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구미시 자봉이 행복박람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왔습니다. 강수확률 80%라더니만 햇살이 쨍쨍 내리쬐어 부스 안이 찜통 같았습니다. 하지만 나눈다는, 함께 한다는 즐거움에 힘든 걸 잊을 수 있었습니다. 팝콘을 만들면서 틈틈이 행사 사진을 찍었습니다. 치어리딩, 줄넘기 시점, 풍선/비누방울놀이, 댄스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아이들은 물론, 함께 나온 부모들도 참 행복해했습니다. 풍선공예를 하는 분은 25분 공연을 위해 8시간을 준비하셨답니다. 전체 구상도 해야 하고, 풍선을 일일이 다 불지는 못하니 구상해 둔 형상을 만들기 위한 풍선 일부를 미리 불어 순서대로 둬야하고,...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아이들을 보며 풍선으로 동물 형상, 광선검 등 다양한 형상과 캐릭터를 만들 때 표정은 아이들과 같이 행복해 보였습니다만,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습니다만, 관객들로부터 돌아서 풍선 불 준비를 하는 그의 표정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래, 인생이란 이런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호하는 아이들을 볼 때는 본인도 덩달아 행복한 마음이 들겠지만, 기나긴 준비의 과정, 지나친 에너지 방출,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 등이 생업을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강박감과 순간순간 맞딱뜨려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잘못 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가 보였던 표정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던 얼굴이, 순간 사라져 보였던 웃음이 잘못 보았던 거라면 좋겠습니다. 밥벌이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라도 행복한,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그 자체가 큰 보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표정만 웃는 게 아니라 마음도 같이 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생각이 먼저 긍정으로 돌아선다면 그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웃음 얘기가 나왔으니 좀 더 해 보겠습니다. 사람 얼굴에 있는 근육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모두 19가지의 웃음 혹은 미소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중에 한 가지 만이 진짜 즐거워서 웃는 것이고 18가지는 가짜로 웃는 것이라는 것을 정서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밝혀냈습니다. 광대뼈와 입술가장자리를 연결하는 협골근, 입술가장자리 근육인 구륜근이 웃을 때 주로 사용되지만, 진짜 웃음이 되려면 기타 근육들과 더불어 반드시 눈 가장자리 근육인 안륜근이 사용되어야만 한답니다. 안륜근은 의도적으로 움직이기가 매우 어려운 근육이라지요. 에크만은 이것을 처음 밝혀낸 프랑스의 신경심리학자인 뒤센을 기리기 위해 기쁨이나 행복에 겨운 웃음이나 미소를 뒤센 미소라고 명명했습니다. 즉, 인간이 웃을 때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진짜 기쁘고 행복해서 짓는 웃음이 뒤센 미소입니다. 어제 행사장에서 부모와 아이들의 얼굴을 통해 뒤센 미소를 많이 볼 수 있었던 건 더욱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어제 자봉이 행복박람회에서의 즐거웠던, 행복했던 시간을 돌아보면 아직도 기분 좋아집니다. 눈꼬리가 더 쳐지고, 입꼬리가 절로 올라갑니다. 주름이 더 늘어도 좋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201136619
미소(모셔온 글)========
버클리 대학교 라벤나 헬슨 교수는 1959년 기념비적인 연구를 시작합니다.
그래와 이듬해 밀스대학교를 졸업한 여성 11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삶을 50년간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밀스 추적 연구'라고 불리는 이 연구는 여성의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많이 가져다주었습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대커 캘트너 교수와 리엔 하커 연구원은
재미난 연구를 실시했는데 110명의 졸업사진 속 인상이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졸업사진에서
눈 주위 근육과 광대 근육의 움직임을 살핀 뒤
얼마나 밝은 미소를 지었는지 점수로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이 점수와 그들의 삶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았죠.
과연 졸업사진 한 장이 어떤 대표성이 있겠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졸업사진에서 더 따뜻하고 뚜렷한 미소를 보인 사람일수록
이후 30년 동안 내내 좀 더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집중력도 높았고 보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더 많은 유대감을 경험했으며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았습니다.
미소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할까요?
바버라 프레드릭슨 교수의 연구는 여기에 답을 내려줍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게 한 뒤 신체반응을 계측하였습니다.
그 결과 미소를 지을 때 심혈관계의 안정성이 좋아져서
스트레스가 줄어든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미소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오는 것이죠.
미소로 인한 변화는 뇌에서도 일어납니다.
미소를 짓는 동안 우리의 대뇌에서는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하도록 하는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이 부분이 활성화되면 우리는 좀 더 집중하기 쉬워지고
목표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미소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상대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결국 미소는 나와 상대의 마음을 모두 말랑말랑하게 해주어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9개월 된 아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면,
엄마가 전혀 미소를 짓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그 전에 잘 하던 새로운 탐색을 하지 않고
장난감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소는 우리가 마음을 열고 외부세계로 아갈 수 있도록
불을 밝혀주는 신호등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언급한 미소는 모두
눈 주위의 근육이 움직이는 미소입니다.
입꼬리만 양옆으로 올리는 미소로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요즘 여성들에게 눈가 주름은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주름을 없애주는 주사를 맞기도 하죠.
그런데 어쩌면 이 주사가 주름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미소도 없애고 결국은 미소를 지을 좋은 상황까지
다 없애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서천석의 '마음을 읽는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