겨울에 오빠가 내미는 돈을 받아들고 눈 내리는 어두운 신작로를 한참을
종종 걸어가 만났던 만화방, 오빠가 좋아하는 신작 무협지 고르고 내 차지로
한 두권 순정만화 골라와 잠도 안자고 그날밤 다 읽었어요.
불 안끈다고 엄마에게 혼나면 이불속에서 후렛쉬 켜고 보던 기억... ㅋ
이 아짐씨도 만화에 관한 추억이 많아 무조건 그리고 싶었던 게 분명해요.
엠피쓰리와 그외 상품이 걸린 때문인지 아이들 호기심이 반짝,
참 열심히 그리네요.
오, 여중생의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요.
아까 그 아짐씨...
스르르 자연스레 차가운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그리고 있네요.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를 잊은 그 순수함에 한 컷... ㅋ
중학생 아들이 먼저 그리고 빨리 그리라고 자리밖에 저만큼 서서 엄마를 독촉하네요.
'얘야, 느이 엄마는 지금 행복을 연필로 그리고 있어.
쉿! 방해하지마!'
혹시 미대 다니시나요?
아니라고요.
와~
두 처자 얼마나 열심히 그리는지 만화 그리기에 흥미없는 아이들도
지나가는 행인들도 어깨너머로 훔쳐보고
어린 소녀들은 할아버지가 응원하고 계시네요.
오! 너희 이름이 뭐라고?
쌍둥이 같구나... 궁금하지?
오랜만에 나왔더니 뭐가 이리 북새통이냐는 듯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강쥐들...ㅋ
아, 예뻐라
파스텔톤의 "행복"
주제는 <우리집 마당>이군요.
벽돌집 마당 빨래줄에 빨래가 푸른하늘을 이고 바람에 펄럭이고
장독대에는 가을 햇살이 찬란하게 내리쬐누나
꽃들이 쭉쭉 키를 더하여 하늘에 닿고 싶은 한가로운 한 낮.
시간은 12시에서 오후 3시쯤이 될까? ㅋ
행복이 별거더냐!
환한 햇살 한 줌 나른하게 퍼지는 날
솔솔 바람소리 들으며 꽃들의 속삭임에 입맞추는 한 순간이란 걸
엄마는 말하고 싶은 거였구나!
함께 수고한 센터 샘들과...
왜 나만 눈을 감은 거지?
그래도 웃는 표정이라 다행...
그것도 잠시, 어둠이 찾아드는 거리에
바람이 천지를 개벽하듯 온 거리를 휘감아 쓸더니 금새 소나기가 좍좍 내려
도로를 흥건하게 적셨어요.
차 세워둔 둔치까지 있는 힘을 다해 뛰는데 옷이 다 젖었네요.
번개가 번쩍번쩍, 잠시 차 안에서 숨고르기를 하며
음악을 들으며 평온을 찾은 뒤...
그것뿐이면 다행이게요.
집에 돌아와 뒤늦게 확인한 문자에는 장로님 집이 낙뢰에 의해
전소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네요. 아아, 그래서 불자동차 구급차가 ...
다급하게 달려왔고 나는 빗속을 뚫으며 천천히 길을 비켜 주었더랬는데,
같은 방향의 장로님집을 향해 달리는 차였다는 것을.
삶은 이렇게 잠깐 동안에도 희비의 교차가 끓이지 않네요.
그렇기에 한 순간 무언가 집중하여 그린다는 것, 특히 내 삶의 배경이 되는
그림 그리는 일의 몰입은 아름다운 작업이며 그것은 '살아있음의 확인'이죠.
산다는 일 그 자체가 숭고한 그림이니까요.
이시간 누구에게나 슬픔이 지나가는 시간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첫댓글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한 것처럼 재미이게 읽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
행복한 가을 되세요~
잘 읽고 갑니다. 정말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것처럼요.
삶의 활력이 느껴지는 군요.
이곳이 좋아서 방문하고파도 어디라는 말을 다시한번 읽어도 못찾았네요.
신림가실때 잠시 들려가세요...
원주 시내에서 B도로 찾으면 이 거리가 나옵니다.
늘 행사가 있는 건 아니에요.^^*
저도 이시간에 여기 있었답니다... 금빛 모델을 사람들이 간지럼 태울때 지나갔어요..ㅋㅋ
여기가 어디인가요?
홍대앞?
동대문?
어딜까요?
가보고 싶은데요...ㅎ
아, 최귀자님은 서울 사시나봅니다.
알아보기 쉽게 제 정보 수정했습니다.
원주시 중앙동 문화의거리입니다...차도 다니지않고 가끔씩 공연도 있고 볼거리들이 많이 있어요...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한권 읽은 산뜻한 기분입니다...감사합니다
상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