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와 한남 허가제가 고위층 살아서가 아니라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머니투데이|유엄식 기자|2022.06.18.
서울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이 내년 6월17일까지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추가로 받게 되자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6월 첫 지정 후 3년째다. 올해부터는 강화된 기준에 따라 초소형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모든 유형의 주택 매매에는 사실상 모두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반포·한남동 등은 아파트 가격대가 더 비싸고 최근 가격이 더 올랐는데 이 지역은 놔두고 잠실, 목동을 지정한 이유를 두고 주민들은 "반포와 한남동은 고위 공직자와 재벌들이 모여 살아 눈치 보는 것이냐"는 불만까지 제기한다. 서울시의 기준은 무엇일까.
1.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실거래가보다 주변 개별 여건이 중요한 기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연장된 이유는 대형 개발 이슈 때문이다. 잠실동과 삼성동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영동대로 광역환승센터,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으로 이를 염두한 투기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높다. 청담동과 삼성동은 인접 지역 풍선효과 우려 때문에 함께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 첫 지정 후 2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관리 중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24개 단지(1.15㎢),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2.28㎢),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16개 단지(0.62㎢), 성동구 성수 전략정비구역(0.53㎢) 등 4곳은 시가 대규모 지구단위계획을 만들고 있다는 게 이유다.
만약 실거래가 기준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하면 용산구 한남동, 서초구 반포동 등 잇따라 초고가 거래가 성사된 지역이 1순위다.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아실(asil)에 따르면 올해 서울 최고가 아파트는 지난 4월 135억원에 매매된 용산구 한남동 '장학파르크한남' 전용 268㎡이었다. 이외 한남더힐 등 한남동 소재 단지와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 서초동 소재 단지가 최고가 상위 10개 단지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실거래가보다 주변 개발 여건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선정에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2. 반포 재건축 완료 단계, 한남동 특정 단지만 가격 상승, 용산 국제업무지구 사업, 추가 지정이 변수이다.
이 관계자는 반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일대 재건축이 완료 단계이고, 신고가 갱신도 기축 단지에 집중돼 신규 개발지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용산 지역에 대해선 "한남동은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 초고가단지 일부 거래의 가격대가 높을 뿐 주변 뉴타운 재개발 구역은 가격 오름세가 없어 대형 개발 이슈가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실 이전, 국제업무지구 등 개발 이슈로 일대 집값이 영향을 받을 경우 추가 조치가 이어질 수 있냐는 질의에 대해선 "정책적 판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규모 이상 주택, 상가, 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 30% 상당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특히 주거용 토지는 매수자가 2년 간 실거주용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려고 해도 기존 주택 매각, 임대차법 영향 등으로 즉시 전입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 거래 금지 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인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에 반대 입장을 밝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송파을)은 "지난 2년간 규제에서 벗어난 반포지역은 신고가 행진을 지속하는 등 풍선효과 부작용이 속출했다"며 "실효성 없이 위헌 소지가 있는 제도를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은 부동산 폭등의 책임을 죄 없는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