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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행은 느긋느긋~ 여유로움~ 현지인처럼~ 이 명제이다.
그런데...
늘보가 동유럽에 오더니 달라졌다. 앞서 얘기한대로 시차적응을 아예 무시하는,
새벽 5시 기상은 기본이고, 8시부터 나가자고 성화를 부리다 9시쯤 나가면 밤 9시가 넘어서 들어가려 한다.
부다페스트 자체가 관광지라는 것은 인정하겠으나, 우리의 여행 패턴상 이러면....탈난다.
한국에서도 자발적 비정규직, 멀티프리터를 주장하는 나에게 있어서
여행지에서의 하루 8시간 이상 근무는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강도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난 전생에 우주를 팔아먹은넘... 전생에 우주를 구한 늘보에게 이길 수 없다.
몇 차례 쿠데타를 도모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사전 발각되어 강제진압되고...
1-2차례 실전 쿠데타를 진행했지만 돌아온 것은 처절한 자기반성과 각서쓰기, 그리고 잔인한 보상처리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암소리 못하고 돌아댕겼다.
지리산 둘레길 걸을때도 소대장 잘못 만나 하루 20km 걸어당겼는데,
이번에도 사단장 따라 댕기느라 하루 죙일 걸었으니 아마도 평균 15km는 걸은 듯 하다.
그래도 늘보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으니... 좋다!!!(난 약한 서방이다)
누군가 집 나서면 고생이라 했다. 맞다. 고생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10살 아이로 돌아가는, 그런 것이 여행이다.
그럼에도 여행을 왜 다니느냐... 바로 낯선 거리 때문이다.
한 곳에 머물다 보면 익숙해지고, 편해지고, 더 편한 것을 찾고, 바꾸기 싫어한다.
그러면 영원히 바꾼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살게 되지 않을까.
흔히들 말하는 보수가 그런 것 아닐까? 사상적인 잣대 말고 일상적으로 현재의 가치를 그대로 가져 가고 싶은 사람들이 보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진보 아닐까.
그런면에서 우리 부부는 여행을 통한 일탈과 변화를 꾀한다. 그래서 여행, 그것도 아무것도 없는, 우리가 만들어가고, 그것마저 길위에서 변화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얘기로 돌아가자.
우리 여행은 총 20일. 그 중에서 뱅기 이동시간 뺴면 총 18박 19일 정도가 여행일정이다.
그 가운데 대도시인 부다페스트와 부쿠레슈티, 소피아는 2일 정도로 스쳐가기(?)로 했다.
대부분 그런가 모르지만 대도시가 싫다. 특히 여행지에서 만나는 대도시는 각박하고, 사람많고, 사기꾼 많고, 불량배많고... 암튼 싫기에 부다페스트에서도 짧게 이틀만 묵기로 했는데, 막판에 3일로 변했다.
왜냐고? 늘보가 부다페스트니까 그렇게 하겠단다. 여행 가기전 글루미선데이도 봤겠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좋다는 얘기도 들었겠다, 아주 뽕을 뽑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다페스트에서 유명한 것이 지하철. 검색해보면 아마 가장 많은 글이 지하철에 관한 내용과 에스컬레이터의 빠른 스피드 되시겠다. (진짜다. 못 믿겠으면 찾아봐라~)
위 사진은 처음 개통된 지하철 1호선. 근데 문화적 충격이라 해야 하나, 걍 놀랐다고 해야 하나.
도로에서 지하도따라 내려가면 바로 지하철 타게 되어 있다. 오래전 개통해서 그런 것인데, 많이도 안내려가고 한 15계단 내려가나? 그러면 바로 플랫폼이 펼쳐진다. 그것도 아주 작은 열차가 두량 정도만 설 수 있게 끔.
위 사진 아저씨 뒤쪽 밝은 부분이 지하도 계단이다. 그리고 아무 개찰구 없이 타게 되어 있다. 물론 한 쪽에 보면 주황색이던가? 펀칭기가 있다. 거기에 표를 찍어야 하고, 표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한쪽 플랫폼 구석에 부스가 하나있다. 거기서 사면 된다.
요게 그 유명한 부다페스트 겁나빠른 에스컬레이터. 내 느낌으로는 겁나 빠르지는 않고 걍 빠른 정도. 하지만 영등포역 1번 출구에 설치되어 있는 에스컬레이터에 비하면 5배 정도 빠른 스피트를 자랑하시겠다.
부다페스트에서도 3일권 패스를 끊고 다닐라 했는데, 첫 날 걍 둘러보자고 했다가 진짜 걍 온갖 곳을 다니느라 못 샀고, 담날인가 1일권 패스를 샀다.(비용은 늘보의 블로깅 참조)
지하철과 트램, 버스를 마구잡이로 탈 수 있는 패스인데, 고거 사고 무조건 타고 다녔다. 전날 너무 걸어다닌 것을 보상받겠다는 생각이 많아 아무거나 타고 봤다.
오늘도 왕궁 근처를 간다. 어제 갔던 왕궁 앞이 어부의 요새인줄 알았던 헛똑똑이들이 그 옆에 어부의 요새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고래서, 지하철타고 갈아타고, 버스타고 마차시 성당으로 향한다.
근데 무지 많다. 어제 와인축제에서 본 사람들은 걍 사람들이다. 여기 사람들이 진짜 인파, 인파다!
한국단체관광객부터, 일본, 중국, 독일, 미국 등 인종의 용광로가 따로 없다.
바찌거리에서 본 것은 맛뵈기에 불과했다.
늘보, 이분이 누규? 이분이 마차시인가? 헝가리 초대왕 이슈트반이시라네..
바로 요기가 어부의 요새가 되시겄다.
어부의 요새라 불리게 된 것은 예전 왕이 살 적에 마지막으로 왕궁을 지키던 마을 사람들이 어부들이어서 어부의 요새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요기도 부다페스트의 뷰 포인트 중 하나이다. 1층은 무료.
저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이고...
방이도 나름 다리 길게 보이는 포즈를 취한다.
어제처럼 걸어댕기지 않아 흐뭇해 하는 짐꾼 겸 요리사 겸 네비게이터.
가는 곳마다 결혼하는 커플을 보게 된다.
그런데 유럽권 아이들은 이상하게 결혼을 늦게 하는지 다 나이가 있어 보인다.
터키에서도 그랬는데, 이번 여행에서 만난 커플들도 다 30대로 보이는 외모.
나의 근거없는 분석으로 볼 때 아마도 10살부터 25살까지 절정을 이루는 미모가 그 후로 급격히 사그러들기 때문이 아닐까...(근데 동의하는 분 있지 않나?)
빠빠밤! 드뎌 부다페스트에서 나의 유일한 낙이었던 온천이 되시겠다. 알만한 사람은 다안다는 세체니 온천. 지하철타고 영웅광장 다음역에서 내리면 어렵게 찾을 수 있는 온천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야외 온천탕(말이 온천탕이지 35-38도 정도 되려나?)에서 혼욕을 하고, 그 옆에서는 수영모를 필히 착용하여햐 하는 수영장이 있다. 난 이게 전부인지 알았다.
하지만... 여기도 스파였다. 사우나도 있고, 유수풀도 있고, 별거 별거 다 있는 스파랜드 였던 것이다.
사진의 오른쪽, 아니 중앙위를 보면 난간같은 돌구조물이 보이시나? 거기가 입구이다. 돌 계단 아래쪽은 80도의 온도를 자랑하는 건식 사우나가 있고, 냉탕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물놀이들은 계단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그 안에 30도 정도의 낮은 탕부터 시작해 길게 뻗은 건물을 따라 다양한 탕들을 만날 수 있다.
거기서 이 쪽애들(주로 현지인들이 대부분이다 )은 남여 쌍쌍으로 별의 별짓을 다한다.
운이 좋으면 빨래판 복근도 만날 수 있고, 목욕하는 김태희도 만날 수 있을지어니~
근데 세체니 온천 이용하는 것이 마니 헷갈린다.
우선 입장권 사는 곳 부터 다르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서 바로 보이는 입구로 들어가면 아마도 캐빈(위 사진처럼 탈의실 공간)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락커를 이용하면 싸기는 하지만 화장실 등에서 옷 갈아입고, 물건도 알아서 비어있는 락커 찾아서 보관해야 한다.
캐빈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곳에서 나와서 오른쪽으로 돌면 또 다른 입구가 있다. 여기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면 되는데, 락커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캐빈안에서 옷 갈아입고 물건 보관하면 된다. 문은 우리 찜질방처럼 접촉하면 열리는 키로 되어 있으니 안심할 수 있다. 그리고 캐빈 들어가기 전에 직원에게 정해진 캐빈번호를 받으면 된다. 둘이서 하나의 캐빈만 빌려도 충분하다.
글구 여성들의 목욕 필수품인 드라이어기. 가져가지 않아도 된다. 저렇게 드라이어기가 3-4대 비치되어 있다.
한 사람이 오래쓴다고 눈치주는 사람없다. 자기들도 오래 쓰니까...
마지막으로 음식 가져가서 먹는 거 그리 눈치 안준다. 탕에서 먹으면 눈치 주겠지만 알아서 먹을거 사가서 드시며 온천을 즐기시라. 물론 안에서도 먹을 거 판다. 맥주도 판다. 비싸다!
온천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늘보. 다들 씻지 않고 탕에 들어온다고 투덜댄다.
역시나 3시간을 못 버티고 나가자 하여 나간 곳이 바로 요기 되시겠다.
농업박물관 앞 공원이다. 온천에서 영웅광장쪽으로 가다보면 나온다. 성도 있다.
요상하게 이번 여행은 가는 곳마다 축제를 즐길 수 있었는데, 어제 와인축제에 이어 이번에는 팜축제쯤 되시겠다. 저렇게 물소도 갖다놓고, 갖가지 농유업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요래 생긴 성문을 지나면... 또다시...
술이다. 와인과 치즈, 맥주가 우리를 반겨주신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오늘도 주님을 모시리!"
어제는 토카이 와인이었으니, 오늘은 피노누아를 마셔보자꾸나~ 에헤라디야~
그 와중에 내리는 보슬비를 안 맞겠다며, 온천으로 뽀샤시 해진 미모를 지키겠다며 살포시 우산을 꺼내들고 자기 와인과 안주만 지키시는 어여쁜 마느님~
참고로 요기서도 부스별로 와인이나 안주를 사서 아무 자리에서나 먹을 수 있다. 아마도 동유럽 전체 시스템이 그런 듯... 어제 간 바우덕이 축제에서는 자기 식당 자리에서만 먹게 하더만... (이렇게 하면 맛없어도 그 식당것만 먹게 된다)
알딸해진 기분으로 내리는 부슬비를 헤쳐가며 뒤늦게 도착한 영웅광장.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뷰포인트 중 하나라, 밤 늦은 시간에 비오는 중에라도 좋구만~
부다페스트의 부도심지 거리의 모습을 살펴보자.
특징은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때문인지 말그대로 글루미선데이의 분위기.
뭔가 세기말적인 암울함과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보인다.
인도처럼 더럽지는 않지만 곳곳에 낙서된 그래피티도 서유럽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고...
30년은 외관 정리를 하지 않은 듯한 이런 건물이 쎄고 쎘다.
이게 부다페스트의 분위기였다.
또 하나 나름 신기했던 것은 집들이 아파트 형식이기는 한데 옛 우리네 한옥처럼 ㅁ자 형식으로, 큰 대문을 지나면 안에 네모난 마당이 있고, 집들이 그 둘레에 있다.
누구나 들어가야 하는 대문이 저런 식으로 생겼는데, 진짜 오래되어 보이고, 관리 안해 보이지 않나? 그런데, 이 대문에 디지털키를 달아놓는다. 번호를 눌러 열게끔 하는 것인데 진짜 언밸런스 하다. 하지만 그건 여행자의 시각이라는 거. 여기서는 그게 일상일 수도 있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은 동상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요것도 뭔 작품인지는 모르지만 동네 골목에서 만났다. 생뚱맞게...
부다페스트에서의 마지막날 제대로 된 요리를 먹겠다며 다시 찾은 바찌거리. 그 중에서도 우리 늘보의 선택은... 여행자들의 블로그였다. 먼저 왔다 간 선배들의 블로그를 뒤지고뒤져 맛집을 찾아내 꾸역꾸역 찾아가는데..."얘야~ 마당쇠야 나님이 배가 고프니 그 식당을 알아서 찾아 내거라~" 하는 식이다.
그래서 먹은 것이 저거다. 쏘세지와 순대, 그리고 감자의 향연...(먹거리는 늘보 포스팅 참조)
그리고 찾아간 부다페스트 북역. 북역에서 국제열차들이 출발한다.
여기서 뻘짓 하나. 여행 고수랍시고 한국에서 헝가리 철도사이트를 통해 루마니아 시기쇼아라 기차를 예매했는데... 뭔가 비쌌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예매하면 맨 아래 요금보다 훨싸게 바로 아래 금액(Ticket of Fortuna)으로 예약 가능"이라는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 때 우리는 원가격 그대로 사버렸다. 침대칸도 아니고 쿠셋칸 4인용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이래서 배워야 한다.
요게 쿠셋칸 복도 모습. 문이 달려 있는 4인용과 6인용이 함께 있다.
하루밤을 같이 보낸 두 친구. 왼쪽이 포르투갈 아센다 , 오른쪽이 프랑스 에밀리인데, 둘 다 파리에서 일하는 관계로 불어로 둘이 의사소통한다.
근데 이 친구들 20대 중반이나 되었나 싶은데, 정치경제쪽 식견을 확실히 주장한다.
그것도 진보의 가치를 더 높게 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나도 뭐... 한 마디 보태서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 몰아치는 극우의 깃발이 언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는 혁명의 경험이 있기에 반드시 민중의 나라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네 사정을 얘기 했다.
유느님이 말한 "꽃처럼 예쁜 아이들이... 꽃처럼 한창 예쁠 나이에... 꽃잎처럼 날아갔다... 손에서 놓으면 잃어버린다... 생각에서 잊으면 잊어버린다..."처럼 416을 한탄했다.
그리고 새벽 7시 30분. 1시간의 연착이었지만 무사히 시기쇼아라에 내린 어느 부부의 다정한 염장샷!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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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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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행의 최고의 파트너는 친구도 좋지만 서로의 반쪽이 아닐까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부다페스트 좋은곳이죠
저번 여행때 부다페스트 갈까 말까
망서리다 1박2일로 다녀 왔는데
아쉬더라고요.
2박3일은 해야하는데 하는 후회을 했던곳입니다.
사진보니 그곳 그자리에서 보낸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남니다.
부다페스트는 듣기만해도
늘 설레이는 곳이죠~^^
세체니온천 가고싶어요
으~~~~^^
부부 여행을 좋아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세체니 온천... 좋습니다., 꼭 가보세요.
부다페스트는 전철로 다니기에 편한가요? 파리처럼...
좋은글 감사합니다
여행은 참 많은걸 주네요
미국의 신문왕인 퓰
리처가 헝가리 태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