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NY-SIDE UP
[s∧nisaid-] ((미)) 달걀을 한쪽만 프라이한.
((한))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달걀 요리법.
((EGG적 의미)) 대중적인.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달걀 요리는 아무래도 한쪽만 살짝 익힌 달걀 프라이겠지. 그래서 서니 사이드 업에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고 지금까지 익숙해진 발라드 음악을 위주로 담았다. 맑은 감성에 우수가 겹친 듯한 그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노래들이 모였다. 꼭꼭 씹는 것처럼 발음하는 그 특유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승환을 '발라드의 황제'로 알고 잇는 사람들에게는 '딱'인 앨범.
"7집 앨범의 키워드요? 대중성은 철저히 대중성으로, 내 음악은 철저히 내 음악으로예요. 그래서 두 장으로 낸거구요"
자신의 발라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니 사이드 업 사서 듣고, 이승환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은 사람은 오버 이지를 사서 들으라는 컨셉, 어찌 보면 좀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난 이 음악 하고 싶지만 당신들이 좋아하는 곡도 함께 냈으니 알아서 사서 들으라.'는 식의 이번 앨범이. 하지만 "팔려야 하잖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 앞에서 무슨 말을 더하랴. 그건 단지 상업성이라는 말로 단정짓진 말자. 근 3년을 그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저 좋다는 음악'만 내놓을 뻔뻔함이 그에겐 없었기에 함께 내놓는 종합선물 세트라고 생각하자.
"음반을 낼 때 두려움은 없었어요. 이번 건 음악적인 성격은 약하지만 대중성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요즘엔 대중성이라는 것이 어떤 뜻인지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는 것 같아요. 다른 가수 음반 작업을 하면서 뜨려니 생각한 건 망하고, 유희열처럼 너무 어렵지 않나 싶은 것은 오히려 사랑을 받으니까요. 제가 14년전 1집을 냈을 때는 이상하게 자신감이 있었어요. 1년 후에 떴는데도 조바심도 없고 '이 정도면 뜨지 않나?'하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젠 점점 대중성이 뭔지를 모르겠으니..."
키워드 중 하나가 대중성이라고 해놓고 대중성이 뭔지 점점 모르겠단다. 요즘은 음악의 대중성이라는 것보다는 가수의 이미지로 음반을 파는 세상이니까. 언제나 대중음악 시장은 열악했지만 이렇게 바뀌는 음악 환경이 그로선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래도 그는 씩씩하다.
"겁이 나야 되는 상황인가? 그래도 난 겁이 나진 않는데."
'콘서트에 가보지 않고 이승환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콘서트에 가기 전 사람들은 이승환을 발라드 가수로 안다. 하지만 콘서트를 보고 난 뒤라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공연 때 그의 노래는 발라드, 록, 때로는 댄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으며 현란한 스테이지 매너로 라이브의 귀재임을 확인시킨다. 보는 사람도 힘들 정도의 공연을 4시간 정도 그것도 40여곡의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며 팬들을 이끈다. 정말 여기는, 무대 위에서 노래 몇 곡 한 걸로는 라이브 축에도 못 끼는 무서운 동네이다. '노래도 한 10년 해야 노래 좀 하갔구나 하고, 무대 위에서 노래도 한 40곡은 해야 공연 좀 하갔구나.' 소릴 들을 지경이다. 그 파워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12월 31일의 공연도 장장 4시간 50분 동안 진행됬다고,
"공연 때는 언제나 힘들어요. 숨이 끝까지 차오죠. 게다가 워낙 제가 비실비실 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로부터 기(氣)를 받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기를 받아서 공연을 하죠. 그런데 2년전 부터는 무대 뒤에 산소 호흡기를 배치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공연을 하다가 두 번쯤은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거든요. 공연하다가 머리 속이 하얘진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아직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느 거예요."
세상에, 공연 중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는 얘기다. 그러고도 버티나.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제가 직업병이 있어요. 요기 발목 앞쪽이 많이 아프거든요. 접골원에 가거나 스포츠 마사지를 받아도 소용이 없어요. 제가 발목이 정말 가늘거든요. 이것 봐요(정말 가늘다. 내 손목보다도 가는 것 같다. 슬쩍 옷소매를 내려 손목을 가렸다). 원인이야 뻔하죠. 제가 공연 때 요렇게 앞발로만 뛰거든요. 그러니까 발목이 견디지 못하는 거지."
"아, 그러게 아프면 어지간히 좀 뛰어요. 공연 때 보면 쉬지 않고 뛰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발목이 아픈데도 공연 때는 내가 공중에 한참 떠 있는 게 스스로 느껴져요. 재미있으니까 '더 높이 뛰어야지.' 그러고선 더 놓이 뛰죠. 평상시에는 아파서 그렇게 뛰라고 해도 못 뛰어요."
지금부터, 콘서트에서 그가 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조마조마할 것 같다. 얼마나 집중을 하면 아픈 것도 모를까. 하긴 공연 반년 전부터 자기가 기획하고, 콘티 짜서 올리는 콘서트이니 그만큼 애정이 갈 밖에. 이렇게 준비한 공연은 정말 버라이어티하다. '저러다 혼절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열창하는 노래 땜에 감동 먹고, 불과 물과 뱀(이건 아니다.)을 이용한 온갖 쇼 때문에 달뜨고, 기타가 부서지면서 흥분하고, 사람이 공중을 날기 시작하면 몇몇은 기절한다. 이런 식의 이승환만의 파격적인 콘서트 기획은 이제 다른 가수들이 다 도용할 정도로 콘서트의 기본이 되고 있다. 물론 그의 열창의 무대가 주는 감동만은 어느 가수도 따라 하지 못하지만.
"이런 식의 공연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예전부터 지겨운 공연은 사람들이 보러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수 효과가 늘어서 재미있어지면 관객도 늘고, 그 돈으로 음향에 투자하면 더 줗은 공연 할 수 있고, 그러면 관객들도 좋고, 전 이런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공연을 보는 동안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을 즐기길 원하니 그걸 만족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음악적 능력이 전제가 된 상태에서요."
최근 콘서트 문화가 많이 활성화되었다. 연말에는 공연장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콘서트 스케줄이 꽉차 있다. 이런 콘서트 문화에 일조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이승환이 아닐까.
나날이 풍성해지는 콘서트 식단에 무얼 골라 먹을지 고민이어서 행복한 사람들은 그에게 일단 감사의 표시를!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콘서트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이야기는 마치 미카엘 엔데의 [네버 엔딩 스토리]처럼 다양한 소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끝없이 이어지고, 그런 인터뷰를 마치고 글을 쓰려니 자꾸만 늘어지는 이 상황. 그래서 이쯤에서 손들어 버리기로 했다. 그 많은 이야기를 다 옮길 수는 없고, 나머지가 궁금하다면 방법은 단 하나, 직접 콘서트장을 찾길.
그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