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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치료반응
김서규
심리치료가 실패하는 현상에 대해 임상가들 사이에 논의가 있었으나, 요즘은 그 자체를 기회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담자가 상담실에 올 때는 죽을 것 같은 기분 때문에 오지만, 서서히 자기 문제의 원인을 자각하고 약간의 증상이 완화되면, '문제가 뭔지는 알지만 도저히 못 고치겠어요. 엉엉!'하면서 주저앉기 쉽다. 그래서 해석과 통찰만으로는 변화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Freud도 “분석가는 신경증적 비참함을 일상적인 불행으로 변형시킬 수 있을 뿐”이라고 하면서, 하도 치료가 잘 안되니까 자신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회의를 품기도 했다.
1. 원인
1) 피학증
Freud(1924) 가 ‘피학증의 경제적 문제(The economic problem of masochism)’라는 용어로 처음 소개했다. 내담자의 어머니가 피학증적이고 순교자적인 상 혹은 경계선적 우울증이고, 자녀(내담자)가 내적 동일시한 경우, 치료나 생활이 행복하거나 성공적인 방향으로 진전되면, 매우 거북해서 자기 처벌적 죄책감이 상승하고, 그 결과 호전되던 증상이 다시 악화된다.
2) 분리 개별화(separation-individuation) 실패
Olinick(1964)은 이 현상을 자아이상의 병리라 불렀는데, 전오이디프스기에 어머니가 아이를 심리적으로 붙잡고 놔주지 않아서 분리개별화가 일어나지 못했고, 어머니의 모습을 이상화했을 뿐 아니라 그 모습을 향하여 지속적으로 회귀하려는 강렬한 추동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래 자녀(내담자)는 전오이디스프기에 정상적인 전지전능자아를 바탕으로 응집자아를 형성해야 할 발달과업이 있다. 이때 우울 어머니로부터 정상자아가 미발달하고 피학증적 자아가 생성되는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독립과 성공을 죄악시하고 오히려 불행해질 때 자기애적인 만족감을 느낀다(Freud, 1923; Sandler, Dare & Holder, 1992).
상담자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잘 되나가다가 이유 없이 퇴행하고 치료효과가 무산되니 참 안타깝다. 좀 잘해보자’ 하고 개선을 재촉하는 압력을 조금이라도 가하면 편집적인 적개심을 가지고 대항한다. 암만 해도 안 되는 데 자꾸 압박하는 가해자로 느끼기 때문이다(Horney, 1936, Klein, 1957; Grunert, 1965; Asch, 1976; Limentani, 1981; Brandchaft, 1983).
3) 자기애적 환자의 반항과 시기심
대상관계학파에서 주장하는 자애적 환자의 경우다.
(1) 반항
Horney는 경계선 수준의 자애적성격의 내담자가 상담 장면에 와서 자기문제의 부정적 측면을 공개/해석/치료당할 때, 얕잡아 보이는 느낌이 들거나, 패배감 혹은 거절당하는 것으로 느끼거나, 적개심이 일어나서 상담자에게 반항하고 치료를 실패로 돌아가게 해서 모욕을 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전오이디스프기에 부모가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에 심한 분노와 함입적 공포(융합에 대한 공포, 상대에 대한 거부감, 자기존재감이 없어지는 느낌)를 느꼈는데, 이에 반항하던 기제가 재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 시기심
경계선적이며 자애적인 내담자는 자기보다 더 좋고 우월한 것을 시기하면서 패배시키려는 시기심이 있는데, 치료장면에 와서 상담자가 우월한 지식과 인격으로 자신을 리드하면 비록 자신의 치료가 수포로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치료자의 기술이 실패하도록 상담을 망친다. 그리고 치료자를 험담하고 기술이 3류에 불과하다고 헐뜯고 낮춘다. 다른 말로 공격적인 구강기와 항문기적 특징을 지녔다고도 한다. Melanie Klein(1957)은 유아가 편집-분열기에 좋은 어머니의 좋은 젖가슴을 시기하고 파괴하려던 인간본능이 발동되어서라고 했다.
(3) 자애적 상담자의 전지전능성
자애적 상담자는 전지전능적 환상 때문에 내담자를 주도적으로 이끈다. 내담자는 처음에는 상담자의 열성적인 태도에 고마움을 느끼고 순종하지만, 나중에는 강제하는 태도에 불만을 품고 겉으로 순응하지만 속으로는 실천하지 않는다. 상담자는 자애심에 상처를 입고 화를 내면서 내담자를 공박하거나 심지어 상담하기를 거절한다.
대상관계학자들은 상담이란 근본적으로 엄마-아이의 관계에 개입하는 것인데, 상담자가 제3자(아빠)역할을 하다가 도저히 이 결속을 깨뜨리지 못하면 ‘에라, 너희들끼리 잘해봐라’하는 시기심과 분노 때문에 상담자 자신이 상담을 망친다고 한다. 또는 상담자가 전지전능한 어머니상을 취하고 싶어서 내담자의 완전한 어머니상을 흉내 낼 때, 결국 실패할 뿐만 아니라(내담자는 완전한 어머니상perfect mother 이외의 모든 양육적 시도를 다 거절하여 실패시키는 기제가 있다. 따라서 실패는 예견된 것이다. 실제로는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 역할을 하다가 실수도 하는 현실적인 엄마realistic moth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내담자(아이)편을 들다가 엄마를 잘못했다고 몰아세우는 편파적 행위도 하게 된다.
4) 대상관계의 소멸
(1) 대상상실
브롬버그(Bromberg, 1995)는 내담자가 치료에 실패하는 원인이 '자기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압력 때문' 이라고 한다. 즉 Melanie Klein이 '문제를 버리는 것은 문제와 동시에 분리불안을 초래하기 때문에 버리기 어렵다'고 말한 것과 같다. 불륜상대를 버리고 과거를 청산하려고 해도 사랑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함께 오기 때문에 어렵다. 지지고 볶던 엄마를 떠나서 독립하려 해도 겁나고 허전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과거의 대상을 보내려면 “발달적인 애도”(Kavaler-Adler, 2003)를 해야 하는데, 그 때의 느낌은 황량하고 고아가 된, 텅 비고 너무 쓸쓸한 느낌이 함께 온다. Riviere(1936)는 내부대상 상실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2) 자기 소멸의 공포
Kohut의 관점에 따르면 과거를 청산하는 것은 자신이 없어지는 듯한, 소위 해체불안, 혹은 멸절불안, 비존재(none being)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변화를 요구받는 시점에 서면 '막막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다' '마치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이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조각배 같다' '나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한다. 큰 공포에 휩쓸린다. 그래서 아무리 효율이 낮더라도 옛날의 친숙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비록 그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도. 그래서 초보상담자들은 재발이 자꾸 되거나 다 달 된 듯 보이다가 다시 뒤집어지는 상담을 보면 이해를 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서 Fairbairn은 '대상의 상실은 자기의 상실을 낳는다. 대상이 자기를 규정하는 것, 즉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Ogden은 나쁜 대상에 대한 애착에 자기 자신에 대한 느낌도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을 버리면 저것도 함께 상실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none being이 되기보다는 bad being이 되는 게 차라리 낫다. 그래서 나쁜 대상을 버리지 못하고, 새행동을 조금 해보다가 불편하면 친숙한 병리적인 패턴으로 다시 돌아가 버리는 것이다.
5) 상담기법의 잘못
(1) 성급한 해석
Grunert(1979)는 충분한 친밀감(라포)을 형성하기 전에 때 이른 시점에 해석을 하면 내담자가 나쁜 놈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들고, 낙인효과가 발생해서 치료에 저항한다고 한다.
(2) 내담자가 부정적 전이를 서투르게 다룸
Schubart(1989)는 내담자가 상담자의 해석이나 상담방식에 ‘아니요!’라고 거절하거나 부정적으로 반응할 때, 그 자체가 그 사람의 인생경험에서 나오는 전이현상이라고 이해하고 분석적으로 다루지 않고, 경직되게 교육적으로 다루거나 아예 취급하지 않고 묵살할 때 혹은 억지로 우겨서 꺾어버릴 때 치료가 안 된다고 한다.
6. 치료
1) 고통의 심각성 이해
치료를 거절하는 행동은 신경증 정도가 아니라 경계선적 증상이다. 따라서 전오이디푸스적 갈등의 재연이기 때문에 강하고 자동적이고 고통스럽다. 내담자들은 이것을 들추면 차라리 변화를 안 할망정 건드리는 것을 싫어한다. 게다가 이 고통은 아무도 어쩌지 못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2) 내담자의 부정적인 전이를 버티어야 함
내담자는 피학증적(혹은 자애적) 대상을 동일시하였기 때문에, 상담자와 공감대를 형성한 경우(내담자의 다이내믹과 상담자의 공감수준이 서로 만나는 곳에서 ‘만남’이 일어나고 이때 전이도 함께 형성된다).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서 자신의 피학증적 자아의 일부를 상담자에게 밀어넣은 후, 상담자도 피학증적으로 오염시킨 후, 패배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동일시를 훈습할 때(상담자는 부정적 동일시를 없애려고, 내담자는 그것을 투입하려고 서로 힘겨루기), 상담자는 자기의 일부가 되려고 맹렬히 준동하는 내담자의 피학증적 자아를 버티어야 한다.
3) 전지전능한 어머니상을 취하지 말 것
이미 병리적 2자관계의 결합을 가지고 상담실에 나타난 내담자에게 상담자는 제3자다. 전술한 것처럼 상담자가 자애적 성격일 때 자신이 전능한 어머니상을 취하다가 망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그런 일을 하지 말고 현실적인 어머니상으로 가는 상을 취할 것. 특히 자기가 상담하면 반드시 고친다는 자애적 신념을 가진 상담자가 잘 걸려든다.
서머스(Summers)는 다음 세 가지를 말했다.
4) 안아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
변화 시 분리불안(혹은 해체불안)을 감싸 안고 달래줄 환경이 필요하다.
5) 담아주는 사람(containing person)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자기가 나타난다. ‘자발적인 몸짓’이 나타나도록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 주고, 상호관계에서 ‘형태 없음’이 있어도 재촉하지 말고 기다려 주고, 머뭇거리거나 우유부단해도 참아주고, 어쩌다 한 번씩 자발적인 몸짓을 하면 알아보고 민감하게 반응해주는 대상이 필요하다. (아, 피마르는구나!)
6) 촉진적 대상
내담자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채고,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 있는 가능성을 보아주고, 그 가능성을 순차적으로 이끌어 내주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관계를 미리 알고 대응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즉 그가 어떤 사람이 될지 미리 알 뿐 아니라. 겨우 희미한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능력을 발견하고, 마치 그 능력이 지금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관계를 맺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줘야 한다. 마치 하나님이 갓 회개한 죄인에게 완전한 의인이 받는 대우를 미리 해주시는 것(稱義)과 같구나!
결론
가장 익숙하고(나쁘기긴 하지만), 편안하고(비효율적이긴 하지만), 나다운(부정적이지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패턴을 벗어버리는 것은 거의 죽었다가 다시 사는 것만큼 어렵다. 왜 올바른 길이 있는데도 변화하지 않고 게으르게 사느냐고 질타하는 것은 도덕선생님이지, 결코 상담자가 아니다. 나쁜 습관에 자기감이 혼재하기 때문에 전자만 이해하는 상담자는 후자를 다루는 일에 소흘하기 때문이다. 고로…….통찰도 중요하지만 안아주는 배려가 더 중요하다. 아이고~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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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전아람 기자] 탤런트 김청의 어머니가 정신상담을 받은 사실을 고백했다.
14일 오전 방송된 KBS2 '여유만만'에서는 미녀 중견 여배우 김청이 어머니 김도이 씨와 함께 출연해 모녀간의 사랑을 자랑하며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이날 김청은 "어머니의 사랑이 고맙지만 가끔은 너무 과해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며 "어머니와 나 사이에 변화가 조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머니의 별명이 '김청 껌딱지'다"라며 "하도 붙어 다녀서 새 집을 지어드렸는데도 우리 집에 사신다. 그러니 남자를 편하게 만날 수도 없고, 결혼이 가능 하겠냐"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김청의 어머니는 "내가 딸에 대한 집착증이 심하단 것을 알고 있다.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릴 들었다"라며 "그래서 병원을 찾았고, 치료를 받아야 할 거 같다는 교수님의 진단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난 딸에게 지극정성으로 해주는데 딸은 무심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섭섭할 때가 있어서 아무리 안 해보려고 해도 그 마음이 5분도 안 간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첫댓글 우승자샘, 3)의 (3)을 보시면 예전에 말씀하셨던 자신이 모든 아이들을 홀로 구제할 사명을 받은 사람인양 오버하면서, 어머니들을 막 공격하던 부모교육 강사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스크랩을 못하니 자주 들어와서 읽어보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그 사람에게 속상했던 이유도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저의 모습이 보여서 그런것 같습니다.
변화의 길목에서 선생님의 글을 접하면서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자세를 가다듬게 됩니다. 턱없이 부족함을 알기에 배우며, 기도하며 준비하려고 합니다.
ㅎㅎㅎ 이젠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는 여유를 가지시니.......참 너그럽고 한결 여유가 있으신 것 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0^
5번째.... 읽는 중 입니다.ㅎㅎ
억지로 읽지 마세요. 대략 50세가 넘어야 알게 되는 내용입니다^^ 위의 두 분 다 50세가 넘으셨고요
다음에 천천히 또 읽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