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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은 가봤니?"
유럽을 여행한 후 많이 들은 말 중의 하나.
아마도 '서유럽만 다니고 동유럽을 안 다녔다면 진정한 배낭객이 아니다'는 뜻이 함축된 것 아닐까...
그래서일까. 늘보(마느님 애칭)가 선뜻 지른 동유럽 3개국(오스트리아가 동유럽일까 아닐까...?) 항공권에 큰 반대를 하지 않은 이유가...
어쩌면 난 바보일지도 모른다. '절대로 안해!!!'라고 했던 것도 며칠 지나면 어느새 까먹고 헤헤 거리고 있다.
유럽이 그렇다. 2006년인가? 한달 다니며 먹거리와 그게 그거 같아 보이는 유적과 풍경에 싫증나고, 12시간의 뱅기이동에 신물을 내며 '다시는 유럽 안간다!!!'고 했던 기억이...까먹었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고 일주일만에 다시 생각났지만 어쩌랴...여기는 이미 루마니아인것을...
이제 시작해보자. 2014년 9월의 따스하다고 생각했지만 추웠던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글고 오스트리아 이야기를....
"20일동안 잘 다녀오자!!! 싸우지 말고, 아프지 말고, 사고치지 말고!!! 아자!!!"
요렇게 집 현관 앞에서 다짐을 하고 집을 나선다.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우리집 책상 위에는 늘보가 정성스레 써놓은 유서(?)가 있고(혹시나 일이 생기면 가족들이 보고 쥐꼬리남은 재산 등을 관리하라고 남긴다) 집은 갈끔히(?) 청소가 되어있고, 우리는 현관앞 거울에 배낭 맨 모습을 비춰보며 히히 거리고 있다.
이제 다시 떠난다. 길 위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세상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배우기 위해 10kg남짓의 배낭을 짊어진다.
이번 여행은 옛 어르신들이 구라파(유럽은 포르투갈말로 유로파 인데 중국에서 이 이름을 한자로 歐(토할구) 羅(비단라)巴(꼬리파)라쓰고 어우뤄바 라고 읽는다. 이 말을 우리가 차용해서 한자음 그대로 쓰다보니 구라파로 쓰게 되었다)라고 말하던 유럽, 그 중에서도 철의 장막이 드리워져 있던, 아직도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남아있는 동유럽,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오스트리아로 간다.
뭐 나라 얘기는 차츰 하기로 하고...
일정을 얘기하면 싼 뱅기를 타기 위해 굳이 우리는 일본 나리타로 간다. 그 많고 많은 인천발 유럽행 뱅기는 너무 비싸다. 직항이 최저 150부터 시작한다. 그래 러시아 항공은 100만원대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요게 싼게 비지떡이라고 너무 지네 좋은대로 결제하라고 요구한다. 가격은 싸지만 전액 현금으로 결제해야 하고, 그렇다고 마일리지가 적립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서비스나 뱅기 상태가 썩 좋지도 한다. 글구 모스크바에서 12시간 대기하는 일정이다. 우리 부부 이럴때는 스톱오버를 하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1인 75불인가 내야 한다.
그에 비해 오스트리아 항공은...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항공이라 정보가 적지만 이래저래 살펴본 결과
1.아시아나로 일본간다(이때 튜브 고추장 등을 얻을 수 있고, 마일리지 적립도 가능하다. 참고로 우리는 스얼 마일리지 적립 중이다. 내년에 중남미 비즈니스 업글을 위해 노력 중이다).
2. 오스트리아 빈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물론 다른 항공도 그렇겠지만 늘보의 강한 요구사항이 반영된 빈 체류가 가능해졌다는 얘기이다(물론 얘네도 항공사에서는 무료 스톱오버라고 했지만 친절한 여행사측에서 일괄적으로 1인 5만원의 체류비를 지들 맘대로 부과하셨다).
3. 아에로플로트보다 오스트리아 항공이 더 좋아 보인다.(이게 결정적이다. 글구 난 스킨헤드족이 무섭고 싫다!!!)
한국의 최대 명절 한가위를 무사히(?) 보낸 우리 부부. 9월 10일 아침 안성집을 나선다. 이제 우리는 버스타고 평택역, 기차타고 서울역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아시아나 체크인을 하여 자리를 배정받고, 출국 수속을 간단히 하고, 6900원짜리 직행을 타고(이게 지랄이다. 도심 체크인을 하면 꼭 직행타야 한단다. 아마도 되도않는 직행 만들고 지들이 봐도 승객이 없으니 어거지로 승객 채우려 하는 듯 하다. 그러게 애초에 10분 차이밖에 안나는 직행 따위를 왜 돈 쳐들여 만들었냐고...글구 또 사유화 하기 위해 팔겠다고? 에라이~), 인천공항에 가서 룰루랄라 여유롭게 직원용 게이트에서 여권을 보여준 후 라운지에서 우아하게 배를 채우겠지...
요거이 우리가 타고갈 법사네 뱅기. 단거리 구간인데 승객이 많아서인지 767-300 기종을 투입했다. 737-800기종을 주로 타던 여행이었는데 크고 모니터 달린 뱅기 타니 좋긴 하더라...^^
딜레이없이 도쿄에 도착 후 미리 예약한 공항호텔로 가기 전 공항에서 배를 채우기 위해 돌아댕긴다.
나리타 호텔 인근은 진짜 편의점빼고는 먹을게 적다. 그래서 공항에서 먹거리를 사곤 하는데, 동, 서편 모두 3층 이상에 먹거리 식당과 주전부리 할 것들이 많다. 물론 가격은 쎄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훌륭한 세일 가격을 만날 수 있다. 우리처럼....크하하~~~
요거이 우리가 득템한 먹거리. 조 스시들이 1인 800엔정도. 원래 가격이 1천엔 이상이던 것들인데 마감 정리하기 위해 세일 가격을 붙여놓았던 것들. 참고로 출국장안에서도 일식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비싸다는 거...
하지만 알뜰한 우리. 단란하게 비닐봉지에 싸와서 호텔방안에서 실버컵 맥주와 함께 즐겨주시고...
담날 아침 오스트리아 뱅기를 탄다. 참고로 호텔과 공항에는 무료 셔틀, 일본말로 송영버스를 운행한다.
오스트리아 항공은, 참 얘네가 우리에게는 듣보잡인데, 유럽에서는 상당한 집안의 아이들이다. 아시아에는 태국 방콕, 상하이, 일본 도쿄만 들어오는데, 지네 자회사인 트롤리안 에어를 이용한다. 글구 항공 그룹이 어마무시한데, 우리가 잘아는 독일의 루프트한자가 모기업으로 스위스에어, 오스트리아 항공, 브뤼셀 항공, 저먼윙스 등 전 세계 400개 이상의 도시로 운항하는 스케쥴을 자랑하고 있다. 한마디로 짱 잘나가는 항공사란 말씀... 하지만 역시 기분좋은 서비스는 국적기, 아시아나, 대한항공이 최고다.
자리는 3-4-3배열에 앞뒤 간격은 충분히 넓어 보인다. 하지만 모니터에 한국어 지원이 없다는 거... 많은 영화가 있지만 소용 없다는 거...일본어, 중국어는 있는데 한국어는 없다. 한국 취항을 안하기 때문 일거다.
12시간을 요기에서 지내야 하는데... 이륙하자마자 밥주고...또 먹을거 주고...또 밥주고...요게 우리가 아는 장거리 뱅기의 순서 아냐? 근데 얘네는 출발하자 마자 밥주는 것은 맞아. 그런데 그 후 도통 먹을걸 주지 않는다. 알량한 빵 하나 더주고는 내내 소식이 없다. 그러다 빈 도착 1시간전, 다시 말해 출발하고 밥 준 후 10시간 가까이 흐른 후에야 알량한 스파게티 하나 던져준다. 강제사육은 피할 수 있지만 도리어 허기진 배를 안고 서글픔을 누르며 잠을 청해야 할지도 모르니 미리미리 먹을 거 챙겨야 한다. 캬하하~
서서히 미쳐간다. 이코노미석을 타본 사람은 알거다. 8시간을 지나가며 느껴지는 짜증과 한숨. 아직도 인천-홍콩을 갈만한 시간이 남았다는 절망감. 그렇게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듯 시간을 꼬매고 나니 모니터가 이리 변했다. 4분만 있으면 빈이다!!! 인간승리 멋지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헝가리로 가야 한다는 거.
빈에서 1시간 20여분 있었지만 도쿄에서 지연 출발이 있던 관계로 1시간 안에 뱅기를 타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빈 공항이 넓지는 않지만 미로처럼 이리저리 꼬아놨다. 환승통로 따라 가다 볼짱 다 볼 뻔 할 정도로 어지럽다. 용케도 게이트에 가 보니 아뿔싸 라운지 구경도 못하고 왔다.
빈에서 부다페스트는 40분 거리. 제주도보다 짧은 운항이라 터보프롭기가 배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게이트에 들어오는 뱅기는 제트기.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포커 F-100, 70 기종이다. 요 뱅기는 엔진이 꼬리 날개 쪽에 달려있는데, 우리 자리가 맨끝 꼬리 부분이다. 좌석은 2-2 배열. 덕분에 40분간 음료 하나 먹고 시끄럽게 왔다.
부다에서는 에어비앤비로 숙박하기로 되어있고, 거기까지는 공항 미니버스로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가니까 아직 집주인이 안들어와서 기다려야 하고...
그래서 패닉에 빠진 늘보가 저리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고...
나름 우리의 동유럽 첫 맥주(하우스 맥주)다.
한 시간 안되어 도착한 집주인. 아니 집주인은 호주 여행중이라 친구가 왔는데, 집키를 준 후 이것저것 안내해주고, 재빨리 도망쳐 버렸다. 그래서 이 집에서 3일 동안 와이파이 못 썼다.
하지만 집은 그리 나쁘지 않다. 주방까지 사용 가능한 집.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집을 이용하는 것이라 잘 하면 현지인들과 친해질 수 있다.
이쪽 지역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애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목줄 달고 산책하는 사람도 많고, 곳곳에 애견 놀이터가 있다. 위 사진은 어린이 놀이터의 모습인데, 애견 놀이터는 잔디로 되어있는 곳에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고 개들이 뛰놀수 있게 해놓는다. 둘레에는 펜스를 쳐놔서 개들이 밖으로 나가서 사고나지 않도록 해놓은채 주인과 뛰어 다닌다. 길거리 곳곳에 배변용 쓰레기통이 따로 있는 것도 특이하다.
유럽하면 트램 아닌가. 부다의 트램도 다양한 노선이 운행된다. 서유럽과 다른 점이라면 아직 오래된 트램을 운행하고 있다는 것 정도. 어쨋거나 환경적, 교통흐름적, 경관적, 경제적으로 트램이 맘에 든다.
말그대로 글루미선데이의 한장면 아닌가. 하늘을 가득 메운 잿빛 구름과 스산한 분위기,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왕궁의 모습.
적어도 나는 여행가서 제일 재밌는 곳이 시장이다. 늘보도 그렇다고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르다. 내가 먹거리 쪽으로 흥미로워한다면 늘보는 사람과 아기자기함을 더 선호한다. 먹거리도 좋아하지만 치즈와 빵으로 국한되는 늘보의 취향이다. 참고로 어느 나라를 가던 빵집 앞에서는 시선을 떼지 못하고 한참 구경해야 한다. 나에게 하나 사달라는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며...
사진은 부다페스트 중앙시장.
저게 다 치즈다.
이번 여행에서 지난 유럽여행때보다 더 신물나게 치즈와 빵을 먹었더랬다. 뭔넘의 치즈 종류가 그리 많은지...
인도에서 맛들인 빠니르의 맛을 못잊어 며칠은 맛나게 먹었지만 그게 한계였다. 짜거나 시고, 느끼하고...
하지만 귀국해서도 치즈라면 사족을 못 쓰는 늘보는...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는 중앙시장은 1층은 각종 소매점으로 먹거리들이 산적해 있다. 2층 일부는 의류와 기념품, 일부는 먹거리 식당이다. 겉에 음식들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형식이라 이름을 몰라도 손가락질로 주문할 수 있다. 뭐든지, 어느 시간이든지 먹을 때는 맥주나 와인을 함께 하는 국민들이라 물컵대신 술잔을 옆에 놓고 먹는다. 가격도 식당보다 저렴하다. 참, 지하에는 슈퍼마켓이 들어서 있다.
하나같이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 이때에는 그랬다. 다 맛있어 보였다. 하지만 2주가 지나면서는 그게 그거...
다시 바찌거리를 지나 광장으로 들어서는 길. 어느새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언뜻 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나 광장 분수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얘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빵을 먹는다.
그리고 그 옆에는 거리의 악사가 멋들어진 음악을 선사해 준다.
여기가 유럽이다
앙증맞은 참새들도 오랜만에 목욕을 하고...
어느새 맑게 개인 하늘이 인사를 한다.
그래 이렇게 날씨가 받쳐줘야 여행의 맛이 나지...
원래 우리 여행에서 5시간 근무라는 약속이 있다. 하루 5시간 이상 돌아댕기며 관광을 하지 말자 라는 것인데.
유럽만 오면 그게 안된다. 늘보의 관광욕심, 궁전과 다리와 성당을 보고자 하는 욕망에 휘둘려 매일 10시간 이상의 강행군이 펼쳐졌다. 이 날도 아침 9시에 집을 나와 밤 10시넘어 귀가했다. 엄연한 노동착취다.
늘보는 더이상의 강제관광을 중단하라!!!
세체니다리 앞에서.
뭐 세체니다리에 대한 유래는 다 알겠지만 굳히 설명을 하자면 옛날 부다와 페스트로 나뉘어 있던 도시에 다리가 없던 시절. 부친의 유고소식을 듣고도 날씨로 인해 강을 건너지 못한 세체니란 귀족이 이를 악물고 다리를 지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후 세계대전때 다소 파괴되었던 것을 다시 복구하였는데, 이제는 부다페스트의 대표적인 다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세체니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왕궁가는 케이블카. 비싸다. 걍 걸어올라가도 20분이면 되기에 패쓰~
부다페스트는 평야에 건설된 도시이다.
사진으로 봐도 알겠지만 저 멀리 지평선이 보일정도로 산이 없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스카이라인도 잘 보이고 높은 곳에서 보면 경치가 끝내준다. 왕궁가는 중턱에서 찍은 사진. 이런 경치에 야경 불빛이 더해지면 볼만하다.
요기가 왕궁이다. 현재 왕이 살지는 않지만 유럽 어디나 그렇듯 왕궁의 위상으로 그 나라의 위상이 결정되기도 한다. 왕궁은 무료. 왕궁 박물관은 유료.
우리가 찾은 날은 부다페스트 와인페스트가 열린 날이다. 굳이 오후에 찾아간 이유도, 비싼 입장료(1인 2900포린트, 약 1만4천원)를 내고, 와인도 돈내고 사먹어야 하지만 잘 갔다. 실컷 구경하고 싸게 맛보고(잔당 100-300포린트) 즐겼다.
왕궁에서 내려다본 부다페스트 전경. 왼쪽 끝에 보이는 뾰족한 건물이 국회의사당이다. 저 건쿨도 야경의 명소로 꼽힌다.
같은 사진 다른 느낌이지 않은가. 디카가 아닌 핸폰 카메라의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멋지네...
헝가리 유명와인인 토카이 와인. 설명은 늘보의 포스팅 참조, 저 와인 한병이 1500 포린트. 식당의 30% 정도의 가격이다. 슈퍼에서 안파는 좋은 와인을 저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행운...
왕궁 앞마당에는 현지 공연팀의 노래가 이어지고, 저 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어우러진 행복한 밤이다. 그리고 내 옆에는 늘보가 있고, 손에는 와인잔이 있다. 퍼펙트하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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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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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녕하세요.. 저희 카페에도 올려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 잘보겠습니다.
배낭여행 꽃은 동유럽 여행인듯 합니다.
사진.글 잘읽고 보고 갑니다.
멋지네요 부부가 여행을 하면 참좋을거 같아요 즐감하고갑니다
아기자기한 부부여행기
미소가 저절로 번지게하는
행복한 여행기네요!!
잼나고 기분 좋아져요^^
모두들 친절한 댓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여행기 선보이겠습니다.
참으로 잼있게 쓰시네요 기대되네요 동유럽...
헝가리에 명물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