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1,000억원의 주인공을 가리는 제10회 로또추첨을 앞두고 방송국과 국민은행에 초비상이 걸렸다. 로또추첨방송이 생방송이 아닌 녹화방송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 시민이 크게 늘어난 데다 1등 당첨자의 신분보장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와 로또추첨방송 진행자와의 인터뷰(관련기사 30면)를 통해 추첨상황이 녹화방영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지자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철저하게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로또 방송이 생방송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내용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로또추첨은 토요일 오후 8시 시중 판매처에서 접수가 마감되면 서울 여의도 SBS방송국 5층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곧바로 이뤄진다. 방송국 관계자에 따르면 대략 오후 8시5분께 추첨이 실시되며, SBS스포츠뉴스가 끝나는 8시45분께 약 70초간 녹화방영된다.
녹화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구심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SBS측은 6일 국민은행측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르면 이번주부터 1시간여 동안 이뤄지는 로또추첨 준비상황과 녹화장면을 모두 촬영해 매주 인터넷(www.sbs.co.kr)을 통해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또 추첨 전 추첨기계(할로겐)를 점검하기 위해 이뤄지는 5번의 리허설 추첨에서 뽑힌 숫자도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로또추첨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SBSi의 남병욱 프로듀서는 로또추첨이 녹화방송되는 데 대해 "프로그램을 제작한 뒤 녹화내용을 지방방송국에 전달, 가장 이른 시간 내 방영하려면 로또 접수가 끝나는 대로 추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등 당첨자의 신원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도 방송국과 국민은행을 긴장시키는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모 방송사를 통해 1등 당첨자가 당첨금을 수령하는 장면이 제대로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채 방영된 뒤 신원이 알려진 당첨자가 큰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인영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장은 "당첨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당첨금 전달식을 비밀리에 갖고 당첨자 신원에 대한 어떤 사항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또 일일 매출액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면서 '로또 광풍'이 더욱 뜨겁게 몰아치자 7일부터 일일 매출액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편의점, 복권방, 테이크아웃커피점 등 전국 4,500개 로또 판매처에도 비상이 걸렸다. 로또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들면서 일부 편의점에서는 10만원 이상 구입하는 사람에게 신상과 연락처를 물어보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한편 뜨거워진 로또 열풍을 식히는 데 뒤늦게 발벗고 나선 정부는 6일 청소년에게 로또를 팔거나 1명에게 10만원 이상 판매하는 업소를 철저히 단속, 위반시 판매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방침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