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수떼기 지삐의 1박 2일.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면 섬촌리. 호연 형이 1년 전 터를 잡은 곳이다.
2000여 평의 밭 가운데 1200 평을 팔고자하니, 땅도 구경하고 한 번 놀러오라는 성화에,
한가한 친구 동수를 꼬드껴 장도에 올랐다.
100번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중부고속도로, 호법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다시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서안동에 도착하니 저녁 7시.
3시간 20분에 걸쳐 300여km를 신나게 달려 도착했다.
34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진보면에서 31번 국도로 좌회전하라는 호연 형의 말들 듣고 그리하려는데,
네비게이션이 정신 사납게 35번 국도를 타라한다.
동수도 강력하게 네비게이션을 따르자하니, 어쩌지 못하고 35번 국도행.
동쪽으로 가야하는데, 북쪽으로 가고 있고 날은 칠흑 같은 어둠.......
35번 국도에서 933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한참을 달렸는데도 ‘영양’의 ‘영’자는 보이질 않고,
안동시 예안면... 호연 형한테 전화를 하니, 다시 되돌아오라는 황당한 소리... 죽을 맛이었다.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판단 하에 네비게이션을 믿고 따르기로 했다.
다시 네비의 안내대로 918번 지방도로 접어드니 봉화군 재산면. 불안한 마음으로 한참을 달리니
어둠속에서 ‘영양군 청기면’ 이라는 반가운 이정표. 다음이 목적지 일월면.
도착 예정시간보다 40여 분이나 늦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껄껄 웃으며 형의 손을 부여잡으니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글대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구수한 된장국에 밥 한 사발.......
60여년을 살아온 인생이 그야말로 소설 한 권. 쉽지 않은 얘기가 쏟아졌다.
본처와 헤어지고 어렵게 자녀들 키운 얘기, 45세 되기까지 집 한 칸이 없어 남의 집을 전전하다
45세부터 돈을 벌기 시작해, 집도 장만하고 5년 전 지금의 형수님 만나서,
작년 이맘때 영양에 내려와 오순도순 산다는 얘기.......
누구의 인생도 순탄치만은 않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느꼈고, 이제 아늑한 보금자리 만들어
오롯이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자 색소폰, 오르간, 자동노래반주기, 노래방 뺨치는 엠프시설 등이 잘 갖춰진,
자신의 취미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하고는 흥에 겨워 자랑이 늘어졌다.
사이키 조명 휘황찬란하게 돌아가고, 반주기에 어우러진 멋드러진 색소폰 연주.
1300만원이나 들여 장만한 음악공간이 참말로 멋지고 운치 있었다.
짱짱한 반주와 멋진 색소폰 연주를 배경으로 돌아가며 신나게 서너 곡 불러제끼니 기분은 UP.
‘행복한 노년(老年)을 위해서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아야한다’ 는 말이 실감나는 시간였다.
발발이 짓는 소리에 잠을 깨어, 냉수 한 대접 들이켜고 산책을 나갔다.
뺨이 아릴 정도로 날씨가 싸늘했지만, 공해라고는 하나도 찾아보기 어려운 곳의 맑은 공기임을
알 수 있었고, 동녘산등성이에서 피어오르는 햇살이 희망을 노래하는 것처럼 상쾌했다.
팔기를 원하는 밭은 생김새는 예뻤지만 다소 돈을 들여 개간을 요하는 형태였다.
말년에 예쁘게 집을 짓고 채소 가꾸며 살면 괜찮을 거 같았다.
가볍게 동네 한 바퀴를 돌고, 김치찌개에 늦은 아침을 맛나게 먹었다.
후식으로 사과를 먹자며 먹음직스런 사과를 내놓더니, 분주히 밖으로 나갔다 들어와서는
이번엔 길쭉하게 생긴, 고구마 같은 것을 내놓았다.
“야~~, 이거 내가 작년에 수확한 야콘인데~~, 정말로 끝내준다.
달콤하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 이게 당뇨에도 변비에도 그만이란다~~.........”
자랑이 늘어졌다.
그냥 너스레거니 하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참말로 희한한 맛이었다.
살짝 단맛이 있으면서 시원한 것이, 고구마와 배의 중간 정도의 맛이라고나 할까?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고 목이 마를 때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일거라는 생각.
오늘 전혀 뜻밖의 웰빙식품을 맛봤다는 기쁨.
집 뒷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땄다는 곶감과 땅콩 그리고 야콘을 한 봉다리 받아들고는
아쉬운 작별. 11시 30분.
동해의 푸른 바다를 보며 올라가기로 합의를 보고, 918번 도로를 탔는데,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山河)가 더할 수 없이 정겹게 다가왔다.
영양군을 넘어 영덕군 영해면 원구리에 이르니, 우측으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동네가 나타났다.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마을에 들었다.
무안박씨(務安朴氏) 경수당(慶壽堂) 박세순(朴世淳 1539~1612) 장군의 종택(宗宅)이 눈(眼)을 휘어잡았다.
선조 3년(1570)에 99칸으로 지어졌다가 현종 9년(1668)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박세순의 장증손 박문약이(1635~1724)
현재의 규모로 복원했다는 경북의 유형문화재 제 297호.
집이 크고 아름다운 것도 인상적이었으나 더욱 가슴에 박힌 것은, 후원에 있는,
지방기념물 124호로 지정된, 나이가 700여 년이나 됐고 높이가 약 6m 둘레가 3m가량 되는 경수당 향나무~~!
울릉도에서 300살 된 향나무를 박세순이 집을 지으면서 옮겨다 심은 것이라는데
참말로 그 웅장함과 아름다운 자태란 형언키 어려웠다.
나라에서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소중한 보물로 여기어 병들어 죽거나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보호를 잘해주길 바랬다.
뜻밖의 멋진 집과 나무를 구경하고 강릉을 향한 7번 국도에 올랐다.
5분여 달렸을까(?)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파도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 상쾌했지만 우리는 바닷가에 내려 바다내음을
마음껏 들이켜고 싶어 후포에서 해안도로로 내려섰다.
맑고 시원한 공기 속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파도 부숴지는 소리에 가슴이 다 시원하고 통쾌했다.
방파제에는 고기를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중무장을 하고 낚시에 여념이 없다.
잡은 물고기 구경하겠다고 다가가 봤지만 고기를 잡은 사람은 하나도 없단다~~ㅎㅎㅎ.
동수는 ‘평일에 무신 낚시~~?... 할 일 더럽게 없는 사람들~~!’ 이라며 살짝 심드렁한 표현을 해댔지만, 난 그럴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지금 이 순간에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있는 그들이~~!........
후포에서 평해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천천히 바다를, 갈매기 나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드라이브를 맘껏 즐기고 다시 7번 도로에 올랐다.
요건 뽀너스~~ㅎㅎㅎ.. 예술의 눈으로 감상하시라요~~~!
울진군 기성면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살살 달리는데, 망양리에 이르자 오징어를 말리기 위해
해안 쪽 빨래줄(오징어줄)에 널어놓은 오징어가 바람에 춤추는 모습이 또한 볼거리였다.
동수가 오징어를 사가자고 하기에 마지막 집에 차를 세우고 오징어를 청했다.
사장님 두툼하고 맛나 보이는 반 건조 오징어(피데기) 한축(20마리)을 보여주시며
“2만원이요.. 아주 좋은 제품.. 저렴한 가격입니다........”
참말로 좋고 맛나보였지만 한 마리 덤으로 먹어보고 싶다니까, 바로 구워 줬다.
서울에선 맛보기 어려운 싱싱함이 물씬~~! 입 안 가득 퍼졌다.
‘음~~~! 바로 이맛이야~~~ㅎㅎㅎ’
피데기 한축. 물오징어 10마리 샀다~~~!
또 달리고 달려 이번엔 울진군 죽변면, 유명한 죽변항 못미쳐, 미니 죽변항.
방파제에 옹기종기 모여 낚시하는 모습. 웅성웅성대는 모양새가 제법 뭔가를 잡은 모양이다.
달려갔더니, 망둥어처럼 생긴 놈, 놀래미, 우럭 새끼, 그리고 해삼까지.......
매운탕 거리를 잔뜩 잡았다. 그런데 참말로 볼거리는 이제부터~~~!
10m 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 물이 맑아서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고
고기들 노는 것이 빤히 보인다~~~!
바다 표면에서는 피라미 같은 잔챙이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고,
바닥에는 모래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망둥어 같은 놈들~~!
그놈들 사이에 미끼를 던지면 바로 바로 걸려들어 엄청 쉬운 낚시~~!
참말로 희한한 구경였다.(망둥어처럼 생긴놈 ‘토...’ 네글자였는데 까먹었음)
그렇게 재미난 낚시구경을 마치고 펄떡대는 활어구경을 위해, 죽변항에 들어섰는데,
공판장은 휭하니 썰렁 그 자체다.
언제든 동해의 항에 들어서면 펄떡대는 고기들과 활기찬 상인들로 생동감 넘치는 모습였는데,
추운 겨울여서인지(?) 누군가의 말대로 예전만큼 고기가 잡히지 않아서인지(?)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커녕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무엇이 원인이든지 간에 다시 고기가 많이 잡혀,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길 바라면서,
7번 국도를 향해 달렸다.
7번 국도가 고속도로로 바뀔 모양인지, 여기저기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고속도로가 생겨 빠른 이동도 필요하겠지만, 해안도로와 7번 도로를 잘 정비, 연계해서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삼척을 지나 동해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씽~씽~씽~~~!!
6시에 평창 휴게소에 들러 따끈한 우동 한 사발. 겨울엔 우동이 최고~~~!
9시에 집에 도착하여 물오징어 데쳐 초고추장에 소주 한 잔. 야콘 한 입...
장장 900km가 넘는 1박 2일 여행~~!... 많은 구경을 하고 무사히 도착하니
몸은 피곤했지만 행복이 가득한 마음.
또 열심히 일하고~~, 멋진 여행을 댕겨와야쥐~~~!ㅎㅎㅎ.
푼수떼기 지삐가 낸 수필집이야요~~ㅎㅎㅎ.
자세한 소개글, 위에 공지로 잡혀있으니 참조하세요~~~!
새해에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첫댓글 안녕하세요... 낭만과 미소가 있으며..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글 잘 읽고돌아갑니다..*
ㅎㅎ감사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글이라니~~,, 기쁘고 행복하네요~~!... 대리운전님도 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뜻하는 바를 성취하시어~~, 행복이 만땅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