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일랜드(The Island)속의 인물들에게서 발견한 철학
영화 아일랜드를 보는 내내 ,영화를 다 감상한 후, 그리고 이 영화를 발표하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많은 의문점과 깨달음을 느꼈다. ‘아일랜드’안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들은 수없이 많다. 주인공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에겐 커다란 의문점을 준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부터 영화의 중심인물인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가 아닌 그 외의 인물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상과 그 사상을 추구했던 철학가들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실제로 필자는 이 영화에서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보다는 그 외의 인물들을 더 주의깊게 보았다.
우선 메릭 바이오테크사를 운영하는 메릭박사에 대해 논해보자. 그는 한마디로 자신의 삶만이 중요하며 물질주의적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본주의의 폐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클론이 감정, 의식,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장기를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무시한다고 볼 수 있다. 엄연한 생명체인 클론들을 상품으로 여겨 스폰서들에게 그 장기를 제공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을 준다. K.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특징을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상품생산이 이루어진다는 점, 생산이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등으로 보았다.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 메릭을 살펴본다면 그는 자본주의의 단점 모두를 행하고 있다. 클론들을 상품화 시켜 이윤을 취했고, 게다가 법까지 위반하며 회사를 운영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아그넷상태의 클론들을 무차별적으로 없애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무계획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톰 링컨을 생각해보면 그는 삶에 대한 욕심이 강하며 지나친 개인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가 살아있는 클론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생명연장을 위해 그들을 죽여 그 장기를 얻고자 한다. 클론들을 엔진의 스페어 부품 이상으로 여기지 않고 그들은 단지 자신의 장기제공처일뿐이라고 생각한다.
클론이 살아있다는 것을 모르는 의뢰인들은 자신들의 복제품이 야채처럼 재배되는 줄로만 안다. 의뢰인들의 암묵적이고 집단적인 무지 속에서 사업은 날로 번창할 수밖에 없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오직 나와 내 몸으로만 철저히 한정된다.
만약 톰 링컨이 아닌 다른 스폰서들이 메릭 바이오테크사의 불법운영사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클론들을 도와주었을까? 그들은 자신의 쾌락과 안정만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메릭 바이오테크사의 불법운영으로 인한 사회의 불안정성과 위법성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생명연장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쾌락주의를 추구하는 에피쿠로스철학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스폰서들이 추구하는 쾌락과 에피쿠로스가 추구하는 참된 쾌락에는 차이가 있다. 에피쿠로스는 참된 쾌락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해 먼저 우리의 욕구를 분석한다. 왜냐하면 쾌락은 욕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얻었을 때, 쾌락을 느낀다. 이때 우리의 욕망이 강렬하면 강렬할 수록 우리의 쾌락도 커진다. 그런데 영화안의 톰 링컨과 같이 맹목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욕망이든 자신이 느끼는 욕망이 충족되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적 원리에 따른다 하더라도 모든 욕망과 모든 쾌락을 무차별하게 추구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느끼는 많은 욕망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규정된 집단적 혹은 개인적 망상의 소산일 때 그것은 참된 쾌락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자연적이고 본래적인 욕망이 추구되고 충족될 때, 우리는 참된 쾌락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쾌락을 누리려는 사람은 먼저 무엇이 필요한 욕구이고 무엇이 절제해야 할 욕구인지를 분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에피쿠로스의 생각이다. 다시 말해서 톰 링컨이 원하는 생명연장의 꿈은 진정한 쾌락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설경호대 블랙호크의 대장인 알버트 로렌트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는 복제인간에 대한 사실을 알고 나서 그들을 도와주는 양심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고객보다 클론의 편에 서서 외면적 가치보다 내면적 가치를 더 추구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필자는 스토어 철학자들의 행복을 떠올려본다. 스토어학자들은 우리에게 아무리 극심한 역경이 닥친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정신의 도덕성을 해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오직 도덕적 결단과 행위의 주체인 나만이 진정한 나이기 때문이다. 알버트 로렌트이 행동한 것과 같은 정신의 덕이야말로 행복의 충분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행복은 외적조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내면의 덕에 존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안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 인물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상들에 대해서 논해보았다. 이 영화는 생명윤리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부터 인간의 욕망까지 여러 가지 사상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걸 필자는 깨달았다. 이 영화를 발표하게 되면서 다섯 번 정도 영화를 보았지만 볼 때마다 인물 한명씩 집중해서 보니 각각 나타내고 있는 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이 나타내는 사상들에 대해 쓰게 되었다.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더 많은 내용들을 다 논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영화 하나로 이렇게 몇가지 사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연구하면서 ‘영화와 철학’이라는 수업의 목적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일랜드’는 그런 수업의 목적에 알맞은 훌륭한 영화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