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는 풋풋한 대학생이다.
빅터의 집은
방이 네 개인 빌라 형태의 집인데, 여자친구인 한나와 대학 친구 두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역시 자신의
방을 우리에게 내어주고 본인은 친구 방으로 갔다.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는 빅터와 한나의 모습이다.
한나와
텐덤바이크(2인용 자전거)를 타고 여행한 사진을 포스터로 그려 놓았고, 여행 스토리는 책으로도 만들어
놓았다.
유럽인들의
환경 보호에 대한 의지는 각별하다.
프랑스에서
만난 케서린은 긍정적이고 온화한 그녀의 성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항상 기분 좋은 주제로만 대화를 이어 갔었는데, 단 한번 그녀가 진지하게
뭔가를 비판했던 주제가 있었다.
일본의 포경
활동에 대한 비난이었는데, 특히 일본 어선들이 돌고래까지 포획한다는 얘기를 할 때의 표정은 나를 통해 일본 정부에게 항의 의사를 전달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중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대사를 불러서 케서린의 항의를 전달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어 공부부터 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가장 큰 고비가 아닐 수 없다.
빅터의
여자친구 한나도 채식주의자인데, 체질적인 이유가 아니라 환경 보호에 대한 의지가 이유라고 한다.
요즘은
빅터도 한나를 따라 점점 채식으로 바꾸는 중이다.
다음 날
아침, 빅터가 비엔나 관광 자료를 준비해 놓았다.
손글씨로
안내 자료까지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걸 보니...
귀국하는
대로 영어 학원에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참 감사한 일이다.
비가 오지만
관광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비엔나 중심부로 향했다.
저 멀리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안에
들어가서 역사적인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보행 신호를 기다리는데 빗줄기가 굵어졌다.
불타올랐던
관광에 대한 의지가 빗물에 꺼져버렸다.
날씨까지
추워서 따뜻한 맥도날드로 들어왔다.
(유럽의
맥도날드 가격은 열을 확 오르게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비슷하게 생긴 저 쌍둥이 성당도, 사그라진 우리
의지로는 찾아갈 수 없을 정도로 멀다.
춥다..
어제까진
뙤약볕 때문에 나체로 자전거를 타고 싶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점퍼를 입고도 입 돌아갈 지경이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길을 잃어버린 탓에 이름 모를 성당의 근접 사진 하나 건졌다.
(나중에
애독자분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성 스테판 성당'이라고 알려 주셨다)
한참을 더
헤맨 덕분에 하나 더 건졌다.
(이 건물은
'호프부르크 왕궁' 이란다.)
돌아오는
길에 사온 식재료로 우리가 저녁을 준비해서 다 같이 먹고 비엔나에서의 둘째 날을 마감했다.
다음 날까지
비가 와서 하루 더 묵게 되었다.
집안에서
여행족들이 할 수 있는 건 역시 여행 이야기다.
빅터와
한나는 텐덤바이크로 이란까지 갔다 왔었단다.
사진이 참
이쁘게 나왔길래 멋있다고 칭찬을 했더니 선물로 주겠단다.
이렇게
하나하나 추억의 땔감들이 쌓일 때마다 이번 여행의 보람은 점점 더 커진다.
빅터의 오래
된 패니어.
그들만의 구호도 새겨 넣었었나보다.
책으로도 만들어 놓았다.
참 착하고
예쁜 청년들인 빅터와 한나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이들의 집을 나왔다.
오늘은
도나우강을 따라 슬로바키아 국경 근처까지 가야 한다.
자전거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렸는데 한 무더기의 여행자들이 되돌아오면서 길이
막혔다고 한다.
이 사람들도
곤란했겠지만 우리도 참 막막했다.
지형상 이
루트가 아니면 슬로바키아를 거쳐 바로 헝가리로 들어가려는 우리 일정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동쪽 국경을 지나가는 도나우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 다리에 진입하지 못하면 상당한 거리를 돌아가야
한다.
아까
모였던 사람들의 일부는 결국 일정을 미루고 비엔나로 되돌아가는것 같았지만 우린 그럴 수가 없다.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를 수시로 확인해가며 우회 도로를 찾아 전진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불안감은 더해 가지만 가급적 오늘 중으로 그 다리를 건너야 한다.
물에 잠긴
도로들을 피해서 10km를 우회한 끝에 결국 다리에 도착했다.
다행히 다리는 통행이
가능했다.
정말 천만
다행이었다.
통제된
진입로들이 많아서인지 차들이 별로 없다.
무사히
다리를 넘어 미리 위치를 파악해 두었던 캠핑장에 도착했다.
잔디에
텐트를 치면 20유로(3만원), 방갈로는 35유로(52,000원)였는데, 이 날 이동거리가 100km를 넘긴 데다가 모기에게 나눠줄 피도 모자란
것 같아 방갈로로 들어갔다.
다음 날
슬로바키아와의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오스트리아
동쪽 지역은 대부분이 평지라서 비만 안 온다면 자전거여행자에겐 반가운 루트다.
드디어 슬로바키아 국경이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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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http://cafe.daum.net/bpguide)
첫댓글 다행히 다리를 찾으셨군요
여행자에게 친절한 만남은 희맛인듯합니다
구글지도 정말 유용하군요. 잘 활용할수있게 익혀가야겠어요
아 구글지도가 은인이네요 앞으로도 기대만땅...
운도 따랐겠지만 김기사님의 순발력과 기지가 대단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