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3. 목요일. 날씨: 눈이 펑펑내려서 아이들이 신이 났다.
아침열기-눈싸움 눈사람-수학-점심-청소-사물놀이(5,6)/장구(3,4)/난타(1,2)-5,6학년 영어-마침회-교사회의
[눈오는 날엔]
눈이 펑펑 내린다. 학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과 눈싸움을 했다. 아침 산책 길 들어오면서부터 본격으로 눈싸움을 하는데 1학년 아이들이
어찌나 세게 던지는지 얼얼하다. 원서는 눈을 뭉쳐 겉옷에 넣으려다 눈뭉치를 맞는다. 뛰고 달리고 지칠 때쯤 눈덩이를 굴러 눈사람을 만드는데
너도나도 달려들어 함께 거든다. 다른 모둠 아이들도 눈을 맞고 노느라 학교 밖이 시끌벅적하다. 눈사람 세 개를 만들고 얼굴을 그리는데 아이들이
홍당무와 숯을 찾는다. 해마다 눈이 오면 이렇게 뛰고 달리고 눈싸움과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은 세계 어디에서나 눈을 좋아하겠다. 아마 눈사람은
오늘을 넘기지 못하고 부서져있으리란게 아이들과 놀아본 경험이다. 역시 낮에 모두 부서졌다 하하하.
저녁에는 서둘러 산돌학교에 가서 큰아이 졸업작품 발표회를 봤다. 큰아이 친구 넷이 먼 남양주까지 같이 간다고 와서 아이들에게 고맙고
큰아이가 잘 살고 있구나 싶다. 졸업하는 아이들 졸업논문과 작품 발표회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 울컥하다. 녀석들이 어느새 졸업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졸업을 하며 자기 앞날에 대한 많은 고민과 생각을 내비추는 글과 발표들에 마음이 든든하다. 중등대안학교 졸업부모가 되니 이제 진짜
대안학교 졸업부모가 되는 것 같다. 아이들 이렇게 잘 키워준 산돌 식구들과 선생님들께 정말 고맙고 참 미안하다.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했기에 더
그렇다.
2015. 12. 4. 금요일. 날씨: 어제 내린 눈이 녹아 빙판이 되거나 눈이 녹지않을만큼 기온이 내려갔다.
아침열기-국립유아숲체험원 산책-눈썰매타기-마을신문 만들기-점심-청소-배움잔치 연습(청소년수련관)-마침회
[눈썰매와 마을신문]
아침 산책길에 뒷산인 우면산 국립유아숲체험원을 가게 됐다. 눈썰매를 탈 곳을 봐두려는 마음도 있고 해서 쭉 걸어갔더니 공사중이던 게 얼추
마무리되어 산책로와 줄놀이터, 바깥 강의장, 나무 조경이 많이 되어 있다.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니 벌써부터 봄이 기대된다. 눈 쌓인 풍경도
좋은데 푸르른 숲은 또 얼마나 좋을까. 양지마을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큰 숲 속 놀이터이자 숲 속 쉼터가 되는 셈이다.
학교로 들어오는 길에 최명희 선생과 세화가 썰매타는 걸 보고 우리들도 함께 썰매를 탔다. 본디 학교 들어갔다 썰매 탈 채비를 하고 다시
오려고 했는데 그냥 비료푸대 두 개를 얻어 탄다. 덕분에 엉덩이가 고생한다. 신나게 타고내려가던 아이들이 "내엉덩이, 아이고 내엉덩이" 한다.
짚더미 넣어오면 나을텐데 귀찮아 그냥 줄곧 탄다. 배움잔치가 내일이지만 눈이 쌓인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게 우리들이니 한 판 제대로
눈썰매를 탄다. 실컷 타고 학교에 들어오니 2학년 지환이는 눈썰매 기구를 들고와서 2학년들과 함께 눈썰매를 타러간다. 예준이는 썰매타기 좋게
옷을 단단히 입고 와서 아무리 뒹굴어도 괜찮겠다.
드디어 마을 신문 2호를 펴내는 날이다. 더이상은 미룰 수 없어 아이들이 맡은 건 마무리 짓고 마지막 편집과 인쇄는 선생이 맡기로 했다.
2호에는 사진이 더 많이 들어가고 마을 소식과 학교 소식이 더 늘어 있다. 차츰 더 좋아지겠지. 오후에는 배움잔치 연습인데 청소년수련관을
금요일도 빌리게 되어 마무리 연습을 할 수 있어 좋다. 악기랑 소품들을 미리 다 날라놓아 내일 일이 쉽겠다. 무대에서 빛나는 우리 아이들 그저
보고만 있어도 좋다.
2015. 12. 5. 토요일. 날씨: 그리 춥지 않다.
[배움잔치]
아홉 번째 배움잔치다. 짧은 연습 기간에 아이들에게 줄곧 말했다. 연습하는 과정이 배움잔치라고, 과정을 즐기면 된다고. 우리 아이들은
정말 그렇게 신나게 재미나게 연습을 했다. 모두 세 번의 연습 가운데 공연 직전 마무리 연습 한 번 하고 드디어 무대 공연이 올라간다. 연습 때보다 더 잘하는 아이들과, 더 실수하는
아이들도 모두 멋진 배우이자 공연자가 되어있다. 볼수록 기분이 좋다. 일 년 배움을 내보일 수는 없지만 정성을 다하는 우리 모습이 있어 모두가
뿌듯하다. 아이들 배움 뒤에 참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음이 생각난다. 언제나 아이들을 기다려주며 늘 응원하고 격려하는 우리 부모님들 앞이라 더
힘이 나는 아이들과 선생들이기에 언제나 고마울 뿐이다. 새로운 역사가 쌓여간다.
배움잔치 뒷정리까지 부모님들 덕분에 빨리 끝나서 선생들끼리 허아람 선생님 환영회와 배움잔치 뒤풀이를 일찍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모임에서
선생들 식사하라고 금일봉까지 주신다. 교육의 삼 주체가 어울려 멋진 잔치를 만든 날 고맙다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