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템'이란 말을 오늘서야 알았습니다.
잇템은 '그 시기에 꼭 사야하는 상품'이라고 합니다. 저야 뭐 어떤 시기에 맞춰서 사야할 물건이 있지 않다보니 이런 말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잇템에 '운동화'가 들어 있다고 하니 또 놀랄 일입니다.
<최근 운동화는 그 위상이 달라졌다. 운동용 신발, 편하게 신는 신발에서 패션 상품 중 가장 인기 높고 잘 팔리는 ‘잇템’(그 시기에 꼭 사야하는 상품)으로 신분이 격상했다. 투박한 어글리 슈즈 인기를 견인한 ‘발렌시아가’, AR기술로 신상품 운동화들을 모바일 앱을 통해 가상 체험하게 만든 ‘구찌’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도 운동화를 중요한 핵심 상품으로 다룬다. 덕분에 럭셔리 브랜드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이 꼭 사야 하는 제품도 가방에서 운동화로 바뀌었다. 100만원대 이하의 가격으로 해당 브랜드 제품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인기는 점점 올라가는 추세다.
신발만 모아 놓는 방을 따로 꾸밀 정도로 신발을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박만현씨는“400여 켤레의 신발 중 운동화 비중이 80%”라며 “요즘은 패셔너블한 사람들이 오히려 운동화를 신기 때문에 어떤 운동화를 신었느냐가 그의 스타일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희소가치가 높은 운동화의 인기는 더 높다.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협업한 ‘나이키 조던’ 시리즈, 가수 칸예 웨스트가 만든 ‘아디다스 이지부스트’는 출시 때마다 매장 밖에 줄을 세우는 대표적인 운동화다. 프리미엄 스니커즈 편집매장 ‘분더샵 케이스스터디’의 성명수 바이어는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 ‘언더커버’ ‘피어오브갓’과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캇이 협업한 운동화들 모두 출시하는 족족 화제가 된다”며 “최근엔 한국의 뜨거운 스니커즈 사랑에 최근엔 제리 로렌조 등 아티스트들이 직접 한국에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운동화로 나이키와 패션 브랜드 ‘사카이’가 협업해 만든 ‘나이키 사카이 와플’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만 당첨될 수 있다’ ‘1000번을 클릭해도 당첨 안 된다’는 등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고, 재판매가는 정식 발매가의 3~5배가 넘는 50만~100만원대로 책정됐다.
한정판 운동화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좀처럼 사기 힘들어 아예 ‘리셀(재판매) 시장’을 노리는 사람도 많다. 보통 이런 한정판 운동화가 발매되면 판매와 동시에 온라인과 스니커즈 커뮤니티에는 ‘리셀러’(재판매상)가 등장한다. 이번 지드래곤 운동화의 재판매 거래가는 발매 직후 200만~300만원대로 형성되더니 지금은 470만원 대를 넘겼다. 235mm처럼 발매 수가 적은 사이즈는 한때 700만~1000만원까지도 가격이 올라갔다. 구독자 11만명의 스니커즈 전문 유튜버 ‘와디’는 “칸예웨스트, 트래비스 스캇에 버금가는 한국인 지디의 파워를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며 “이번 지디 스니커즈의 리셀가는 스캇의 운동화를 넘어선 가격대”고 전했다.
지난해 키스(KITH)·코카콜라·컨버스가 협업한 ‘척테일러 올스타 70s 하이’의 시제품은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스톡엑스’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모델을 반씩 잘라 붙인 커스튬 제품이 750만원의 경매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신발의 공식 출시 가격은 17만원이었다.
“운동화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그래도 힘들게 사는 만큼 더 애착이 생긴다.” 스니커즈 매니어인 게임회사 영업맨 홍모씨의 말이다. 청소년 시절 좋은 신발을 신는 친구들이 부러워 운동화에 욕심이 생겼다는 그는 30대 후반인 지금까지 한정판 운동화가 나올 때마다 온라인 사이트는 물론이고, 운동화를 구하기 위해 며칠씩 서울 시내 매장 4~5곳을 돌아다닌다.>중앙일보, 윤경희 기자.
예전에 우리 반 아이가 나이키 운동화를 20켤레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는데 최근엔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얘기할 것은 아니지만 발 냄새가 배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운동화가 이렇게 인기가 높은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