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때기청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푯말을 보니 한계령에서 귀때기청봉까지 4키로가 되는 셈이다.
평탄한 길이 아닌 험한 산길을 4키로 올라온 셈이다.
힘은 들었지만 올해 처음 겨울을 이곳에서 맞이 하는 듯..
이쁘게 핀 설꽃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
아름다운 설꽃에 마냥 눈을 뺏기고 있을 수는 없었다.
거세게 불어닥치는 바람에 뒤집어 쓸수 있는 것은 뭐든지 다 뒤집어 쓰고라도 ...
뒤집어쓴 아줌마같은 아저씨들도 더러더러 보여 혼자 그모습에 웃기도 하며....
산아래 능선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아~ 정말 멋지다"
생애 처음으로 바라보는 경이로운 모습에 가슴이 떨려온다.
마치 국토순례? 아니면 성지순례라고 할까...
줄이어 설꽃사이를 걸어가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경건하기까지 하다.
이 길만 통과하면 바로 귀때기청봉이다.
바람이 무척 세차고 거칠었던 귀때기청봉을 지나니 바람이 많이 잦아든 산길이 이어진다.
지금부터는 속력을 내서 걸어가면 더울 수도 있다 하여
겹쳐입었던 옷도 벗고 두건도 벗고 모자와 썬그라스를 쓰고...
대승령을 향할 준비를 하였다.
귀때기청봉의 설꽃이 이쁘고 아름다웠다면 ..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을 향하는 길은 설악의 많은 능선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길이었다.
햇살이 비추는 설악의 어느 곳은 또 햇빛에 반사하여 너무나 아름답다.
아~ 이게 설악이구나.....
그림으로만 보아왔던 설악의 모습을 직접 발로 산을 올라와 내려다 보는 이 기분...
정말 멋진 추억이 아니겠는가??
이 철제계단에서 내려다보는 설악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계단을 올라오면 저 앞에 또 다른 철제계단길이 보인다.
계속해서 나오는 철제계단에 한숨이 절로~~~
션찮은 한쪽무릎이 은근 걱정이 된다.
친구가 뒤에서 따라오면서 계단오를때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무릎에 충격이 덜가도록 계속 주의를 주었다.
무릎보호대도 꺼내서 무릎에 두르고 올라감에도
'에고 힘들다...'
이렇게 주저앉아 보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은 갈길이 천리만리...
올라가야지....또 오르고 또 가다보면 가게 되리라~~
함께 산행을 한 일행들...특수임무를 띤 특공대전사들 같지 않은가??? ㅎㅎ
10명의 팀원이 함께 산행을 하였는데 그중에 여자는 두명뿐이었다.
총 30명이 함께 일산에서 떠나왔는데
A팀은 좀 힘든 코스...였기에 남자분들이 많았고
B팀은 무난한 코스였기에 여자분들이 많았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구는 당연히 A팀이기에 친구따라 A팀에 속해 생고생을 시작했다.
몇번의 북한산 산행으로 나의 기질을 알아 본 친구가 충분히 따라올 수 있을꺼라고
자신감을 준 덕분에 고민하다가 설악행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힘든코스를 지나갈때마다 속으로 친구를 원망했다.
'나중에 보자구~!"
이를 악물고 기를 쓰고 걸었다.
혹시라도 나로 인하여 다른일행에게 민페라도 끼칠까 싶어서 온 힘을 쏟아서 걸었다.
그렇게 걸어서 대승령에 도착했다.
대승령에 어떤 남자등산객은 체력이 소진되어 탈진된 상태로 누워있었다.
나중에 산행중에 들리는 헬리콥더소리에 뒤를 바라보니 대승령쪽이었다.
아마도 그 남자등산객을 싣고 내려가려는 모양이다.
대승령를 지나서 능선을 올라가고 또 올라가는데 이 코스에서 내 기운이 갑자기 빠지기 시작했다.
일행들과 한참 떨어져 뒤에서 혼자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보니 앞에서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가 혼자 걸어오는데 무섭지 않았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이정표따라 길을 걸어오다보니 나 혼자서도 충분히 남교리를 향하여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하산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휴우~ 하고 안심의 한도를 내쉬었는데
그 하산길이 오히려 더 힘들었다.
십이선녀탕쪽으로 해서 남교리로 간다고 하는데
그길이 장장 7.3키로이다...
푯말이 잘못된거 아닐까?
3.7키로 아닐까??
그런데 설악이 낮은 산이 아니니...
내려가는 길도 보통일은 아니었다.
내려가는 길이 돌길이었다.
무릎이 아픈사람에게는 치명적이 길이다.
가지고 간 근육이완제 젤을 바르고 또 바르고....
그래도 간혹 이렇게 보여지는 붉은 단풍으로 위로를 삼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을 내려갔다.
끝없는 하신길만큼 끝없이 흐르고 있는 계곡물과 드문드문 나타나는 폭포탕..
옆으로는 계곡이요 주변에는 단풍이 든 울긋불긋 나무들....
그나마 지루한 하산길에 눈이 풍요를 누렸다.
무사히 남교리에 도착을 하니 시간이 어느새 6시가 다되었다.
미리 도착을 했던 B팀이 우리를 반겨주고
직접 끓인 삼계탕으로 우리의 허기를 달래주었다.
닭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잘 먹지 않는데...
마시라고 건네준 닭국물이 얼마나 고소하고 맛이 있던지..
나중에 그 국물에 끓인 닭죽도 너무나 맛나고....
그 닭국물이 나의 기운을 복돋아 준 듯 싶다.....
.........................................
나와 함께 산행을 해준 A팀 팀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감을 넣어주었던 친구에게도 감사한다.
배려해주고, 베풀어주고, 독려해주고...
팀원들이 함께 해주었기에 처음으로 나선 설악산에 신고식 제대로 하고 왔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친구가 입장이 곤란해지면 어떨까 싶어 더 애를 쓰고 기를 쓰고 걸었던 산행..
다행히(???) 나보다 더 무릎이 션찮으셨던 어떤님이 내 뒤에 있어
죄송스럽게도 그것이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내 다시는 설악에 이런 산행은 하지 않으리..
다짐에 다짐을 하면서 걸었던 산행..
그러나, 하룻밤 자고 나니 상쾌하고 충분히 기가 충전이 된 듯...
활력이 넘친다.
이번 코스는 절대 안가겠지만..공룡능선을 또 넘보는 내마음..
나도 이해 못하겠다.~~
그냥 산이 좋아 산에 갈뿐.....
2009년 10월17일 밤 11시 일산 백석동에서 출발
18일 새벽 3시부터 무박산행..오후 6시경 하산 [산행시간 15시간]
산행코스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십이선녀탕->남교리
첫댓글 대단하심.~ 멋진곳 완주하고 오신 빛님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감사합니다.. ㅎㅎㅎ 내려오니 다른팀이 박수로 맞이해주더라구요..그만큼 산행코스가 험하고 힘든 코스였나 봐요...예정시간보다 늦으니깐 다른팀 몇명이 거슬러 올라오더라구요..무전기도 있고 핸폰도 있었는데 연락은 안되고..사고가 났나 해서... ㅎㅎ
설경도멋지고 단풍도 멋지고 빛님도멋지고 장장 15시간 산행...수고 많았습니다.
예정 산행시간이 11시간이라고 해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예상보다 오래걸렸어요..초반에 많이 정체되었고... 여자분 한분이 초반에 氣가 막힌 듯... 바늘로 따주고... 초반에는 좀 자주 쉬면서 갔답니다. 나중엔 속도가 엄청 빨랐어요.... 그래서 일행들 쉴때 저는 10분정도 먼저 떠나서 앞서 갔지만 금새 따라잡히고.. ㅎㅎ
짝~짝~짝 ~ 저도 빛님께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 머 ~~~찌십니다 ~~
박수,...더 힘차게..쳐주시게~~ 정말 힘들었다우.. ㅎㅎㅎㅎ
고맙네요..인자는 완죤 산악인이 되셨네..지치고 피곤해죽을 지경이래도 일행에 피해줄까봐 죽어라 뛰시는 모습들이..누구든 똑같이 힘든게 산행길이 아닌지요..그저 묵묵이 참으며 가야지...멋진 설악모습 잘 보고 갑니다...
배낭을 달라고 하는데 도저히 못주겠더라구요..그래서 고집부리고 안주고 제가 메고 갔는데 하산 1시간정도 남긴 부분에서 배낭을 넘겼어요.....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산행이었어요...산적님에게 감사~~!
내는 울송군이 혼자 냅두고 가는 바람에 무셔서 눈물 흘렸었는데 빛아즘 깡단 대단하당...근디 쩌그 우에 아자씨들은 절케 힘든 산 올락낼락하심서도 배는 여전히 뽈로기시네?? ㅋ
내가 극한상황에서는 무지 강해지는 특징이 있거든... ㅎㅎㅎ 나는 두어번 설악산행같은 거 하면 살이 쪼옥~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설악의 상고대는 더 이쁜거 같네...울친구도 지난주에 설악에 갔는데...다른 친구는 지리산으로...난...방콕 ㅋㅋㅋ
이쁘지?? 올라가지 않았다면 평생 볼 수 없는 장면을 눈에 담고오니.... 뿌듯하네....
빛님의 지금 모습이 넘이쁘고 대견해보이네요...고상햇고 수고햇슴다...짝짝짝^^*....
짐이 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네.. ㅎㅎㅎ 덕분에 좋은경험, 멋진추억 담아올 수 있었어요..
아름답군요. 한글의 표현 형식 중 제가 할수 있는 말씀...짝짝짝^^*....ㅎ
단풍이 잘 익었네요,, 그 동네는 설화를 설꽃이라고 하나봐요..ㅎㅎ
아무렇게나 조합해도 뜻만 통하면 되지요.. 개성있는 표현이잖아요..똑같은 것은 싫다!! 나만의 개성으로.. ㅎㅎㅎ 엠프 잘도착이 되었나요? 이번정모때 필요할까요??
사람이 안본것보다는 사진이라도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면 정말로 이해하려면 경험하여 봐야한다고 그러지요 빛님의 설악산 신고식 아직은 공룡능선이 남아있지만 설악은 몇번가봐야 한다고 하더군요..그깊은맛은 오히려 금강보다 좋다고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제부터 1년에 한번 이상 다녀오심이 다이어트에 무척좋을겁니다..몸살이 안왔나요...보통다녀오면 일주일은 앓는데..그러저나 산적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ㅉㅉㅉ
네..역시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고 가슴가득히 감동도 큽니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생각외로 회복도 빨라 종아리가 아직 덜풀린 거 외에는 몸살도 없고 오히려 활력이 생기네요... ^^*
그 와중에도 멋진사진 남기시랴...고생 많이 하셨네요...역시 기자 답습니다......ㅋㅋㅋ
기자는 뭔기자요?? 요즘 그거 안해요.. 글을 써도 기사로 올리지 않거든요..지금은 조용히 글을 쓸 뿐입니다..사생활보호차.. ㅎㅎㅎ 암튼 이렇게 댓글도 남겨주시니..감사해요~!
축하 드립니다....멋진 구경하셨군요....저는 군대가기 전,후 두번 남교리에서 거꾸로 설악동까지 갔었습니다...대승령,한계령에서 텐트치고....한꼐령에서 물 떠오는데만 2시간이 걸리더군요.....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젠 북한산이 별로 겁이 안 나겠군요.
한계령에서 대승령까지.. 야등을 한 것이라서 주변경치를 못본 것이 조금 아쉬워요~! 한계령에서 대승령까지.... 2시간이상 걸린 것 같아요........^^
햐 우선 를 보냄니다 오르고 오르면 못오르리 없다..햐 아픈무릎으로..저도 무릎이 아파 마눌님에게 뺀지 최근에 주말엔 송도 청량산으로 평일엔 서산 옥녀봉으로 체력을 다지고 있답니다.저도 언젠가는 설악산을 오르고자.이사빛님
평상시에는 무릎이 아프진 않고 산행할때 하산길에 무릎이 아니고 무릎뒤 오금이 당기고 불편해요..그런데 점점 그 정도가 약해지고 있어요..아마도 평상시 운동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봐요...그래서 집에서 가끔 발목에 모래주머니차고 걷습니다. 허벅지의 근육을 발달시켜야 무릎에 충격이 덜간다고 하네요... 체중도 좀 줄어야 하고.. ㅎㅎ
축하드립니다...전 일요일 북한산4시간도 힘들어 겨우 다녀온걸요 부럽습니다 인내와체력이
저도 지난 봄 청계산에 갈때만 해도 헉헉거리고 무척 힘들어 했거든요.. 지금도 산행 초반 1시간정도는 아주 힘들어 하면서 올라가요...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탄력도 붙고...기운이 솟습니다. ㅎㅎㅎㅎ 자꾸다니면 저처럼 나아질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