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일지
2018.7.12. (목) 김제사회복지관 실습생 최수경
출근을 위해 버스에 타자마자 든 생각은 ‘기관 가서 아이들 기획단 활동 과정 설명하는 어머님 단체 톡방 만들어야지~’였습니다. 기관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카카오톡을 켰습니다. 아뿔싸, 어제 받은 신청서를 빨간 집에 두고 왔습니다. 혜경이 어머님 전화번호를 모르는 저는 난감한 상태였습니다.
박상빈 선생님께 가서 “선생님... 저 단톡방 만들어야 되는데 신청서 받은 걸 놓고 와 버렸어요...”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 당황한 표정으로 “그럼 어떡하지, 일단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 볼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죄송한 마음을 가진 채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고민이었습니다. 혜경이 친구인 가현이 어머니께 여쭤 볼까 생각 중이던 찰나 박상빈 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셨습니다.
“가자” 말씀하셨습니다. 빨간 집에 다시 갔다 오는 것이 선생님께서 결정하신 방법입니다. 아침부터 저 때문에 고생하신다는 기분이 들어 죄송스러웠습니다.
가면서 MBTI 유형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유형을 말씀드렸더니, “나는 무슨 유형일 것 같아?” 물어보셨습니다. 꼼꼼해 보이셔서 “ESFJ나 ENFJ 둘 중 하나일 것 같아요.” 대답했습니다. 알고 보니 저와 같은 유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유형이 바뀔 수는 있지만,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빨간 집에 다 왔습니다. 서류만 얼른 챙겨서 나왔습니다. 복지관으로 돌아가면서는 신호등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보행자가 직접 신호를 키고 끌 수 있는 버튼을 민원 넣어 요청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길이 많이 위험하기 때문에 신호등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합니다.
복지관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신청서에 적힌 어머님 번호를 저장했습니다. 단체 톡을 만들기 전에 박상빈 선생님께 "이렇게 카톡 보내도 될까요?"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러지 말고 오늘 단톡방 만들 건데 괜찮으시냐고 개인적으로 문자를 먼저 보내. 그런 다음에 괜찮다고 하면 그때 단체 카톡방 만들면 돼" 해 주셨습니다.
이어 홍승미 실습생의 일상생활학교 대본을 보셨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다목적실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5명이니까 작은 도서관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대화할 때 필요한 말들을 몇 가지 적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에버노트 사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컴퓨터랑 연동이 되고, 다른 사람들과 파일 공유하는 것이 편하니 이것을 사용하면 좋다고 하셨습니다. 에버노트를 처음 보아서 버벅거렸으나, 이내 적응이 되었습니다.
점심 식사 전까지 철암 극장 선행사례를 연구하였습니다. 역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스크린이 없으니 흰 이불보를 꿰매서 스크린으로 사용하였고,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관리소에서 방송을 해 줄 때에도, ‘우리가 주최한’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그들의 축제라는 것이 글 전면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것도 그러한 것이었습니다. 내일 하는 기획 회의에서는 당사자 중심을 반드시 실현시키고야 말겠습니다.
점심엔 오광환 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김치찌개와 이용숙 영양사님께서 주신 닭볶음탕이 있었습니다. 너무 맛있었습니다. 오늘은 설거지도 평소보다 2분이나 일찍 끝났습니다. 점점 발전 중입니다.
오후에는 쭉 일상생활기술학교를 위한 고군분투가 있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대본을 계속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말이 깔끔해질 때까지 수정하였습니다. 2층 다목적실로 오라는 안내문도 뽑아 붙였습니다. 신청서와 명단도 깔끔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목적실에 가서 미리 발표 연습도 해 보고, 이야기할 때 껄끄럽지 못하면 과감히 지워 버렸습니다. 어떻게 발표해야 당사자의 눈에 확 띌지 고민합니다. 전날 제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당사자가 말할 때까지 기다리자.' 서로 다짐합니다.
시간이 30분 남았습니다. 안내문을 1층에 두고, 2층 유리에도 붙였습니다. 유리에 붙이는 과정에서 살짝 찢어 먹었습니다. 식은땀이 조금 났습니다.
다과도 예쁘게 정리해 책상 한 쪽에 올려 두었습니다. 컴퓨터에 USB를 꽂았습니다. 자꾸만 인식이 안 됩니다. 시작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USB 인식이 안 됩니다. 이제는 식은땀이 아니라 그냥 땀이 납니다. 급하게 박상빈 선생님께 SOS를 요청했습니다. 바로 해결해 주셨습니다.
서혜린, 서아린 두 아이가 도착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왔습니다. 보니까 저번 부영 2차 아파트에서 홍보물을 주었던 아이들입니다. 연락해 준 것도 고마웠는데, 심지어 가장 먼저 도착해 주었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 두 아이들과 이야기했습니다. 검산 초등학교에 다니고, 각 11살, 8살입니다. 좋아하는 만화는 ‘신비 아파트’입니다.
이제 아이들이 다 도착했습니다. 진아승, 박찬. 둘은 원래부터 아는 사이입니다. 첫눈에 반한 사이라고 합니다.
박상빈 선생님께서 저희 소개를 간단히 해 주시고 홍승미 실습생이 발표를 시작합니다. 일상생활학교의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예시를 보여 주고, 몇 마디 말을 하니 발표가 금세 끝납니다.
아이들과 단독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사실 이 시간을 가장 기다렸습니다. 시나리오대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활기차서 보기 좋았습니다. 지루해 하길래 “우리 그럼 딱 10분! 10분만 이야기해 볼까?” 했더니 아승이가 “정말 딱 10분이에요.” 이야기했습니다. 투덜거려도 다 해 주니 제 눈엔 그저 귀엽습니다.
먼저 홍승미 실습생이 “오늘 선생님이 이야기한 일상생활기술학교에 대해 잘 들었어요~? 일상생활기술학교가 뭘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대답합니다. 혜린이는 “옆집 어른께 집안일 배우는 거요.” 대답했습니다. 찬이는 “뭐, 부침개도 만들고요...” 대답해 주었습니다. 아닌 척해도 귀 쫑긋 세우고 다 들어주었나 봅니다. 대견합니다.
그런 뒤 “그럼 우리 친구들은 엄마 도와드려 본 적 있어요?” 물었습니다. 아승이가 대답합니다. “네! 저 도와드린 적 있어요~”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다른 친구들도 차근차근 대답해 줍니다. 빨래 개는 것, 청소기 돌리는 것…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외에도 뭐 배워 보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물었더니, 혜린이는 요리를 배워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혜린이랑 참 잘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린이는 부모님의 옷을 손으로 빨아 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어리지만 생각이 깊습니다. 찬이와 아승이는 이미 많은 것을 해 보았기에 해 보고 싶은 것이 없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예정했던 10분이 훌쩍 지나고 어느새 20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제서야 찬이가 “몇 분 남았어요?” 물어봅니다. “어, 이제 2분 남았어. 이야기하다 보니까 시간 금방 가지?” 말했습니다. 믿는 눈치였습니다. 사실 저도 이제야 8분이 지난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과의 대화가 활기차고 즐거웠기 때문이 아닐까요.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끝난 후 신청서를 적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찬이가 “선생님, 사랑니 났어요?” 물어봅니다. “선생님은 아직 안 났어. 사랑니는 사랑해야 나는 건데?” 했더니 “그럼 결혼해야 나겠다!” 라고 했습니다. 아직 순수한 아이들을 보니 귀엽고 마음이 행복합니다.
가야 될 시간입니다. 찬이와 아승이를 데려다 주어야 합니다. 장난꾸러기 둘은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뛰어가 버렸습니다. 부랴부랴 따라 나섰습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집에 가자~” 했더니 가기 싫어합니다. “그럼 우리 6시 15분까지만 놀고 집에 가는 거야. 선생님이랑 같이 갈 거야.” 말했습니다. 말은 싫어요, 혼자 갈래요, 했지만 마음은 저희와 같이 가고 싶었는 듯했습니다. 찬이는 자신의 가방과 목걸이를 저에게 맡기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자신의 물품을 맡긴다는 건, 조금이나마 저를 신뢰한다는 뜻이겠지요.
15분이 되었습니다. 정수현 선생님께서 차로 태워다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찬이가 “싫어요! 저희 걸어갈래요!” 했습니다. “그럼 선생님이랑 같이 가야 되는데?” 말했더니, “그럼 선생님이랑 같이 걸어갈래요!” 했습니다. 곤란해진 저희는 “아승이 엄마가 차로 데려다 주시라고 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입으로는 "아 싫은데..." 하면서도 차로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 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무사히 귀가시키는 것까지의 임무를 마친 저희는 정수현 선생님의 슈퍼비전을 듣습니다.
선생님이 섬에서 활동하실 때 만났던 아이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건 ‘치료’가 아닌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을 통해 그 아이는 변화되었습니다. 활동도 열심히 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저희도 아이를 ‘사랑’으로 대해야 합니다. 아이들을 만날 때 포옹 인사로 시작하고, 포옹 인사로 끝마쳐야 합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아이들과의 사이에서 ‘사랑’이 싹트길 바랍니다.
첫댓글 철암극장 선행사례를 연구했군요. 도움이 많이 되었지요? 철암 마을 이야기는 우리 사회복지 현장의 보배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 철암도서관 카페도 있어요. 틈틈이 보며 수경이 활동에 보탤만한 지혜를 얻길 바랍니다.
다음번에는 꼭 걸어서 데려다 줘야 겠네요.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걸어가고 싶었는데, 내가 괜한 걱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 올 때 안아주고, 갈 때 고맙다고 안아주고. 활동이 끝나는 날까지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개구장이 아이들을 귀엽게 보고 사랑으로 대하는 승미, 수경이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