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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깅하려니 어디까지 했더라...싶다.
잠깐 기억을 살려보니...
그렇다. 우리부부.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클리어하고 루마니아 시기쇼아라로 오셨더랬다.
이 구간을 이용한 선배 여행객들이 얘기했던, "너저분한 밤기차를 타고 왔는데, 이 열차가 가장 깨끗한 것인지 그 때는 몰랐다!"했던 기차를 타고...
한국인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새벽 기차칸에서 눈비비고 일어나 여권주니까 20여분 있다가 주더라..."도 겪어보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조심조심 부시럭 거리며 짐을 싸고 대기 중...그런데...
헝가리와 루마니아가 시차가 있더라는... 그래서 1시간을 꼬박 더 기다렸다는... 웃픈 얘기도 남겨주고...
어쨋든 루마니아의 시기쇼아라에 도착했다.
동유럽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똑같았는데... 여기 기차역이 사뭇 재미있다.
동남아국가의 기차역도 허름하다는 평을 받지만 여기는 기차역이 없는 곳도 많다.
부다-시기 구간도 그랬는데... 무슨 가건물 하나 세워놓고 기차역이라고 사람이 타고 내린다. 아니, 기차역은 고사하고 간이승강장도 없다. 걍 레일 옆에 알아서 내린다.
그런데 이런 기차역은 나중에 부쿠레슈티-소피아 구간에 비해 양반에 속한다. 그 구간에서는 걍 풀밭 가운데 내려준다. 그러면 옆에 난 오솔길로 나간다. 그게 기차역이다.
아무래도 이 지역에서 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 순으로 국가경제가 좋기에 그런지도...
어쨋든 그런 역들을 보니 예전 우리네 간이역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ITX새마을이 다니지만 예전 경춘선도 그랬다. 강촌역은 달랑 역사 하나 있고, 그 옆은 절벽이었다.
남해안 어느 역도 걍 건널목 하나 만들고 역이라 했더랬다. (아~ 쓰고나니 나님의 연식이 드러나는군...)
그러고 보니 시기쇼아라역은 얼마나 큰 역인지 알겠지? 위 건물이 기차역되시겠다. 누구 여행기를 보니 시기쇼아라역이 너무 작아 놀랐다더라 하던데... 이 정도면 간지나는 기차역 되시겠다.
시기쇼아라역 바로 앞 모습. 나 어릴적 시골 기차역 앞 풍경과 맞닿아있다. 허름한 건물에 가게들... 여기에 해장국집 하나 있으면 80년대 어느 한국 기차역이라해도 믿겠다...
"시기쇼아라는 조그마하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동네다"라고 론리플래닛에는 써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시기쇼아라에 들어간 것인데, 진짜 조용하더라... 현지인들 동네는 한적하고, 조용했다.
기차역에서 우리가 가고자하는 성안(역사지구)은 걸어서 20분정도 가면 되는데,
멀리서 바라보는 성의 모습이 이뿌다. 아침 햇살을 받은 성안의 교회 건물이 우리를 반긴다.(오글거리는 멘트하고는...쯔쯔)
요기가 시기쇼아라 역사지구쪽 집들이다. 여기 숙소는 성안, 성외곽에 위치하는데, 물론 안에 위치한 숙소가 비싸다. 하지만 성안의 숙소보다는 사람(관광객이 아닌)도 보고 루마니아 사람들의 생활도 보기에는 외곽이 더 낫다. 사진 가운데가 성의 정문.
시기쇼아라는 에어비앤비가 아니라 부킹닷컴에서 하루 예약하고, 숙소에서 하루 연장했다.
근데... 이넘의 숙소 찾기가 힘들다. 론리에는 표시가 안되어 있고, 어제 폰에 저장한 지도로 찾아가는데, 골목이 많다보니 숙소 찾느라 30여분을 헤맸다.
"어이, 네비게이터! 아침부터 이럴래? 아침부터 배낭메고 땀빼게 할거야? 냉큼 혼자 다니며 찾아오지 못할까!"
"예. 마님. 아침이라 아직 CPU가 원활히 돌자 않습니다. 여기 가만히 앉아계시면 제가 알아서 동네 한바퀴돌고 돌아서 꼬옥~ 찾아바치겠나이다" 요런 대사를 나누며 난 장렬히 아침 8시의 햇살을 따사로이(?) 받고 헉헉 거리며 성 안팎을 오르락 내리락했다.
결국 20여분 후 찾아낸 숙소. 이럴 때 내 맘은 이렇다.
"우와~ 드뎌 찾았다!!! 난 역시 인간 네비게이터야! 신난다 VS 쓰바! 골목에 찌그러져 있으니 내가 어찌 찾아!"
삐그덕 소리를 내며 들어간 숙소. 주인장이 한쪽에서 나와 나의 행색을 살핀다.
이 곳에서 동양인은 흔치 않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다니며 한국여행자는 물론 동양인도 보기 힘들었다. 고로, 주인장은 나의 방문을 눈치챘다.
"Oh~ You r CHOI! Welcome, Welcome"
"huk, huk, Yes. Im your Guest. Very Difficult to find this. I will bring My Queen. Can I Check in now?"
요런 영어를 나누며(참고로 나의 영어는 절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여기서 남이란 한국의 40대 남성을 지칭한다. 후후후) 키를 받고 마눌을 찾으러 가니...
마느님은 따땃한 햇살을 받으며 졸다 부시시 눈을 뜨신다.
"뭐하다 이리 늦게 오느냐! 따뜻하다 바람불어 추워졌지 않느냐... 그래 찾았느냐?"
"예. 마님. 가시지요..."
그랬다. 내가 발바닥에 땀나게 뛰댕길때 마누님은 한적하게 성을 감상하며 햇살을 즐기셨던 것이다.
하지만 난 절대 반항하지 않는다.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는 절대 여성을, 특히 마누님을 이길 수 없다. 그들에게는 내가 모르는 마법적인 힘이 있다. 나는 이해못하는 여성만의 높은 세계에서 노닐기 때문에... 그렇지 않고서야 "뭐 먹고 싶어" 물어보면 "아무거나" 해놓고 "그럼 삼겹살 먹자"했을 때 "그거 말고..." 식으로 10분간 애간장을 태우지 못할 것이다. 1시간짜리 드라마를 보고 3시간동안 주구장창 친구와 얘기를 나누지 못할 것이다. 1시간 가까이 전화통화후 마지막 인사가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는 여성들의 인사법은 남자, 특히 남편들의 도전의지를 충분히 사라지게 하는 마법적인 효과가 있다. 그렇기에 나는 마느님에게 대들지 않는다. 그게 편하다.(고 위안한다)
여기 숙소는 수십년된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우리가 배정받은 방도 마치 루이16세 시절 마리앙뜨와네트와 빠리여행을 하던 집사들이 묵었던듯한 고색창연한 분위기가 넘친다.
헝가리에서 루마니아 왔으니 돈을 바꿔야 겠는데... 9시 전이라 환전소도 은행도 문을 안열었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아주 작은 도시이다. 여행자를 위한 24시간 환전소 같은 것은 애시당초 없다. 은행이 열어야 돈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근데... 여기 일 스타일이 하세월이다. 아니 이게 정상인가? 9시 전에 사람들이 은행 앞에 줄을 쫙 서있으면...(이것도 이해 안간다. 왜 아침부터 은행에 줄서있는지...뭐지? 아는 분 있어요?) 은행이 느지막히 열고 일을 보는데, 절대 안 서두른다. 그것도 5명이 자리에 있으면 단 1명만 고객을 상대하고 나머지는 모른척 한다. 그러다보니 환전하는데 30분 걸렸다... 에구.
아침 일찍 도착한 관계로 밥을 먹어야겠는데... 늘보(마눌)의 눈이 심상치않게 돌아간다.
이럴때는 두가지 경우다. 뭔가 재미난것을 발견했던가... 뭔가 먹고 싶은 것을 발견했을 때이다...
옳다구나... 맞혔다.
마느님은 아침 9시에 피자를 먹고 싶으신 거였다. 아침 9시에...9시...
그러면서 나에게는 다정한 어투로 이리 말씀하신다.
"서방, 서방 고생했으니까 맥주먹어... 여기 맥주 맛있대..." (누가 그러던? 엉?!!!)
그러면서 이집 갈까 저집갈까 고민하더니 나에게 결정하란다. 하지만 난 안다.
이럴때 원하는 답을 하지 못하면 난 귀찮아지리라는 것을...(잽싸게 눈치를 살핀 후) "여기? 아니면 저집?"
"그래 저집 가자. 햇살은 비추지만 맛있어 보여. 가자~" 난 정답을 맞추었던 것이다!!! 에헤라디야~
보이시는가? 아침 10시경 피자를 시키고 맥주를 드시는 우아한 광경을..맛있기는 하더라...
어쩌면 이때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빵, 피자 기피증상은...
그런데 갑자기..난데없이... 아해들이 꾸역꾸역 들어온다. 교복을 입은 것으로 봐서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인듯 한데... 단체로 들어와서 차시키고, 맥주시키고 담배 피워댄다...
혹시 졸업식인가? 했지만 아닌듯...
우리의 고즈넉한 아침식 맥주는 그들로 인해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서로서로 힐끗 구경하며 마쳤다.
시기쇼아라 성내 시계탑.
시기쇼아라는 너무나도 유명한 드라큘라의 탄생지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라는 소설가의 머리속에서 탄생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우리가 아는 드라큘라는 피빨아먹고, 여자 좋아하는 인물... 영화와 소설의 재미를 위해 망가진 한 인물의 생애를 살펴보면...
본명. 블라드 체페슈 3세. 체페슈는 루마니아어로 꼬챙이란 뜻인데 그는 죄를 지은 사람이나 적군(오스만)을 꼬챙이로 꽂아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루마니아의 시각으로 보면 체페슈는 강인한 지도자이자 전사, 그리고 가족을 위해 싸운 아버지일 뿐이다.
루마니아 사람들은 외국 작가에 의해 난도질 당한 드라큘라에 대해 그리 좋은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관광수입이 되기에 모른척할 뿐. 그들에게 드라큘라 백작은 루마니아의 영웅 중의 하나이다.
여기가 성안에 위치한 체페슈 생가. 지금은 식당이다.
시기쇼아라 역사지구안의 광장.
유럽은 어딜 가나 광장이 있어 좋다. 햇볕도 쬐고 구경도 하고, 먹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찰버스가 막아버리고, 사람들 못 모이게 잔디심고, 바닥 분수대 만들고, 앉을 곳 하나 없도록 만든...진짜 맘에 안든다.
광장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야 한다. 그게 맘에 들든 안들든 광장은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요기 유럽사람들이 즐기는 광장의 한가함과 느슨한 휴식을 대한민국 사람들도 즐겨야 한다. 오죽하면 치킨집들이라도 광장분위기 내라고 플라스틱 간이 테이블 내놓고 밖에서 먹으라고 하겠냐고...에궁
음... 이사진...맘에 안든다. 다리짧고 배나와 보이게 찍혔다.
현실은...음... 그래도 이런 사진 맘에 안든다...
여기서도 웨딩 사진이 한창이다.
좋겠다. 기분 한껏 낼 수 있어서... 살아봐라~ 얼마나 좋은지...
여기는 광장쪽에서 언덕위로 나있는 나무 터널(?). 산상교회로 이어지는데 철학자의 길이라고도 불린다.
175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이뿌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시기쇼아라 역사지구 아래쪽 모습.
밤마다 이어지는 조명과 중세건물의 조화란...
이런 맛에 유럽을 오기는 한다.
또 하나. 시기쇼아라에는 강이라기엔 작고 개천이라기엔 큰 천이 흐른다.
물이 깨끗하지는 않는데 저녁마다 산책을 가고는 했다.
개늑시에 천을 따라 걷다보면 멀리 보이는 시기쇼아라성의 모습과 천에 비치는 조명의 은은함에 여행의 기분을 맘껏 즐길 수 있다. 그 시간에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리 무섭지도 않다.(어쩌면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했을지도...)
요기는 시내쪽, 천 바로 앞 정교회 내부.
글구... 시기쇼아라에도 시장이 있다. 천따라 내려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데(그렇다고 천 옆은 아니다. 걍 사람 많이 오가는 길 따라 가라) 과일, 야채, 치즈 등 안파는거 빼고 다 판다.
진짜 루마니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저 프룬과 청포도가 어찌나 달든지...벌들이 웅웅 거리며 날아다닌다.
글구 500그램만 사는 우리에게 넉넉하게 퍼주고, 청포도도 맛 보라며 두송이 얹어주는, 루마니아인의 웃음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요기는... 몰랐다. 첨에는 시기쇼아라에만 있는 맛집. 아니 맛빵집인줄 알았다.
1레이(약 300원)만 주면 맛난, 갓 꾸운 빵을 주는데, 안에 쏘세지 있는 것은 1.5레이. 얼마나 착한 가격인가...
매번 줄 서 있는 현지인들을 보고 우리도 눈치껏 줄을 서 샀더랬다.
그런데...체인이었다. 부쿠레슈티에서도 보고, 브라쇼브에서도 보고...
하지만 직접 구워주는 빵은 진짜 맛있다.
돌로 만든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집들.
일부는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고, 일부는 현지인들이 산다.
요게 블라드 체페슈의 두상. 루마니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지만 탄생지에서 보는 두상은 그리 정가는 모습은 아니다. 성 교회 옆 위치.
이틀동안 줄기차게 즐기던 광장에서 마지막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는 늘보.
언제나 유럽 광장 한구석탱이에서 책읽고 커피마시고, 사람 구경하고 싶어하는...
에이 기분이다! 유럽 또 가자!!! 마눌!!! 가자!!!(대신 따뜻한 지중해쪽으로 가자!!!)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나는 우리.
다음 목적지는 브라쇼브다. 기차 시간이 아침 8시 정도. 다시 아침 햇살을 안고 기차역에 간다.
3시간 남짓 걸리는 길. 2등칸도 저렇게 구획이 나누어져 있다. 물론 트여 있는 곳도 있다.
시기쇼아라 한줄 정리.
자그마하고, 여유로운, 루마니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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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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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배나온거야 어쩌겠어요.. 즐거운 여행이 최고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루마니아
사진 잘~보고갑니다.
아는 지인 루마니아에 있어 오라하는데
망서렸는데
다음엔 루마니아 다녀와야겧네요.
가고 싶은 곳이 하나 더 추가되었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시기쇼이라!!
매력있어요~~^^
감사합니다!!!
시기쇼아라와 앞으로 볼 불가리아의 한 곳... 가장 좋았습니다. 여행기에서 뵙겠습니다.
ㅋㅋ 잼있어요... 어딜가나 덤이란 거 있군요 정겨운 모습이구요
여행의 참 묘미를 느끼게 해주네요....
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