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개 섬과 암초들을 부르는 노래
이건청
너를 잊었네,
까아맣게, 깜깜하게 잊었네
너 없는 세상에서
나는 키가 크고,
기러기 떼 지어
기역자도 니은자도
쓰며 가는
천의 날이, 만의 날이
갔네,
잃어버린 신발들
검정고무신, 말표운동화
물 따라 떠내려 간 날들이
쓰러지거나 엎어지거나
덧 쌓여서
80년 내 퇴적암으로 굳어
옛날,
그대로 잠들어 있으리
무서리 내린 늦가을
새들은 아직도 노을 속에서
들끓고 있는데
나는 내 비글호* 돛을 올려라
유년의 일기 차곡차곡 적힌 곳,
화석 되어 쌓인 유년 퇴적암에
귀를 대고 엎드려 듣느니,
들리네, 까마득 먼 곳으로 가서
섬이 된, 암초가 된 푸른 멍들이
갈라파고스 육지 거북도
큰뿔코뿔새도 그냥 거기서 크고 있다고
열아홉 개 섬과 암초들이
해무海霧에 실어 전하는 소리,
갈라파고스**
내 잊혀진 날들의 갈라파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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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호: 찰스 다윈이, 승선 5년여 지질 해양학 탐색에 나섰던 배의 이름.
칼라파고스: 남아메리카대륙 에콰도르에서 서쪽바다로, 1,000km쯤 떨어져 있는 섬들과 암초지대. 인간을 포함한 외래종 동식물의 발길이 닿지 않아 대륙에서는 멸종된 희귀, 고유 동물등 잔존생물들이 남아 있음.
―계간 《포지션》 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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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 /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실라캔스를 찾아서』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외. 문학선집 『이건청 문학선집』(전4권). 문학 전집 『이건청 문학전집』(전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