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가 깃든 삶] 연못 유치원
올챙이, 수채, 아기 붕어가
같이 다녔대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어 뛰어나가고
수채*는
잠자리가 되어 날아가고
지금은
붕어만 남아
연못 유치원을 지키고 있대
―문근영(1963∼ )
*잠자리[학명: Odonata Fabricius, 1793]는 곤충강 잠자리목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으로 잠자리아목(불균시아목)과 실잠자리아목(균시아목)으로 나뉜다. 전세계에 약 5700여 종이 있다고 하고, 한국에는 127종이 서식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자로는 청낭자(靑娘子)ㆍ청령(蜻蛉)ㆍ청정(蜻蜓)이고 영명은 Dragonfly이다. 잠자리의 애벌레는 순우리말로는 학배기라고 하고 한자로는 蠆(전갈 채)를 써서 ☞수채(水蠆: 물 속에 사는 잠자리의 애벌레)라고 부른다. ☞무망(𧐟莣)은 잠자리 성충(成蟲)을 말한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 잠깐 와서 이야기 좀 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나는 ‘모’라는 말이 붙은 단어에 쉽게 동요한다. 모국어라든지, 모성, 모친 같은 단어가 그러하듯, ‘모’라는 말이 붙은 단어는 지키고 싶어진다. 그래서 갔다. 깜깜한 밤에 모교의 고등학생들을 만나러 가면서 떠올린 작품이 ‘연못 유치원’이다.
30년 전, 올챙이였고 수채(水蠆)였고 아기 붕어였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한 명도 남지 않고 모두 연못을 박차고 나왔다. 연못보다 훨씬 험한 세상에서 우리는 개구리로, 잠자리로 잘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학생들을 만났는데 몇몇은 씩씩했고, 몇몇은 우울했고, 몇몇은 힘겨워했다. 하루 왔다 가는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싶어 미안하다. 올챙이야, 아프지 말아라. 수채야, 잘 날 수 있길 기도할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런 말밖에 없다. 연못 유치원에 노니는 시간을 더 즐기고 소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하면 ‘꼰대’가 될까 봐 눈으로만 말했다. 열 마디 말보다 이 한 편의 시가 낫다.
이 작품은 동시다. 동시란 어린이를 위한 시를 말한다. 그것은 퍽 유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 말자. 잘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어린이가 있다. 그러니 동시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시인 셈이다.
✵문근영 시인은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효성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2015년 『열린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6년 <눈높이아동문학상>에 동시 「눈꺼풀」 외 15편이, 201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나무」가 당선되었다. 201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과 <금샘문학상>을 받았으며, 2019년 제1회 <목일신아동문학상>에 당선되었다. 시집 『안개 해부학』『그대 강가에 설 때』가 있다. 동시집 『연못 유치원』『앗! 이럴 수가』를출판 하였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동아일보 2024년 10월 26일(토), 〈詩가 깃든 삶, 나민애(문학평론가)〉》, 《Daum, Naver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