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의 SK 보유지분 전량 매각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요. 1조원에 가까운 자본소득+배당소득을 올렸으면서도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자본유출 얘기를 하기도 하고 당초 4년 이상 장기투자하겠다고 해놓고 2년여만에 전량 팔아 치워 버린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전형적인 투기자본'이라는 것입니다.
뭐가 투기고 뭐가 투자냐는 문제는 복잡하지요. 그리고 투기는 꼭 나쁘냐는 문제도 논란이 분분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좋고 투기는 나쁘다는 것도 불확실하고 어떤 행위가 투자인지 투기인지도 알기가 쉽지 않다면, 그 행위로 인해 나타난 결과가 전체적으로 보아서 긍정적인 효과가 컸느냐 아니냐로 판단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소버린의 SK 투자는 우리 나라 경제, 다른 주주들, 임직원,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로 판단하는 게 맞는 것이지요. 과연 소버린의 투자가 결과론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1조 원이 되었든 10조 원이 되었든, 시장이 싸늘하게 평가하던 회사에 투자해서 제값이 되고 나서 팔고 나온 수익인 이상 비판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비판할 것이라면 소버린이 지분을 매입하던 2년 전에 왜 SK 주식을 사지 않았나요? 그리고 세금 문제를 얘기하는데, 개인투자자든 펀드든, 어떻게든 세금을 줄이거나 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서 25% 미만 지분을 장내매매한 경우 자본소득에 대해 비과세키로 한 법을 적절히 이용한 것이쟎아요. 정서적으로야 욕을 하고 싶지요. 외지인이 우리 동네에 들어 와서 돈 몽땅 벌어 나가면서 지역에는 세금 한 푼 안 내고 나가는 게 곱게 보이지 않지요. 하지만 외지인 돈 들고 들어 오게 하려고 그런 법 만들었던 것 아닙니까? 투자 유치의 유인책을 쓸 때는 당연히 감안했어야 할 부분이지요.
그리고 투자기간을 4년 이상이라고 해 놓고 2년만에 팔아 치웠다고 비난하는 것은 순진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면 애초에 '2년 이상 장기투자'하겠다고 했다면 괜챦은 건가요? 장기투자의 기준은 또 무엇입니까? 2년이면 오히려 오래 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1년은 커녕 몇 달도 보유하지 않는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인데 무슨 얘기인지요.
SK 관계자가 '그린메일조차 시도하지 않고 시장을 흔들고...'라고 했다는데요. 그러면 그린메일을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린메일이야말로 '투기자본'의 전형적인 행태입니다. 시장을 흔든 게 아니고, 지배구조가 엉성하면 푼돈으로도 대기업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아주 확실하게 학습시켜 주었습니다. 덕분에 다들 공부 많이 했쟎아요? 소액주주 소중한 것도 느꼈을 것이구요.
결과적으로 저는 그렇게 봅니다. 이번 소버린 '사태'는 해악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훨씬 더 컸습니다.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외국자본이 어떤 식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 준 대표적 사례이니까요. 소버린과 최 회장 사이의 경영권 다툼 덕에 독립적인 이사회가 구성되어서 기업이 훨씬 더 건강해졌습니다. 주주들은 주가가 많이 올라서 이득을 보았고(물론 SK라는 회사의 내재가치가 크게 증가한 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SK라는 기업의 디스카운트 요소가 많이 완화되면서 기업가치가 훨씬 커졌습니다. 정부 감독기관은 앞으로 어떻게 제도를 정비해 나가야 할 지 좋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무엇이 투기고 무엇이 투자입니까? 정말 경영권 가지려고 했쟎아요. 투기를 입에 올리는 분, 과연 2년 이상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는지 되묻고 싶군요. 소버린이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시장을 열 때는 그만큼 제도적으로나 심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출처 : 이명헌 2005-7-19
첫댓글 소버린과 외환은행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외환은행에 적용된 죄목은 주가조작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상당한 민족주의적인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우리 카페와 같은 주주자본주의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 곳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의 견해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많은 자본을 거둬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외환은행의 론스타를 처벌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일반인들의 생각에 깔려있는 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주가조작은 철저히 처벌할 일이지만 그것이 외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내 기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송버린님의 장난기는.. ^^;
기업의 지배구조를 효과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펀드들이 활성화되서 기업을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합니다. 물론 이를 통해 펀드들이 수익도 낼 수 있어야겠죠. 자산에 비해서 효율적이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고 그 자본은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기업들로 흘러들어가서 국가 전반적으로 자본의 효율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정체된 성장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출총제라든가 순환출자규제 정책보다도 더욱 효과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출총제 제한이나 순환출자 규제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러한 규제 자체가 어찌보면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의 근본 이유가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주주중심의 자본주의 정착에 있다면 지배구조 개선방안 역시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주주자본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다양한 규제보다도 오히려 국내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공격적인 펀드의 활성화가 절실합니다.
어찌보면 규제를 통한 문제 해결이 아니라 규제 완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되겠죠.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만이라도 치열한 자본경쟁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보다 더욱 엄격하게 주주의 권리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본격적인 자본시장 개방 이후에 닥치게 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해외에서도 국내의 공격적인 펀드들이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때 가서는 우리가 반대의 입장에 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흠.. 날이 가면 갈수록 타로님의 지식에 감탄을 하네요 ㅎ 혹 CPA, 또는 CFA신가요? 그냥 궁금해서요 ^^
아닙니다. 너무 과찬이시네요. 사실 그런 말씀들을 하실때마다 글을 올리기가 무섭습니다. 작은 지식으로 글을 올리면서 자칫 아는척이 될까봐 걱정됩니다. 저도 잘못된 사실들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것들을 지적해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죠 ^^
^^ 겸손까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