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한국과의 공생을 향하여
- 무교회 2023겨울호-
모리야마 코지(森山 浩二)
1. 시작하며
작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의한 전쟁은 올 2월 러시아의 대공세가 예상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스러운 1년이었다. 또 동아시아에서는 패권국가로 치닫는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가까운 시일내에 대만을 병합하고자 위협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빈번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가능성 등도 위협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이에 대응하는 기시다 정권은 국방비 대폭 증액, 선제공격으로 가기 위한 적의 기지 공격 능력 유지 등, 헌법 9조에 의해 일본의 자위대가 '오직 방위(專守防衛)' 노선을 견지해 왔던 국방 정책을 대전환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우리나라의 움직임이 동아시아 군비경쟁을 부르고, 긴장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동아시아 주변국과 공생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인생의 50년 가까이를 한반도, 즉 한국과 관계해 온 사람으로서 생각의 일단(一端)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2. 일한청년우화회에 대하여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 한국인과의 공생을 지향하여, 그동안 일해온 '일한청년우화회'에 대한 이야기다. 이 모임이 태어난 배경에는 일본통치하의 조선에서 1920년대 일본에 온 조선인 유학생인 김교신, 송두용, 함석헌 등이 우치무라 간조의 성서연구회에 출석하여 그리스도 신앙을 배우고, 1927년 '성서조선'을 창간함으로써 조선에서 무교회의 역사가 시작된 것과 관계가 있다.
전후에도 한국의 우치무라의 제자들은 일본무교회와 교류를 이어갔다. 1964년 한일조약 반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식민지 지배를 사죄하기 위해 마사이케 진 선생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1975년 '송두용 신앙 50년' 기념회를 위해 재방문한 마사이케 선생이 일본무교회를 비롯하여 기독교 서적을 한국에 보내기로 약속하였다. 송두용 선생의 제자 이진구 선생이 책을 받았는데, 일본에서는 오류문고지원회가 발족하여 그 사무를 후쿠시마의 스기야마 씨가 담당하여 약 20여년간 수고하였다.
스기야마 씨가 고령이 되면서 의뢰를 받아 일한청년우화회가 결성되었다. 세키네 요시오 씨가 대표, 야마모토 히로시, 츠치야테쯔, 그리고 내가 사무국을 담당하였다. 식민지 지배에의 사죄 위에 진정한 우호와 상호이해를 구하였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일본에 초대하여 견학과 홈스테이 등의 교류를 통해 평화의 초석을 다지자는 취지로 매년 여름 젊은이 두 사람을 초대하는 프로그램을 10년간 진행하였다.
2005년 여름, 13인의 일본무교회 교우(성인)가 한국무교회 전국집회에 참가하였다.
이후 한국측의 요구가 있어, 한일 쌍방의 청년을 상호 초대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06년 한국성서신우회가 발족하여 이 교류사업의 한국측 창구가 되어 주었다. 사업의 진행은 다음과 같다.
- 2008년, 여름 일본 청년 방한(10명)
- 2010년, 겨울 한국 청년 방일
- 2011년, 여름 방한
- 2013년 겨울 방일
- 2014년 여름 방한
- 2015년 가을, 한국의 무교회 교우(성인)가 일본전국집회 참가
- 2017년 겨울 방한
- 2018년 겨울 방일
- 2019년 봄 일본의 교우(성인) 방한
이렇게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다가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중지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부정기적이지만 일한청년우화회 '회보'를 발행하여, 회원간의 교류와 한일양국 이해증진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였다.
이것이 한일무교회 간의 작은 교류의 발자취를 정리해 보았다. 현재는 야마모토 히로시 대표의 주도로 한국성서신우회 임원들과 온라인 회의를 정기적으로 가지면서 앞으로 더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가 공생을 도모할 때 유의할 일이 있다. 전부터 일본에서 살아온 가장 오래된 이웃인 조선인, 한국인이나 중국인을 비롯한 재일 외국인, 특히 아시아인과의 공생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일본내 외국인과의 공생을 하지 않으면서 이웃나라 사람들과 진정한 공생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피난민에 대해 우리의 호의가 담긴 여러가지 원조활동은 일본인의 부조정신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일은 정부가 유럽과 협조행동을 취하는 등 지원에 나섰고, 지자체도 적극 협력했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거기에 일본인들의 유럽숭배 사상도 한몫했지 않나 생각한다. 왜냐하면 미얀마 난민이나 그 외의 난민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의식이 사라져야 진정한 공생이 이루어진다. 각자 실천해 나가야만 한다. 동시에 정부나 지자체에 의견 개진 등 제도적으로 공생사회의 실현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악한 민족주의 극복
20세기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쳐 국제연합이 설립되었다. 이후 미소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한 냉전이 1990년까지 계속되어 민족주의에 뿌리 박은 주권국가 전성시대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하고 자본주의에 의한 경제적 글로벌화가 진행되어 21세기는 자유와 민주주의 시대가 되리라 기대하였었다.
2023년 현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의 러시아뿐 아니라,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 등 전제주의적인 나라가 늘어가고 있다. 그런 정치의 근저에 오롯이 잠재하고 있는 게 자국중심의 민족주의이다. 이는 국가간 대립의 요인이 된다. 전제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는 편협한 애국심 교육을 행하는 경향마저 있는데, 그런 교육에서 국민은 자유로워야 한다.
21세기는 국가 대 국가의 이해를 넘어, '우주선 지구호'에 사는 인류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각하고, 악한 민족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며 공생을 실현시켜 가는가가 과제이다.
4. 국적을 하늘에 가진 자의 사명
한일 공생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한국은 과거 지향의 '반일' 의식의 극복이며, 일본은 식민지 지배를 하며 행했던 죄에 대한 책임의 자각과 차별의식의 극복이다. 양국민이 서로 역사와 사회를 지구적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르게 배우고 이해하며 바꾸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래전, 마사이케 진 선생이 사죄를 위해 방한하였을 때, 송두용 선생이, "식민지 지배를 하게 하여 이쪽이야말로 죄송하다'고 대답하셨다 한다. 또 송 선생은 한국전쟁 때, 인민군의 남침으로 힘든 피난생활 중에 동포로서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북한의 죄를 용서해주소서'라고 공공연하게 기도하셨다. 참 공생을 만드는 건 악한 민족주의를 넘는, '국적을 하늘에 둔' 그리스도인의 존재가 아니겠는가?(시부야 성서집회)
첫댓글 이글을 준비하는 날, 하필이면 식민지시대의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국내의 기업이 지급하기로 했다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ㅠㅠ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