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부장관이 최근 모든 외교부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일부 직원이 외부 인사를 동원해 인사청탁을 하는 구태(舊態)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관련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고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했다. 김 장관이 이달 초 자체 인사개혁 차원에서 성과가 부진한 공관장과 간부들을 좌천시키거나 비(非)인기 지역과 부서로 보내는 인사안을 청와대에 올리자 이를 알아챈 몇몇 대상자들이 정치권을 동원해 뒤집기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불과 석 달 전 전·현직 외교관의 자녀와 사위 등을 불법 특채해 온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분노를 샀는데도 외교부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도 취임하자마자 '외부 인사청탁 배제'를 다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도 두 달 전 모든 경정급 간부에게 이메일을 보내 "승진 청탁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뒤집어보면 군·경(軍·警)에 대한 외부 인사 청탁도 중병(重病) 수준이란 얘기다.
청와대는 지난 9월 만든 공직후보자 검증서에 '인사 청탁을 받은 적이 있느냐, 청탁받아 인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넣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사 청탁 혹은 정실(情實) 인사 근절은 청와대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청와대가 각 부처에 몇 배수의 인사안을 올리라 하곤 "이 사람은 되고 저 사람은 안 된다"고 해 온 사실을 공무원 모두가 알고 있는데 누가 인사 청탁 엄벌(嚴罰)이란 말을 두려워하겠는가. 그걸 내버려둔 채 인사 청탁 근절 운운하면 인사 청탁이 청와대 쪽으로만 몰릴 것이다.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신망을 얻는 공정한 인물을 지명,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인사의 실상(實狀)을 조사토록 하고 종합보고서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인사 청탁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는 그 다음에 논의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