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등학교 동창은 홍정희의 세계여행으로 해서 더욱 끈끈한 우정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미국의 동 서부를 비롯해서 멕시코, 페닉스, 이탈리아, 지중해와 북유럽클루즈를 통해 여섯 군데나 다닌 여정으로 웬만한 곳은 다 돌아다닌 느낌이다.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대신 국내에서 짧은 여행이나 시내에서 만나 점심을 먹는 일이 고작이다.
어제 영순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일 갈비탕 먹으러 가자"고. 두 말 없이 나는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신림역에 닿으니 벌써 영순이는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강강술래>는 여러 군데 지점을 두고 있는 대형 체인점이지만 어찌나 손님이 많은지 번호표를 받아 차례를 기다려야 할 판에 식전의 대기석이 있는 가 하면, 식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리도 있다.
1,2,3층인 이 식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빽빽하고 연배의 부인들은 약주도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이라 조금 시끄럽다.
오랜만에 갈비탕 같은 갈비탕을 먹었다. 보통 멀뚱멀뚱한 국물에 갈비 두서너 개 넣은 갈비탕에 비하면 명실 공히 제격의 갈비탕.....어찌나 갈비탕 국물이 맛있었던지 뚝베기를 깨끗이 비웠을 정도였으니까.
다 먹고 나오는데 제 운동화가 없다는 안복숙이를 바라보며 영순이가 하는 말 "아! 내거하고 바뀌었네..." 똑같은 운동화여서 뒤바뀌기 시웠을 운동화를 바꿔신으면서 멋적게 웃는다. 이 광경을 본 나는 통쾌하게 웃었다. 똑똑한 영순이도 착각을 일으키는 게 재미있어서....
영순이는 방금 전의 일을 변명하느라 운동화를 벗어들면서까지 설명하는데 작아도 실수는 실수였다는 나의 지론에 나는 계속 통쾌했다.
다 먹고 나오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는 맛있는 갈비탕을 또한번 먹고 싶어 포장 하나를 사들고 왔는데 어쩌면 두 끼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두 몫으로 나누어 냉동실에 넣었다.
사는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친구와 잘 어울리면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우리는 오늘도 맛있는 갈비탕을 먹으며 얘기하고 웃었다.
다음엔 누구와 만나 무엇을 먹을까? 헤여지는 친구의 건재한 뒷모습이 보기 좋아 손을 흔들고 "우리 앞으로도 이대로였으면 좋겠지?"하던 친구의 음성을 멀리 떠나보내며 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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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대 그리고 나 원문보기 글쓴이: 보견심
첫댓글 참고로 뒤바뀐 운동화는 우리 두 친구가 덕소에 있는 상점에서 같은 회사 제품을 샀거든요. ㅋㅋ. 한 켜레에 5,000원 씩이었습니다. 사진에 신을 들고 자랑하는 말은 '오천 원짜리가 이렇게 훌륭하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귀엽게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