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 한 그릇은 바람이 차가워지면 생각난다. 후루룩 후루룩 떠먹던 따끈한 국밥을 찾아 시장 골목, 먹자골목으로 들어갔다. 허름할수록 국물 맛이 깊은 이유는 뭘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문난 국밥집을 찾아갔다.
국밥의 최고봉은 장터국밥이 아닐까? 큰 가마솥에 아침부터 하루 종일 푹 고아 시래기는 흐물흐물하고 국물은 진하게 우러난 장터국밥. 뚝배기에 밥 넣고 국물 얹어주던 그 국밥을 호호 불며 먹으면 볼은 더 빨개지고 콧물을 훌쩍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TV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날이 좀 더 싸늘해지면 먹자골목 제일 안쪽, 시장 뒷골목에 있는 국밥집을 찾는다. 바람이 싸늘해질수록 이런 국밥집들은 문전성시다. 오래된 집이 맛집이라는 속설은 국밥집에서만큼은 정통하다. 오래오래 푹 끓여야 제 맛인 국밥, 그 국밥만을 20년, 30년씩 끓여댔다니 더 말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국밥은 국물에 밥을 말아주기도 하고 밥과 국을 따로 주는 따로국밥도 있다. 따로국밥부터 순대국밥, 쇠고기국밥, 소머리국밥, 콩나물국밥, 굴국밥…. 국물에 밥 말아 먹는 것은 다 비슷하지만 그 국물은 같은 맛이 없다. 국물을 우려내는 방법도 내용물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국밥집을 찾는 이유는 단순한 듯하지만 그 국물만큼이나 다양하다. 후루룩 쉽게 먹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국물 맛이 가히 별미라 할 만큼 맛있다는 것도 이유다. 또 언 몸을 순식간에 녹여주고, 숙취 해소에 그만한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쇠고기나 사골로 우린 국물에 선지며 우거지를 넣어 폭 끓여내니 영양도 만점이다.
종로3가 낙원상가 아래에는 1천5백원 하는 국밥집이 있다. 간판은 분명 ‘소문난집 추어탕’인데 메뉴는 국밥 한 가지다. 50년이 넘었다는 이 집의 손님을 보면 일간지 경제부 기자들보다 정확하게 시장 경기를 엿볼 수 있다고 한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손님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활기찬 명동에도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따로국밥집이 있고, 서울 프라자호텔 뒤쪽 먹자골목에는 방송에 단골 출연하는 콩나물국밥집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종종 들렀다는 쇠고기국밥집, 굴국밥집 등이 모여 있다. 강남의 터줏대감은 신사역 주변 아귀찜 골목의 강남따로국밥집을 꼽을 수 있다.
국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밥에 살짝 익은 깍두기를 얹어 먹을 것. 굴국밥이나 선지국밥은 부추김치와 함께 먹고, 콩나물국밥은 달걀을 풀지 않으면 더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01 대파와 무를 넣어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강남따로국밥.
02 명동 따로집에서는 즉석에서 부치는 6가지 전을 함께 맛볼 수 있다.
03 낙원상가의 소문난집 추어탕의 우거지얼큰탕은 십 몇 년째 1천5백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04 삼백집은 정통 전주식으로 콩나물 국밥을 끓여낸다.
05 파와 달걀은 국밥에 빠질 수 없는 재료.
06 24시간 문을 여는 강남따로국밥집은 단일 메뉴의 국밥 전문점.
07 양지와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함평국밥. 국물맛이 진하고 얼큰한 게 특징이다.
08 함평국밥집에 가면 낙서와 술병 뚜껑으로 자연스럽게 꾸민 풍경을 만날 수 있다.
09 그 어느 곳보다 선지가 부드러운 명동 따로집 쇠고기국밥.
10 북창동 먹자골목의 굴국밥집은 인근 샐러리맨들이 해장 단골.
자료출처_리빙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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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정리
◎ 문전성시(門前成市) :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집 문 앞이 시장을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
(권세를 드날리거나 부자가 되어 집문 앞이 찾아오는 손님들로 마치 시장을 이룬 것 같음.)
◎ 속설(俗說) : 1 세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설이나 견해. 2 =속담(俗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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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외대20김신정
* '국밥'을 소재로 이 기사를 찾아서 제일 문득 드는 기억이 있다.
3년 전 겨울, 등교하기 전 새벽에 담임선생님과 반 아이들 함께 부산역에 가서 노숙자들에게 우리가 직접 사 간 빵과 우유를 나눠준
적이 있다. 그런 보람된 일을 한 후 광복동까지 걸어가서 국밥은 아니지만, 2500원하는 해장국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값은 2500원일지라도, 그런 뜻깊은 일을 하고 난 후 먹은 지라, 우리는 250000원이라고 해도 과언일 정도의 가치있는 음식을 먹은 것이다.
요즘처럼 불황인 시대에 노숙자들만이 아닌 평범한 국민들도 웬만한 티셔츠 한장 값보다 더 비싸 밖에서 밥 한끼 사먹기조차 힘들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서 한끼 식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이 시대에, 손님들이 1500원, 2500원 가격의 국밥을 든든하게 해결하고 올 수
있도록 가격에 변화없이 꾸준히 성행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더라도 저렴한 값에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추억속의, 그리고 훈훈한 인정이 묻어 있는 음식이 영원히 자리 잡았
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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