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와 사대주의
셰익스피어가 영어와 영국인의 영광을 위해서 그의 글을 썼고, 알렉산더가 총과 칼의 성과가 아닌, ‘문화의 성과’----‘알렉산드리아 문화-----에 의해서 세계정복운동을 펼쳐나가려고 했듯이, 세계정복운동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훌륭한 운동이며, 영원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많은 이민족을 정복하고 그 영토를 빼앗는다는 것, 외부의 침입자의 궤변으로 이민족의 문화를 박멸하고 자기 문화를 강제한다는 것, 원주민을 노예계급으로 거느리며 지배계급이나 귀족계급이 된다는 것, 자기 민족은 세련된 말과 가볍고 화려한 옷과 한가함과 나태함 속에서도 예술과 취미활동을 하게 하고, 그 반면에, 이민족에게는 전면적인 관리체계로써 법률과 질서와 노동을 강요한다는 것, 바로 이러한 것들이 제국주의자들의 덕목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알렉산더, 줄리어스 시이저, 아우구스투스, 징기스칸, 나폴레옹 등이 그 제국을 건설했던 자들이며, 지난 20세기의 레닌, 스탈린, 히틀러, 아이젠하워, 케네디, 레이건 등도 바로 그러한 자들이고 할 수가 있다. 제국의 역사는 세계정복운동의 역사이며, 전쟁을 기피하고 적을 강력하게 해주면 반드시 멸망하게 되어 있다.
모든 유기체에게 있어서 자기 영역의 확대는 최고선이며, 자기 영토의 손실은 최악의 손실이 된다. 아시아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지나치게 평화를 사랑하고 적을 이롭게 해준 댓가로 서구의 제국주의자들의 야만적인 폭력 앞에서 자기 나라와 그 주권을 빼앗기는 수모를 겪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리 한국인들도 ‘대한제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기의 몸과 꿈을 한없이 낮추고 事大主義를 최고의 이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나라’라는 외세의 힘에 의지하여 삼국을 통일했던 신라, 그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은 그러나 하나의 말장난일 뿐, ‘당나라’를 식민지 본국으로 섬겨오는 결과를 낳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고려 시대에는 ‘몽고’의 식민지가 되고, 그 몽고를 지나치게 섬긴 결과, ‘명나라’를 섬겨야 한다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낳지 않았던가?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에 대한 충성이 지나쳐 ‘청나라’를 간과하고, 그 청나라의 장군 앞에서 마침내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 치욕을 겪어야만 하지 않았던가? 또, 그리고, 그 청나라에 대한 충성이 지나쳐 ‘일본’을 간과하고, 대일본 제국주의 앞에서 나라를 빼앗겨야만 하는 국치를 겪어야만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은 어떠한가? 소련과 미국에 의한 한반도의 강점의 결과로 한국전쟁을 겪어야만 했고, 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모든 부패의 잔지판을 벌이고 있지 않던가? 이 모든 것이 자기 스스로 몸과 꿈을 낮추고, 세계정복운동을 펼쳐보지 못한 결과일 뿐인 것이다. 한국 전쟁 이후, 총과 칼로 수많은 민심을 짓밟고 그처럼 가혹하고 잔인했던 ‘군사독재정권’을 옹호하며,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짓밟았던 미국에게, 與野의 대선주자들의 충성의 경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대외 협상의 신조는 첫째도 事大主義이고, 둘째도 事大主義이며, 셋째도 事大主義이다. 따라서 이 사대주의가 이 땅의 지배계급의 인사들에게 그처럼 엄청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안겨주고, 그들은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망각한 채, 배부른 노예계급의 안락함으로 어떠한 변화마저도 싫어한다. ‘대당절의’, ‘대원절의’, ‘대명절의’, ‘대청절의’, 친일파의 ‘대일절의’, 친미파의 ‘대미절의’가 바로 그것이다. 오늘날 이 땅의 지배계급의 인사들에게는 사대주의가 최고의 사상과 이념으로 되어 있으며, 그 사상과 이념 앞에서는 국가의 이익과 미래는 없고, 사소한 개인들의 이익과 명예만이 있을 뿐이다. 동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터전인 대한민국을 전쟁 한 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당나라와 원나라와 명나라와 청나라에 이어서 일본과 소련과 미국에게 내어준 우리 한국인들, 우리 한국인들의 근본신조는 ‘나는 눈 앞의 이익만을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될 것이다. 이 땅의 피 지배계급의 인사들은 염세주의로 신음을 하고 있고, 이 땅의 지배계급의 인사들은 사대주의로 디룩디룩 살찐 돼지가 되어가고 있다. 고귀하고 위대한 것은 고귀하고 위대한 민족에게서 성취되고, 그것은 영원한 제국의 꿈으로써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오늘날의 미 제국주의를 혐오하면서도 동경하고 있다.
----반경환, [상승주의의 미학]({행복의 깊이 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