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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바른 자리에 서고 바른 길로 가라”
21세기에, 2500년이 넘은 동양 고전 <맹자>를 돌이켜 본다는 것은 새삼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다. 최근 CEO와 경영인들에게 유행처럼 번지는 인문학 열풍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업과 경영이 세계의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받는 현시점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더 크고 더 오래 지속되는 기업으로 나아가려면,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마인드에서 출발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오래된 지식이니, 이를 통해 시야를 넓혀 그것을 리더십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면, 맹자가 말하는 10가지 보편적·고전적 가치를 주목하고 익힐 필요가 있다.
1. 부귀(富貴)
- 원칙과 의로 좇아야
맹자는 부(富)와 귀(貴)를 추구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원칙과 의(義)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부귀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욕구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고, 그렇게 해서 얻은 부귀가 의에 합당하지 않다면 그 부귀는 맹자 자신에게 뜬구름과 같다고 한다.
그가 여기서 소개한 일화인 ‘제(齊)나라 사람이 부를 구하는 법’이 재미있다.
한 제나라 사람이 아내와 첩을 두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외출을 하면 늘 술과 고기를 잔뜩 먹고 돌아왔다.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누굴 만나시는 거냐”고 묻자, 그는 “부귀인을 만났다”고 거드름을 피웠다. 아내는 첩에게 “내가 그를 따라가 봐야겠다”고 하곤 새벽 일찍 남편을 몰래 따라가 봤다.
그런데 그는 아무도 안 만나고 헤매다가 묘지 근처 제삿집들을 기웃대더니 집집이 돌며 술과 고기를 얻어먹고 들어오는 것이었다. 아내는 첩에게 “남편은 우리가 평생 존경해야 할 사람인데 이 정도의 인간이라니”라고 말하고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남편은 그날도 들어와 아내와 첩에게 교만을 떨었다고 한다.
2. 정도(正道)
- 정도·왕도·권도
맹자는 정도(正道)·왕도(枉道)·권도(權道)를 구분해 말했다. 정도는 대장부가 추구해야 할 옳은 길이고, 왕도는 잘못된 굽은 길을 말하지만, 권도는 ‘경우와 상황에 맞는 방식’을 의미한다. 정도에 따름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달리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조간자라는 왕이 유명한 사냥 말머리꾼인 왕량에게 자신이 총애하는 신하 ‘해’와 함께 사냥을 리드하게 했는데, 결국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해가 왕에게 “왕량은 형편없는 사냥지기”라고 말하자 그 말을 전해 들은 왕량이 왕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 하더니 하루에 열 마리 이상의 짐승을 잡았다.
그러자 해는 왕에게 “알고 보니 훌륭한 사냥지기”라고 치켜세웠다. 왕이 기뻐하며 왕량에게 해의 밑에서 일하라고 하자 왕량은 “내가 지난번에는 원칙대로 수레를 모니까 이분이 한 마리도 못 잡더니 속임수를 마구 부리니까 잘 잡으시더이다. 속임수로 성과를 내는 분 아래에선 일할 수 없습니다”고 거부했다. 맹자는 이 이야기를 하며 한낱 사냥지기도 속임수 부리기를 부끄러워한다며 자신의 원칙을 좇아야 함을 강조했다.
어자(御者)도 차수여사자비(且羞與射者比)하여 비이득금수(比而得禽獸)를 수약구릉(雖若丘陵)이라도 불위야(弗爲也)하니 여왕도이종피(如枉道而從彼)엔 하야(何也)오 왕기자(枉己者)는 미유능직인자야(未有能直人者也)니라.
3. 불소지신(不召之臣)
-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신하
맹자는 조직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리더 아래에 항상 맞장구만 치는 신하가 있어서는 안 되며, 윗사람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가 주장한 ‘윗사람’의 기준은, 조정에서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한 고을에서는 나이가 더 많은 사람,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에는 덕과 인격이 높은 사람이다.
맹자는 자신을 신하로 두고자 하는 왕들에게, “세상에 위아래를 가리는 데 있어서 내가 두 가지(나이·인격)가 더 높은데, 겨우 한 가지(지위)만 더 높은 이가 어찌 나를 아래에 두겠나. 나를 불소지신으로 두겠다면 모를까” 하며 거부했다.
4. 대인(大人)와 소인(小人)
- 작은 것 위해 큰 희생 안 돼
대인은 심지(心志)를 따르는 사람이며, 소인은 구복(口腹), 즉 내 입에 들어갈 것과 배가 부르게 하는 것에 연연하는 사람이다. 맹자는 “내 몸이 다 귀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 중요한 부위가 있다. 작은 부위를 위해 큰 부위를 버려선 안 된다”는 말로, “내 알량한 배를 채우기 위해 큰 의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체(體)는 유귀천(有貴賤)하고 유대소(有大小)하니 무이소해대(無以小害大)며 무이천해귀(無以賤害貴)니라. 양기소자(養其小者)는 위소인(爲小人)이며 양기대자(養其大者)는 위대인(爲大人)이라. 음식지인(飮食之人)을 칙인천지의(則人賤之矣)하나니 위기양소이실대야(爲其養小以失大也)니라.
맹자왈(孟子曰) 종기대체(從其大體)는 위대인(爲大人)이오 종기소체(從其小體)는 위소인(爲小人)이니라.
5. 종신지우(終身之憂)
- 내 몸 다할 때까지 할 걱정은?
내 재산을 불리는 것, 내 몸이 편안한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많은 걱정이 있지만, 맹자는 군자·대장부·대인은 세상을 위해 근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고(是故)로 군자유종신지우(君子有終身之憂)오 무일조지환야(無一朝之患也)니라. 내약소우칙유지(乃若所憂則有之)하니 순(舜)도 인야(人也)며 아(我)도 역인야(亦人也)로되 순위법어천하(舜爲法於天下)하여 가전어후세(可傳於後世)이어시늘 아(我)는 유미면위향인야(由未免爲鄕人也)하니 시칙가우야(是則可憂也)라.
우지여하(憂之如何)오 여순이이의(如舜而已矣)라 약부군자소환칙망의(若夫君子所患則亡矣)니라. 비인무위야(非仁無爲也)며 비례무행야(非禮無行也)니 여유일조지환(如有一朝之患)은 칙군자부환의(則君子不患矣)니라.
현대는 이(利)를 좇고 자신의 일신과 재산, 출세에 대해 근심하는 것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죽을 때까지 갖고 가야 할 근심은, 더 큰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맹자를 통해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동양적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6. 사대(事大)와 사소(事小)
- 작은 것 섬기는 어진 마음
맹자는 작은 것을 무조건 업신여김을 경계했다. 큰 것, 윗사람을 보고 섬기는 마음은 어쩌면 그 큰 것을 알아보는 지혜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작은 것, 아랫사람 앞에서도 무릎 꿇고 섬길 줄 아는 마음은 지혜를 넘어선 어진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큰 것을 섬기는 사람은 지혜롭고, 하늘을 두려워할 줄 알며,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있지만, 작은 것을 섬기는 어진 이는, 하늘을 즐기며 천하를 얻을 수 있다.
제선왕문왈(齊宣王問曰) 교린국(交隣國)에 유도호(有道乎)아. 맹자대왈(孟子對曰) 유유인자(有惟仁者)라야 위능이대사소(爲能以大事小)니라. 시고(是故)로 탕사갈(湯事葛)과 문왕사곤이(文王事昆夷)니 유지자(惟智者)라야 위능이소사대(爲能以小事大)니라.
고(故)로 대왕사훈육(大王事 )하고 구천사오(句踐事吳)니라. 이대사소자(以大事小者)는 낙천자야(樂天者也)오 이소사대자(以小事大者)는 외천자야(畏天者也)니라. 낙천자(樂天者)는 보천하(保天下)하고 외천자(畏天者)는 보기국(保其國)이니라.
7. 조장(助長)
- 억지로 하려다 결국 일을 망친다
맹자는 발묘조장(拔苗助長) 이야기를 통해 “억지로 성과를 추구해서 이익을 내기는커녕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한 송나라 사람이, 자기 밭의 싹이 잘 자라지 않자 조금씩 뽑아서 자란 것처럼 보이게 조장하다가 농사를 다 망쳤다. 안된다고 차라리 포기하는 사람은 아예 시도도 하지 않아 아무 득이 안 되겠지만, 도움이 되겠답시고 억지로 하는 자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이야기다.
송인(宋人)이 유민기묘지부장이알지자(有閔其苗之不長而 之者)러니 망망연귀(芒芒然歸)하여 위기인왈(謂其人曰) 금일(今日)에 병의(病矣)로라 여조묘장의(予助苗長矣)로라 하여늘 기자추이왕시지(其子趨而往視之)하니 묘칙고의(苗則槁矣)러라.
8. 용인(用人)
- 인재를 발탁하는 원칙
맹자는 인재를 발탁할 때 부득이(不得已) 해야 한다고 말한다. 측근이나 제후들이 한 인재가 어질다고 주장한다 해도 그에 의존해 함부로 발탁하지 않고 모두의 공감을 얻었을 때 마지못한 듯이 발탁해야 한다. 내칠 때에도 모든 신하와 백성이 동의할 때 내쳐야 비로소 자신이 인재를 등용하거나 내친 게 아니라 조직이 원해서 그리 된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야만 비로소 백성의 부모가 될 수 있다.
9.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
맹자는 “사람을 다스리고 사람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으뜸이 되는 경영”이라고 말했다. 하늘의 뜻인 천시, 즉 외부 환경보다는 내부 역량인 지리, 즉 갖고 있는 땅의 조건과 자원이 강하고, 그보다는 인간경영을 의미하는 인화, 사람의 힘이 더 강하다. 전쟁이 나도 좋은 바람이 불어 주는 것보다는 굳건한 성과 풍부한 양식이 든든하지만, 그 두 가지가 다 갖추어진다 해도 백성들과 군사들이 지레 도망쳐 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맹자왈(孟子曰) 천시부여지리(天時不如地利)오 지리부여인화(地利不如人和)니라. 삼리지성(三里之城)과 칠리지곽(七里之郭)을 환이공지(環而攻之)하여 이부승(而不勝)하니 부환이공지(夫環而攻之)에 필유득천시자의(必有得天時者矣)언마는 연이부승자(然而不勝者)는 시천시부여지리야(是天時不如地利也)니라.
성비부고야(城非不高也)며 지비부심야(池非不深也)며 병혁비부견리야(兵革非不堅利也)요 미속(米粟)이 비부다야(非不多也)로되 위이거지(委而去之)하니 시지리부여인화야(是地利不如人和也)니라.
고(故)로 왈역민부이봉강지계(曰域民不以封疆之界)하며 고국(固國)에 부이산계지험(不以山谿之險)하며 위천하(威天下)에 부이병혁지리(不以兵革之利)니 득도자(得道者)는 다조(多助)하고 실도자(失道者)는 과조(寡助)하니 과조지지(寡助之至)엔 친척반지(親戚畔之)하고 다조지지(多助之至)엔 천하순지(天下順之)니라. 이천하지소순(以天下之所順)으로 공친척지소반(攻親戚之所畔)하니 고(故)로 군자(君子)는 유부전(有不戰)이나 전필승의(戰必勝矣)니라.
10. 역자이교지(易子而敎之)
- 꾸짖을 땐 말 돌려 하라
자식을 가르칠 땐 직접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남과 서로 바꾸어 가르치라는 말로서, 맹자는 “아랫사람을 꾸짖음에 있어서 직접적 방식을 택해 서로 상처만 주고 의를 상하게 하지 말고 말을 돌려서 스스로 깨치게 하라”고 경계했다.
제나라 왕은 노루 사냥 도중에 사냥지기가 자신이 잡은 노루를 지키고 있다 그만 놓치자 그를 죽이라고 노발대발했다.
그러자 그의 어질고 현명한 신하가 나서서 “내가 대신 죽이겠다”며 “너의 죄는 노루를 놓친 것, 그리하여 어진 우리의 왕을 노루를 놓쳤다고 사냥지기를 죽이는 소인배로 만든 것, 그리고 이것이 소문이 퍼져 뭇 사람들로부터 우리의 왕이 비웃음을 사게 하는 것”이라고 고했다. 그러자 왕이 스스로 부끄러워 그만두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맹자가 항상 주장해 온 인격의 완성인 대장부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겠다. 대장부는 부동심(不動心)이라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과 호연지기(浩然之氣)의 옳음을 실천하는 기운, 윤리 경영철학이라 할 수 있는 선의후리(先義後利)를 가진 대인이다.
“대장부라 함은 이 하늘 아래 가장 넓은 자리에 떳떳이 사는 자이고, 이 하늘 아래 가장 바른 자리에 떳떳이 서는 자이며, 이 하늘 아래 가장 바른 길을 떳떳이 가는 자다. 내 뜻을 세상이 알아주면 백성들과 더불어 그 뜻을 실현하고, 내 뜻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나 홀로 나의 길을 걸으며 살리라.
부귀영화로 내 인생을 유혹해도 그것이 내 인생을 음란하게 만들지 못하리라. 내가 가난하고 천한 처지가 된다 해도 그것이 내 인생의 방향을 옮기지 못하리다. 어떤 유혹과 협박도 내 인생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니, 이렇게 사는 것이 대장부다.”
거천하지광거(居天下之廣居)하고 입천하지정위(立天下之正位)하니 행천하지대도(行天下之大道)니라. 득지여민유지(得志與民由之)하고, 부득지독행기도(不得誌行其道)니라. 부귀부능음(富貴不能淫)이며 빈천부능이(貧賤不能移)이며 위무부능굴(威武不能屈)이니 차지위대장부(此之謂大丈夫)니라.
박재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첫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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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가 말하는 10가지 보편적, 고전적 가치를
주목하고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자료를 새겨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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