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의 장' 아테네올림픽이 또다른 볼거리들로 넘쳐나 전세계 스포츠팬들의 관심이 배가되고 있다. 신들의 심술 때문에 빚어진 유명 선수들의 부진이나 경기외 황당한 사건·사고가 바로 그것들이다. 또한 '신들의 심술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의 깜짝 해프닝도 빼놓을 수 없다. 스포츠서울닷컴에서는 아테네올림픽 경기장 안팎의 황당 해프닝을 한데 모아봤다.
● 신(神)들의 심술
금메달을 호언장담했던 월드 스타들은 '신들의 심술'에 하나 같이 고개를 떨궜다. '마라톤 여제' 폴라 래드클리프(영국)는 폭염에 무릎을 꿇었다. 걸어만 다녀도 땀이 줄줄 흐르는 섭씨 35도의 무더위 속에 초반 오버페이스를 펼친게 화근이 돼 36㎞ 지점에서 눈물을 떨구며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당대 최고의 체조여왕도 철저히 외면당했다. 여자개인종합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은메달을 딴 호르키나는 주종목인 이단평행봉 결승에서 봉을 놓쳐 매트를 깔아놓은 바닥에 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범했다. 예선, 단체, 개인종합에서 단 한번도 이단평행봉 1위를 내주지않았던 호르키나는 8.925점을 기록, 전체 8명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유럽선수권 6연패를 비롯해 세계선수권에서 5차례, 올림픽에서 2차례 이단평행봉을 석권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 날이었다.
육상 여자 100m 허들 예선에서는 첫 허들을 넘기도 전에 트랙에 나뒹구는 선수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세계선수권을 3번이나 제패한 미국의 노장 스프린터 게일 디버스. 1주일 전 훈련 도중 당한 장단지 근육 부상이 재발한 디버스는 결국 올림픽 100m 허들에서는 단 한번도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채 쓸쓸한 퇴장을 맞았다.
세계 톱랭커들을 노린 '헤라의 질투'는 종목 불문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남자수영 자유형 50m와 100 m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던 알렉산더 포포프(러시아)가 100m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는가 하면 테니스에서는 세계 랭킹 1위 로저 페데러(스위스)와 랭킹 2위 앤디 로딕(미국)등 내노라하는 강호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배드민턴 남자 단식 세계랭킹 1위인 린단(중국)은 무명 선수에게 1회전에서 나가 떨어졌고, 금메달이 확실시됐던 배드민턴의 김동문-라경민조는 준준결승에서 요나스 라스무센 -리 케 올센(덴마크)조에 0-2로 완패해 충격을 줬다.
● '올림픽에 이런 일이'
올림픽은 각국에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무대다. 그런만큼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 '세상에 이런 일이' 급에 속하는 실수를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2004아테네올림픽에서는 이런 류의 깜짝 해프닝이 연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 마르코풀로사격장. 미국의 매튜 에먼스는 아테네올림픽 사격 최종일 남자 50m소총3자세 결선에서 마지막 한발을 옆 레인의 표적에 명중(?)시켰다. 이 때문에 에먼스는 졸지에 결선 꼴찌인 8위로 추락했고, 다잡은 금메달을 놓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18일 열린 축구 조별리그 튀니지와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경기에서는 한 선수가 페널티킥을 6번이나 차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는 튀니지의 스트라이커 모하메드 예디디가 후반 38분 페널티킥을 차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예디디가 볼을 찰 때마다 주심이 '선수들이 움직였다' 등의 이유로 부정킥 판정을 내렸던 것. 이후 6번째 시도에서 예디디가 찬 공이 들어갔고, 결국 근래 보기 드믄 '페널티킥 해프닝'은 그렇게 끝났다.
이밖에 한국 선수단 최연소 출전자인 수영의 박태환은 14일 벌어진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해 물길질 한번 못하고 고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불운을 겪었다. 또 시드니올림픽 남자 양궁 금메달리스트 사이먼 페어웨더(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64강전에서 1점을 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러 예선 탈락했다. 이는 그가 국제대회에서 쏜 가장 낮은 점수였다.
● "제대로 단 줄 알았는데…"
경기장 밖에서도 황당 무계한 해프닝들이 터져나와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탁구 여자단식 예선전 경기 도중 한국의 김경아가 태극기를 거꾸로 달고 나오는 해프닝(?)을 연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경아는 "세탁 후 태극기를 다는 과정에서 핀으로 고정시킨다는 것이 실수한 것이다"며 "너무 죄송하다. 설마 태극기를 거꾸로 달았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또 남자 단식에서 16년 만에 금메달을 일군 유승민을 응원나온 양궁 선수들이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사진을 찍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유도 역시 웃지 못할 사건의 연속이었다 . 일부 선수들이 올림픽 기존에 맞지 않는 도복이 나와 자칫 경기를 해보지도 못하고 귀국행 보따리를 쌀 위기에 내몰린 것.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출전이 허용돼 다행히 불행의 화살을 비껴갔다.
한편 '부실 통역' 사건도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엉뚱한 통역 덕분에 남자가 여자로 둔갑하고, 원하지도 않던 조기 은퇴를 당하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마술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스전에서 골을 터트린 김동진 선수도 통역의 실수로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돌아 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은 바 있다.
스포츠서울닷컴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