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들 만큼 든 나에게 이젠 아무 숨길 것도 꺼릴 것도 없다.” '버넷의 생각’
그녀는 거의 주말마다 주로 서울 시내 곳곳의 무도장과 간혹 여러 댄스동호회 모임에 춤을 추러
가는 데 늘 혼자서 간다. 닉네임은 버넷, 장미과에 속하는 다년생 가시장미 인 “Burnet Rose’ 의
버넷이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이 장미는 작고 예쁘지만 다른 장미에 비해 날까로운 가시가 많은 것이 특징
이란다. 왜 그녀가 자신의 닉을 거기서 따왔는지는 그냥 대충 싱상해 볼 따름이다. 그녀도 여자니까
외모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몸매는 좀 갸냘픈 편이고 키는 좀 작은 편이다. 댄스하기에 딱 좋은 몸매이다. 나이는 60대 중반
얼굴 피부색은 젊은 시절부터 잘 가꾸어놓은 듯이 하얗고 곱다. 유달리 검고 숱이 많은 머리칼은
예쁜 화관처럼 따서 살짝 뒤에서 머리끈으로 동여맸다.
춤출 때 즐겨 입는 검정색 계통의 벨벳 댄스드레스는 소매가 팔꿈치까지 내려와서 크게 띠나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세련된 의상이다. 버넷이 매주 한 두 차례 거의 빠지지 않고
가는 댄스홀은 구로디지텰역과 영등포시장역 인근의 콜라텍이다.
그녀가 주로 가는 무도장은 모두가 우리의 사교춤은 물론이고 댄스스포츠로 일컬어지는 자이브와
룸바 그리고 왈츠와 탱고를 즐기는 자칭 춤의 고수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은 입장료가 2천원 이지만 오후 4시 이후에는 무료로도 입장한다.
그녀가 누군가 한 남자와 춤을 추기 시작하면 그 춤추는 모습이 너무 흥겹고 경쾌해서 간혹 주위에
누군가가 부러운 듯 지켜보기도 한다. 버넷은 누가 지켜보든 안보든 그런 것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녀가 잠시 쉬고 있으면 어느새 무도장에 고용되어있는 부킹해 주는 여자가 다가와서는 건너편
남자 쪽을 바라보면서 ‘춤 추실래요?’ 하고 묻는다.
버넷은 언제나 ‘춤 잘 추시나요?” 하며 좀 퉁명스럽게 되묻는다. 그러면 괜한 소리하고 있다는 듯이
‘그럼요. 잘 춰요’ 춤을 잘 못 춘다면 부킹을 해 줄 거 같으냐는 듯이 대답한다. 사실 그 부킹해 주는
여자는 버넷의 춤 실력을 이미 익히 다 알고 있다.
그녀가 주로 즐기는 춤은 자이브와 룸바 같은 라틴 춤과 왈츠와 탱고 같은 모던 춤이다. 물론
지르박과 부르스 같은 우리의 사교춤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따금 함께 추는 상대방 남자의 춤 실력이
좀 부족하다고 싶으면 남자의 잘못된 춤 리드는 무시하고 제대로 된 자신만의 스텝을 밟곤 한다.
상대 남자는 무안해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렇게 몇 곡 춤을 춘 후 상대방 남자는
미안해하면서 바로 옆의 식당에서 음료수라도 한잔 마시자고 한다. 주문한 시원한 병맥주를 한잔하고
는 그 남자는 돈을 지불한 후 몇 곡만 더 추자고 요청한다.
그러면 버넷은 그만 추겠다고 쏘아붙인다. 그러고는 속으로 말한다. “에고 춤 좀 더 배워오시지...
됐네요. 음료수 몇 잔 사줬다고 더 추자고 나한테는 그런 말 안 통하지...” “흥 욕하려면 욕하라지...”
그리고 적당히 놀았다 싶으면 그 무도장을 빠져 나온다. 아직은 환한 낮시간이다. 밤이 되려면 아직은
몇 시간은 더 지나야 한다.
바로 길 건너 도로변에도 무도장이 또 하나 있다. 이곳은 사교춤보다는 라틴춤을 즐기는 사람이 주로
많이 오는 곳이다. 오후 4시를 넘기고 있다. 이 시간에는 무료 입장이란다. ‘Y 성인콜라텍’이라는 간판이
눈에 선하게 들어오고 밖으로는 템포 빠른 경쾌한 우리 가요인 뽕짝풍의 노래가 얼른 입장하라는 듯이
쿵쿵 울려온다.
오늘은 버넷이 아직 춤이 부족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가 몇 곡 더 추고 싶은 마음으로 발걸음이 어느덧
이곳 무도장을 향한다. 이곳에서도 그녀는 자신만의 춤추는 방식을 고수한다. 가능한 한 제대로 배워서
춤추는 남자하고만 추려고 한다. 다행히 이곳에서 춤추는 남자들은 비교적 댄스 실력이 좋다.
그래도 그녀는 누군가 한 남성으로부터 춤 신청을 받기 전에 어떤 남자가 춤을 잘 추는지 또 자신과
흥겹게 댄스를 즐길 수 있는지 신중하게 관찰하곤 한다. 조금 전에 앞서 들어갔던 댄스홀의 남자들은
옷차림이 너무 캐주얼하고 춤 실력도 상대적으로 좀 떨어졌지만 오늘 Y콜라텍을 찾는 사람들은 유달리
겉모습도 좀 말쑥하고 발놀림과 손동작도 훨씬 부드러워 보인다.
그러나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은 그들의 겉모습과 춤실력이 다는 아니다. 간혹 짖긏게 구는 남자들도
있다. 특히 왈츠나 부르스 같은 춤을 추면서 노골적으로 몸을 밀착시키면서 상대방의 눈치를 슬쩍 살펴
보는 남자들도 있다. 그런 경우 버넷은 즉시 상대방 남자의 귀에 대고는 ‘왜 그러냐고 점잖치 못하게
자신은 여기 춤을 즐기러 온 것 뿐’ 이라고 상대 남자에게 귀뜀해 준다.
그러고는 그녀만의 춤 실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남자는 금새 정신을 차린다.
그러면서 그녀 자신은 순간적으로 언뜻 생각해 보며 혼자 조용히 웃는다.
“섹스란 노골적일 때 혐오감을 주지만 구름 뒤에 가려져 있을 때 희열을 느끼는 거고, 댄스는 떳떳하게
드러내서 즐길 때 기쁨을 가져다 주는 거지...“
좀 전에 함께 춘 한 남자는 진짜 신사답게 춤을 잘 리드했고 버넷은 기분좋게 댄스를 즐겼다. 그리고는
적당히 놀았다 싶으면 대부분 곧바로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온다. 버넷은 항상 무도장의 놀러 오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개성있는 춤을 추려고 노력한다.
어느 날은 춤을 다 춘 후 옷을 탈의실에서 댄스 옷과 슈즈를 갈아 신고 나오면 문 입구에서 좀 전에 함께
춤을 춘 듯한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난 듯이 2차로 한잔하자고 한다. 그러면 자신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고 단호히 거절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 억지로 붙잡힐 마음이 전혀 없다.
만일 같이 어울리기라도 한다면 그때부터 “자신의 자유는 속박을 당할 것이고 그때부터 스스로 어떤
밀폐된 공간에 장막을 씌운듯한 답답함을 느낄 거” 라고 스스로 단정해 버린다. 그리고는 그 남자로부터
얼른 벗어나면서 마음속으로 혼자 독백한다.
“나이는 좀 들었지만 세련될 수 있고, 몸매는 좀 부족하지만 우아할 수 있고, 때론 뻔뻔하지만 나름 품위도
지킬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비록 힘 약한 여자라지만 “어느 때고 정신만 바짝 차리고 있으면 이
세상에 그 누구도 무서울 것이 없다. 결국 내가 조심하면 되는 거야...나는 누구한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
로운 여자다.” (끝)
첫댓글 인생의 멋진 유머!
잘 읽고 갑니다 ^^
모임날이 어긋나 못 뵙네요!
오늘도 즐건날 되시기를 ~^^
변함없이 화이팅입니다!
잘 읽으셨다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요.
잘 지내시고 있겠죠.
오랜 만에 여기서 뵙는 것 같으네요.
마리아님도 늘 즐거운 날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윗!
게시글처럼!
댄씽을 운동삼아
추기 때문에
상대의 대해
관심은 없습니다
다만
댄씽만 잘 한다면
몇시간도 출 수 있지요~..
콩트!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해요 친구 운영위원 윈드님^*: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소리방장님,
많은 춤추시는 여성님들 중에 이렇게 개성이 있으신
분도 계시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댄방 모임에서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