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에 맨 처음 건너간 영국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인디언들이 뭔가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던 것이다. 후에 껌으로 명명된 이것은 영국에
수입되자마자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본래 북미 인디언들의 껌 씹는 습관도 사실은 마야족이 시작한 것이었다.
마야족은 사포딜라라는 나무와 가문비나무의 수액을 채위해 끓여서 껌으로 만들어 씹었는데, 이런 습관이 북미 인디언들에게도 전파됐던 것이다.
그 뒤 검이 인기를 얻으면서 오랫동안 미군의 휴대식량에도 포함돼오고 있다. 졸음을 쫓아 전투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껌은 졸음을 쫓을 뿐 아니라 기억력 감퇴도 막아준다. 일본의 기후대 연구진이 생쥐들을 유전자 변형시켜 일부러 빨리 늙도록 해봤다. 일부 생쥐들은
어금니도 뺐다. 그런 뒤 물 위에 미로를 만들어놓고 집을 찾아가도록 해봤다. 그랬더니 어금니가 빠진 늙은 생쥐들은 길을 찾지 못해 매번 허우적거렸다.
왜 그럴까? 해답을 찾기 위해 사람이 음식을 씹을 때 두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MRI로 촬영해 봤다. 촬영된 사진을 보니 음식을 씹을 땐 두뇌의
해마가 활짝 밝아지는 게 아닌가. 기억을 관장하는 곳이자,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곳이다. 어금니로 씹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 기억력이 떨어진다.
몇 년 뒤 영국의 노섬브리아 대학의 스콜리 교수가 사람에게 직접 실험해봤다. 성인 75명을 25명씩 3그룹, 즉 껌을 씹는 그룹, 씹지 않는 그룹, 껌을
씹지 않으면서 씹는 동작을 흉내내는 그룹 등으로 나누고, 단어와 그림, 전화번호를 보여 준 뒤 얼마나 기억하는지 시험해 본 것이다.
그 결과 껌을 씹는 사람들이 씹지 않는 사람들보다 35%나 더 기억력이 좋았다. 씹는 동작만 흉내내는 사람들도 전혀 껌을 씹지 않는 사람들보다
기억력 성적이 약간 더 나왔다. 껌이 없으면 씹는 척이라도 하는 게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껌 많이 씹으면 설사한다?
런던에서 일어난 일이다. 32살의 스튜어디스가 병원을 찾아왔다. 무려 7년간 계속돼온 설사 때문이었다. 이 사례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에
보고됐다. 껌을 자주 씹으면 두뇌 회전과 기억력에는 좋지만, 그렇다고 하루 종일 껌을 씹어대면 설사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최근 비만을 우려해
설탕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껌 제조업체들이 천연설탕 대신 자일리톨, 헥시톨, 소르비톨, 매니톨 등의 인공감미료를 첨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감미료는 체내에 흡수되지 못하고 소장과 대장을 그냥 거쳐가면서 설사를 유도한다. 껌을 삼키더라도 역시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그래서 무설탕 껌을 하루에 8개 이상 씹으면 설사를 하기 쉽다.
무설탕 껌은 지나치게 많이 씹지만 않으면 소화를 돕고 충치 예방에도 좋다. 핀란드 일리비에스카 보건센터가 11~12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2년 동안
자일리톨이 함유된 껌을 씹도록 해봤다. 그 결과 하루에 5~6개 정도의 껌을 씹을 경우 충치 발생률이 껌을 씹지 않는 어린이들에 비해 30~60%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치균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3~5번씩, 최소한 5분간씩 껌을 씹어야 한다. 더 짧게 씹으면 자일리톨의 효과가
감소한다. 자일리톨은 충치균에 의해 발효되지 않는 유일한 인공감미료이다.(물론 다른 인공감미료도 설탕보다는 휠씬 덜 발효되지만.)
발효되지 않는 감미료는 충치균이 산으로 전환시킬 수 없기 때문에 치석도 형성되지 못한다. 따라서 양치질을 한 뒤 자기 전에 씨버도 부작용이 없다.
미국 미시건 대학 치대와 인디애나 대학 연구진도 자일리톨과 소르비톨이 혼합된 껌에 대한 실험을 했는데, 역시 충치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자일리톨 껌 씹으면 중이염도 예방!
자일리톨은 중이염 발병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의 오울루 대학 우하리박사가 건강한 어린이 857명에게 자일리톨 껌에 섞어 석 달간
씹게 했더니, 중이염 발병률이 30~42% 줄었다. 항생제 투여 필요량도 감소했다. 껌을 적당히 씹으면 기억력이 좋아질 뿐 아니라 충치와 중이염도
예방된다니, 일석삼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