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 마령에서 산행 날머리인 계남과 동산은 군내버스가 1일 2회(06:20. 16:00), 마령개인택시를 이용해서 마령이나 백운에서 군내버스나 직행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백운개인택시(432-5209), 마령개인택시 (432-2717).
맛집(지역번호 063)
덕태산장(432-5003)에서는 백운면 고랭지와 고원지대에서 방목 사육한 토종닭과 신선한 산채로 조리한 토종닭 1마리 3만 원, 그리고 오리주물럭 1마리 3만 원, 송어회 2만5,000원에 맛 볼 수 있다.
내동산 주변은 말과 연관된 지명과 길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산세부터가 백마가 두 귀를 쫑긋 세운 말 모습인 마이산을 향해 내닫는 형상이다. 마령면 음수동은 목마른 말이 물을 먹는 갈마음수혈(渴馬飮水穴)로 산 아래에 중평저수지가 있어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음수동은 1937년 동진광산이 들어서면서 금과 은을 생산하던 광산(鑛山)마을이 형성돼 두 마을의 머리글자를 따서 광음(鑛飮)으로 개명됐으나 폐광되자 옛 이름을 되찾았다. 산행의 날머리인 계남(溪南)은 내동산 북쪽 골짜기로 흐르는 물이 모이는 시내의 남쪽에 있다는 뜻이고, 계남 서북쪽의 갈마리는 뒷산이 갈마음수혈 명당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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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속시원한 파노라마 풍경이 산꾼을 반기는 내동산 꼭대기.(아래)대운치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을 오르다 두 번째 만나는 바위. 정면에 덕태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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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산기슭에 자리 잡은 약수암은 조선시대에 신씨 부인이 내동폭포에서 목욕하고 신병이 완쾌되자 그곳에 집을 짓고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사찰이름도 약수암에서 내동산의 본래 이름을 따서 백마사로 개명했다. 거대한 암벽에서 흘러내리는 내동폭포는 물이 깊지 않고 수량도 적당해서 안마를 즐기는 데 제격이다. 암자의 불당문 앞에 내동산 약수암(萊東山藥水庵)과 대한불교 불입종 백마사(白馬寺)의 현판이 나란히 걸려 있다.
산줄기는 백두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나뉘어 서북쪽으로 뻗어가며 장안산, 수분령, 신무산, 차고개를 지나 팔공산에서 서쪽으로 갈려나온 섬진지맥이 북으로 달려가며, 마령치 부근에서 남쪽으로 만행산줄기와 영태산줄기를 차례로 내려놓고 서쪽으로 달리며, 임실 성수산(875.9m)에서 갈려 나온 산줄기가 대운치, 구신치를 지나 내동산(887.4m)을 솟구쳤다. 물줄기는 동쪽은 백운천, 서쪽은 마령천으로 흘러든 물이 섬진강에 합류해 광양만에서 남해에 살을 섞는다.
- 산행은 전주명품산악회 이경림 대장의 안내를 받아 호남지리탐사회가 내동산 암릉에 밧줄이 없거나 허술한 곳에 튼실한 밧줄을 설치하면서 1코스를 답사했다. 진안군 성수면과 백운면 경계이자 30번 국도와 742번 도로가 만나는 대운치삼거리(오정삼거리)가 들머리다. 이 코스는 위험한 암릉을 오르내려야 하므로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742번 도로에서 묘소를 지나면 벌목으로 잡목이 우거져 길이 희미하다. 참고로 이곳은 진안군 산림과에서 등산로를 정비하기로 약속했다.
등산로 우측은 산양삼재배지로 살아 있는 나무에 못을 박아 철조망과 검은 차광막을 치고 사람의 통행을 금지하는 경고판을 설치해, 나무들의 신음소리가 진동한다. 남쪽으로 구신마을이 얼굴을 내밀고 철조망을 따라 오르면 상덕현과 구신을 잇는 구신치에 닿는다(대운치에서 30분 거리). 사람의 통행이 많은 듯 제법 길이 넓다. 구신치 절개지를 오르면 솔향기가 그윽하다.
남쪽 구신리에서 상덕현을 잇는 두 번째 고개는 사람의 왕래가 없는 것 같다. 송림을 오르면 남쪽 0.2km 지점에 571m봉이 있는 삼거리다. 북쪽 숲길을 지나 급경사를 오르면 스릴 넘치는 암릉이 줄지어 나타난다.
지리산 천왕문이 연상되는 천연석문을 백마문으로 이름 짓고, 석문 옆 암벽에 매어 놓은 밧줄이 끊어져서 이경림 대장과 회원들이 어른 팔뚝만 한 튼실한 밧줄을 설치했다.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사방이 막힘없는 환상의 조망대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연봉이 너울너울 춤추고 덕태산과 선각산, 고덕산과 임실 성수산 등이 한눈에 훑어진다. 밧줄을 잡고 암릉을 올라서면 오금저리는 칼날능선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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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 암릉에서 본 내동산 정상.
- 두 번째 암릉도 역시 전망이 좋다. 수직으로 된 암릉을 우회해서 내려가면 위험한 암벽이 또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도 튼실한 밧줄을 설치했다. 세 번째 암릉에 올라서면 동쪽 약수암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이곳부터는 진안군에서 등산로를 정비하고 스테인리스 기둥도 설치했다. 눈을 남쪽으로 돌리면 지나온 암릉이 험난한 인생길처럼 다가온다.
정상에 서면 전북산사랑회가 설치한 이정표는 간 곳 없고, 진안군에서 설치한 작은 표석과 삼각점(임실 21)이 있고 안내판이 강풍에 쓰러져 있다(대운치에서 2시간 30분 소요). 정상은 그야말로 막힘없는 환상의 조망대다. 제일 먼저 두 귀를 쫑긋 세운 마이산과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 덕유산이 북쪽에서 얼굴을 내민다. 동쪽은 백운 들녘과 덕태산, 선각산, 그리고 섬진강 발원샘을 품은 천상데미(데미샘이 있는 봉우리)와 팔공산이 손짓하고, 남쪽은 임실 성수산과 고덕산의 암릉이 눈인사를 하고, 지리산이 아스라이 하늘금을 그린다.
하산은 동쪽의 약수암이나 서남쪽의 상염복으로 갈 수 있으나 산행시간이 너무 짧아서 오늘은 코스가 가장 긴 북쪽의 계남마을로 하산키로 했다. 두 귀를 쫑긋 세운 마이산을 바라보고 북쪽으로 15분쯤 가면 무인산불감시초소와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마령면 방화마을로 가는 길이고, 계남마을은 왼쪽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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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운치를 들머리로 능선을 타면 첫 번째 나타나는 바윗길. 필자를 비롯한 호남지리탐사회에서 고정로프를 설치했다.
- 묘소 2기를 만나고 뒤돌아보면 우뚝 솟은 내동산이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댄다. 이곳부터는 숲이 우거진 부드러운 흙길이라서 조망은 없지만 발걸음이 가볍고 빨라진다. 옛 임도와 낮은 능선을 따라서 걷다 보면 소나무와 싸리나무가 늦가을 정취를 뿜어낸다. 노란 소나무 잎이 양탄자처럼 깔린 북쪽 숲으로 내려가면 묘소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산행 날머리에 닿는다(정상에서 1시간 30분 소요). 자칫 잘못해서 왼쪽으로 가면 길이 희미하고 정원수가 많은 전원주택으로 빠지게 된다.
날머리도 들머리처럼 잡목이 우거졌고 등산안내판과 이정표가 있다. SUV차량은 이곳까지 통행이 가능하다. 정상에서 날머리 안내판에서 계남교의 주차장까지는 1km 거리로 20분쯤 마이산을 바라보고 0.5km쯤 시멘트 길을 걷다가 삼거리에서 다시 동쪽으로 0.5km를 걸으면 계남교 옆 주차장에 닿는다.
/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