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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김차동 교수, 이철송 학장, 김홍균, 박찬운 교수(왼쪽부터) | 내년 3월 전국 25개 대학에서 로스쿨이 일제히 문을 연다. 새로운 체제의 법학교육이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이미 대학마다 입학전형계획이 발표되고, 얼마 안 있으면 전국의 로스쿨 진학 희망자를 대상으로 법학적성시험(LEET)도 치러질 전망이다. 리걸타임즈는 전국의 로스쿨을 차례대로 탐방해 새 법학교육의 내용과 비전을 소개한다. 순서는 무순이며, 대학 일정 등을 감안해 취재 순서를 잡았다. -편집자
교육과학기술부에 낸 법학전문대학원 신청서에 따르면, 한양대 로스쿨은 ▲국제소송 ▲지식/문화산업 ▲공익/소수자 인권 분야를 특성화 분야로 내걸고 있다. 특성화 분야란 교육과정 등에서 특히 중점을 두어 추구하겠다는 대학별 특화전략으로, 로스쿨 설치인가를 위한 교육부의 평가대상에도 들어있는 항목이다.
먼저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한양대 로스쿨의 교육목표를 보자. ▲시민생활법조인 ▲기업법무법조인 ▲국제법무법조인 ▲지식산업법조인 ▲공익법무법조인 등 다섯 유형의 법조인 상을 제시하고 있다. 시민생활법조인은 일반시민의 법적 고충을 해결하는 법조인을 가리키며, 공익법무법조인엔 소외계층, 인권옹호, 사회/국가 발전에 봉사하는 법조인이란 수식어가 붙어있다.
'愛之實踐' 건학이념 반영
한양대 법대 관계자는 "국민의 다양한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법의 교육이념을 구체적으로 구현하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랑의 실천(愛之實踐)'이란 한양대의 건학이념을 반영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한양대학교 요람'에 보면, 한양대는 애지실천의 건학이념 아래 ▲교양인 ▲전문인 ▲실용인 ▲세계인 ▲봉사인의 양성을 구체적인 교육목표로 내걸고 있다. 내포(內包)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양인, 전문인, 실용인, 세계인, 봉사인은 각각 시민생활법조인, 지식산업법조인, 기업법무법조인, 국제법무법조인, 공익법무법조인에 연계돼 있다는 게 한양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설명이 길어졌는데, 한양대 로스쿨이 현대사회의 법조인 유형을 망라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려고 한다. 한양대 로스쿨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법조인에게 기대하는 폭넓은 법조역량에 대한 인재충족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셈이다. 한양대 법대의 이철송 학장은 "사회가 복잡 다단해지면서 법조인이 기여해야 할 활동영역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며, "현대사회의 법률수요, 법학교육 수요에 적극 부응해 그런 기대에 걸맞는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취지"라고 역설했다. 이 대학의 박찬운 교수는 또 "종합대학의 메이저 로스쿨을 지향하려는 것"이라며, "특성화 분야나 교육목표를 이런 논의와 기초 위에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97년부터 로스쿨식 수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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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준공, 한양대 법대의 랜드마크가 된 타원형의 제3법학관 | 그러나 좀 더 꼼꼼히 따져보면, 한양대 로스쿨이 대단히 실무 중심의 로스쿨을 지향한다는 점 또한 발견할 수 있다. 매우 구체적인 모습의 법조인상을 상정하고 있는 한양대 로스쿨의 교육목표가 그 반증이다. 교과과정 또한 이미 실무중심으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 법대는 로스쿨이 도입되기 훨씬 전인 1997년부터 판례와 토론, 실무를 접목한 로스쿨식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한양대 관계자는 "로스쿨이 문을 열면 이런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도 한양대 법대는 실무법조인의 양성에 주력하는 실용학풍의 전통을 쌓아왔다. 이미 70년대 초부터 고시반을 운영하며 그동안 1000명에 육박하는 법조인을 배출한 대표적인 사립대가 한양대 법대이다. 한양대가 설립자인 김연준 총장이 진두지휘해 고시반을 운영하고, 단과대 중에서도 법대를 집중육성해 왔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김연준 총장의 '법대 중시' 방침은 93년 취임한 김종량 총장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미 콜럼비아대 교육공학 박사인 김종량 총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로스쿨식 수업을 법학교육의 대안으로 받아들이고, 변호사 출신 교수의 채용 등 이 방향으로의 발전을 준비하는 한양대 법대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로스쿨을 인가받는데도 김 총장과 대학 전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법대의 여러 사람이 말했다.
여러 분야가 망라된 실무중심의 로스쿨을 지향하는 한양대 로스쿨은 무엇보다도 교수진과 교육시설에서의 우위를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교수를 확보하고 있는 교수기능과 100명의 입학정원에 비하면 공급이 넘친다고 보이는 첨단 시설에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월 현재 한양대 법대의 교수는 모두 49명. 로스쿨 식의 실용학습을 추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교수진을 늘려 왔다. 한 학년에 100명씩 전체 로스쿨 학생 300명 대비 교수의 비율이 약 6 대 1로, 로스쿨법이 요구하는 교원 기준 12 대 1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30% 이상 교수가 실무경력 갖춰
숫자만 그런 게 아니다. 한양대 로스쿨은 변호사와 행정관료 등을 역임한 실무가 출신의 교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양대 측에 따르면, 전체 교수의 30% 이상이 실무 경력을 갖춘 교수들이다.
다양하게 마련된 법학 강좌도 한양대 법대의 강점으로 꼽힌다. 기본 법과목 외에 특별법 분야에서도 수많은 강좌가 개설돼 있다. 과목에 따라서는 복수의 교수를 배치해 서로 다른 시각에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실무가 출신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진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임은 물론이다.
지적재산법의 경우 변호사 경력의 박성호 교수 외에 일본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윤선희 교수,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한 김병일 교수 등 3명의 교수가 강좌를 나눠 맡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독일 등 연구 나라별로 나눠 교수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양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또 조세법은 세법의 대가인 이철송 학장 외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에서 관료생활을 한 경력의 오 윤 교수와, 콜럼비아대 MBA를 거쳐 동국대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신호영 교수 등 3명의 교수가 포진하고 있다. 증권 · 금융법은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한 강병호 교수와 인디애나 주립대 박사인 장근영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경제법은 판사를 거쳐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여러 해 변호사로 활동한 김차동 교수와 공정거래위 과장을 역임한 이호영 두 명의 교수가 학생들을 나눠 가르치고 있다.
증권 · 금융법 등 경제 관련 법 강해
UC 버클리에서 LL.M.을 한 김차동 교수는 "증권 · 금융법이나, 세법, 경제법, 지적재산권법 등 경제 관련 법과목이 강한 게 한양대 법대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며, "미국 로스쿨에서도 이런 분야의 과목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변호사를 거쳐 국가인권위에서 인권정책본부장을 지낸 박찬운 교수가 담당하는 인권법도 한양대 법대가 중시하는 분야로, 한 명의 교수를 더 충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교수는 미국 노틀담대 로스쿨에서 LL.M.을 취득한 데 이어 고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환경법은 미 위스콘신대에서 환경법으로 법학박사가 된 김홍균 교수가 맡고 있다. 법학과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변호사 경력도 있다.
국제법은 법학부장을 맡고 있는 최태현 교수와 이재민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최태현 교수는 노스웨스턴대 로스쿨과 네덜란드의 Leiden대에서 각각 LL.M.을 딴 데 이어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재민 교수는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통상부에서 서기관 등으로 근무했다. 미국 로펌에서 통상변호사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언론법은 황성기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 ADR은 조지타운대 LL.M.에 이어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를 한 이희정 교수 담당이다. 서울대 의대를 나왔으나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 진학해 법학박사가 된 정규원 교수는 형사법과 의료법을 가르친다.
한양대 법대의 이런 실무교육 역량은 재야 법조계에서도 이미 평가를 받고 있다. 한양대는 개업변호사라면 연간 8시간씩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돼 있는 변호사 전문연수과정 교육기관으로 선정돼 지난 3월 15일 100여명의 변호사를 대상으로 1차 연수를 실시했다. 한대 법대는 6월, 9월, 12월에도 변호사 전문연수과정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양 건, 오영근, 제철웅 교수 유명
헌법, 민법, 형법, 상법 등 기본 법과목 쪽에도 쟁쟁한 교수들이 여러 명 포진하고 있다. 새 정부의 초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된 양 건 교수가 오랫동안 헌법을 가르쳤다. 형법 교수로는 오영근 교수가 유명하다. 또 민법을 담당하는 제철웅 교수는 국내 민법학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민법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세법과 함께 상법을 가르치는 이철송 학장도 이 분야의 대가로 통한다. 이 학장은 세법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증권법학회 회장과 국제조세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실무중심의 법학교육과 관련,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은 한양대가 얼마 전부터 준비해 이미 7권의 단행본으로 내놓은 과목별 로스쿨 교재 시리즈다. 미국의 로스쿨 교육을 참고해 한국의 로스쿨 교육에 맞는 교재로 개발한 역작으로, 대학가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로스쿨 수업의 특성상 책마다 판례 등 사례가 많이 강조돼 있으나, 단순한 케이스 북(case book)은 아니라는 게 저술에 참여한 한 교수의 설명. 로스쿨 시리즈 '환경법'을 펴낸 김홍균 교수는 "문제해결능력을 배양시키자는 데 중점을 두고 책을 집필했다"고 말했다. 환경법 외에 민사소송법, 경제법, 행정법, 법철학, 저작권법, 의료법이 출간됐으며, 추가로 인권법 등 11개 법과목의 로스쿨 교재가 출간 준비중에 있다.
4개 법학관 콤플렉스 구성
도서관 등 교육시설도 속속 완공돼 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준공된 제3법학관은 한양대 법대의 랜드마크로 불릴 만큼 타원형의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1, 2, 3법학관과 도서관에 해당하는 법학정보학술관 등 4개의 건물이 하나로 연결돼 콤플렉스(complex)를 이루게 있는 게 한양대 법대의 특징. 강의실과 도서관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강의동인 제3법학관엔 205명이 동시에 강의를 듣거나 학술세미나를 할 수 있는 극장식 대형 회의실과 강의실, 수강 인원에 따라 규모를 나눈 크고 작은 세미나실이 갖춰져 이미 대학원생과 학부생의 강의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또 책상마다 녹음이 가능한 마이크가 설치된 토론식 강의실도 갖춰져 있다.
지난해 겨울 리모델링을 마친 법학도서관은 600석이 넘는 열람석을 갖추고 있다. 또 비슷한 규모의 열람석이 마련된 제1법학관은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김홍균 교수는 "로스쿨 학생 1명당 법학도서관과 법학관에 각각 한 자리씩 2개의 열람석을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될 도서관 시설을 강조했다. 한양대 법대의 한 관계자는 "가인가 심사때 교육시설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또 하나 한양대 로스쿨은 파격적인 장학제도를 내걸고 우수 인재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입학전형계획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연간 1800만원으로 정해진 등록금의 55%를 장학금으로 로스쿨 학생들에게 되돌려준다고 한다. 인원 기준으로 따지면, 100명의 입학정원 중 96명이 혜택을 받게 돼 있다. 사실상 거의 전원에게 장학금이 지급되는 셈이며, 18명에겐 등록금 전액이 장학금으로 지급된다. 법대 관계자는 "일류 로스쿨을 만들어 좋은 법조인을 키워 내겠다는 대학 본부와 재단측의 의지가 강하다"며, "장학금 지급에 따른 부족한 재원 등은 본부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시반 기숙사 리모델링
또 한양대 법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한 고시반도 그대로 존속된다는 게 한양대 관계자의 전언. 로스쿨 도입에 따라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하겠지만,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약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시반 기숙사를 리모델링하는 등 시설 보완을 서두르고 있다.
70년대 이후 대학 차원에서 고도성장을 추구해 온 한양대 법대는 로스쿨 도입이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좋은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성장 이후의 질적인 보완 등을 해가며 더 큰 발전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측에서도 이런 관점에서 로스쿨 도입을 반기고 추진해 왔음은 물론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양대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로스쿨 개원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여러 분야에 걸쳐 보완과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외 대학과의 교류도 그 중 하나로, 한양대 법대는 법률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동남아 지역으로의 교류 확대를 꾀하고 있다. 태국의 타마 사트(Tama Saat)대와 대만 국립대와의 교류를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또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과 관련해서도, 법조 뿐만 아니라 학계, 정계, 관계 등 비법조 직역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학계 진출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박찬운 교수는 "고시반 운영 등 일종의 압축성장 이후 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중요한 시기에 한양 로스쿨이 문을 열게 됐다"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만큼 한양 로스쿨이 새 법학교육제도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글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ㅣ 사진 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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