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를 넘나드는 말복더위
한여름 도심에서 여름나기, 은행은 옛말이다.
요즘 최고의 피서지는 버스 안이다.
찬바람 쌩쌩 도는 버스 타고
세상 사람 살아가는 모습 바라본다.
버스는 자상하다.
내가 타면 “삐~”하고 그만이지만
무거운 가방 둘러맨 학생이 타면
“삐비~”하며 위로의 말 한마디 더 보탠다.
버스는 도사(道士)다.
사람 틈에 줄지어 슬쩍 갈아탔는데
“환승입니다.” 족집게처럼 집어낸다.
우리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데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이며,
다음 가야할 곳, 어디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버스는 인정사정없다.
많은 사람들이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잔액이 부족합니다!”
내 주머니 사정 만천하에 공개한다.
버스는 까다롭다.
조금이라도 삐딱하면, "카드를 다시 대 주세요!"
지갑 빼곡한 돌려막기 카드는, "한장만 대 주세요!"
불호령 친다.
버스는 삶의 축소판이다.
자리 잡아 편하게 목적지까지 가는 사람
만원버스 시달리며 무거운 짐 들고 가는 사람
용케 잡은 자리지만 미련 없이 양보하는 사람
책을 보고 가는 사람, 수다 떨면서 가는 사람
버스는 인생길이다.
승객 저마다 목적지가 다르다.
최고의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며
다만, 각자 최선의 방향으로 간다.
먼저 탄 사람이 멀리, 길게 가는 경우도 있고
중간에 탔지만 먼저 내리기도 한다.
타고 가던 버스 내리는 지점이
종착역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갈 길 몰라 길을 묻는 나그네에겐
기사는 삶의 이정표.
52번 중앙교회 가는 버스
복음으로 인도하는 목회자 기사.
88번 북수동성당 가는 버스
사랑으로 안내하는 신부님 기사.
46번 용주사 가는 버스
자비로 중생 구제하는 스님 기사.
내비게이션 믿는 나홀로 자가용 기사.
교통혼란 가중시키고 있다.
다양한 버스노선,
수많은 버스 정류장을 거치며
내가 타고 온 버스는 바른 길이었나?
내 습관 하나 마다, 버스 노선 하나씩.
잘못된 코스를 매일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52번, 88번, 46번 기사에게 묻지도 않고...
첫댓글
안녕하세요?
46번 버스는 참으로 익숙한 노선이기에
그 길을 따라가 봅니다.
대형 매장들은 샐내 온도 26도를 준수하느라
많이 덥습니다.
냉방이 잘 된 버스 피서가 요즘 제일이라는
입소문은 삶이 가져다준 변화들인 것 같습니다.
아직 덥지만 좋은 하루 되세요.^^
46번 노선이 편안하시군요.
늘 행복한 여행길 되시기 바랍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버스를 인생길에 비유하시다니 좋습니다..새롭내요.. 행복하세요
버스를 인생길로 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게 많습니다.
쭈나님의 오늘 길도
멋질겁니다.
마을버스는 가끔 탑니다.
마을버스~
왠지 정겹습니다.
서로 부대끼며 살아갑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