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를 관통하는 이상적 여성상 찾기
제 2 부 토론-중국 드라마<京華煙雲>을 중심으로
서현주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
KBS-TV<미나> <사랑이 꽃피는 교실> <송화> <사랑이 꽃피는 계절> <스타트> <첫사랑 선물> <보름달 산타> <내 손을 잡아요>SBS-TV <공룡선생> <질주> <그들이 만났을 때> 등 집필
임어당 원작의 대하드라마
중국의 유명한 문학가 임어당(林語堂1895~1976)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경화연운(京華煙雲)>은 총 44부작이다. 각색은 중국의 대표 작가이자 영화 드라마 예술 총감독이기도 한 양효웅(楊曉雄)· 양샤오숑 작가.
먼저 이 작품의 간략한 줄거리를 살펴보자.
1926년부터 1938년을 시대배경으로 그려진 베이징의 3대 가문에 대한이야기다. ‘증’씨 가문은 관료로 유교 철학을 신앙하고‘요’씨 가문은‘무위’를 신조로 삼고 명예와 이익을 등한시하였으며‘우’씨 가문은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관료였다.
<경화연운>의 양효웅 작가
자녀들의 혼인으로 이 세 가족은 사돈관계로 끈끈하게 묶인다. ‘증’씨 가문의 세 아들 중 한 아들은‘우’씨 가문의 딸을, 다른 아들은‘요’씨 가문의 장녀를 부인으로 맞게 되는데 그중 ‘요’씨 가문의 딸 요목란이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이다.
요목란은 사리 밝고 온순하며 자상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장점과 당시 중국 허난(河南)성 유적에서 발굴해낸 지 얼마 안 된 갑골문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박식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에 둔 남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문을 위하여 증 씨 가문의 셋째 아들(증손아)과 결혼하게 된다.
요목란의 남편이 된 증손아는 형의 병 때문에 액땜차원으로 마지못해 결혼을 했다. 당연히 요목란은 남편의 외면 속에서 힘든 결혼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타고난 고운성품과 지혜로움으로 고난을 이겨내며, 지위가 낮은 셋째 며느리에서점차 증씨 가문의 중추가 됨은 물론, 자신을 배신하고 불륜에 빠져있던 남편의 사랑까지도 얻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증씨와 요씨 두 가문을 격동의 시대 속에서 지켜내고, 일본군에 맞서서 수천만의 중국 사람들과 함께 항일전쟁 속으로 뛰어드는, 위대한 여성의 힘을 보여준다.
아시아 각국의 공통분모
<경화연운> 제1부 상영 후 발표자로 나선 양효웅 작가는, 아시아 드라마에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마음속의 완벽한 여성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경화연운>도 그렇고 <대장금>역시 그렇다. 비록 아시아 각국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낮지만 여성내면의 아름다움은 각 나라 극작가들이 추구하는 공통목표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아시아 각국에는 공통적으로 취할 소재가 많은데, 예를 들어‘서복 신화’와 같은 소재이다. 2000년 전 진나라 진시황의 명을 받아 2500명의 소년 소녀를 인솔하여 불로장생의 약을 얻으러 떠난‘서복’의 전설. 그 서복 신화는 제주도 용두암과 일본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런 소재들이 각국 동업자의 흥미를 끌었으면 좋겠고, 각국의 교류와 합작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국 토론자들의 질문응답에서 얻어낸 희망
먼저 한국의 토론자로 나선 김인영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거나 긴장될 때, 한편의 따뜻하고 가슴을 적셔주는 드라마를 보며 위안을 받았다고 말문을 연 뒤,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드라마의 소중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며 <경화연운>도 중국의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준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드라마가 사랑 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매력적인 캐릭터에 있나? 아니면 <허준>이나<대장금>처럼 극성이 강하고 영웅이 나오는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질문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사소한 일상을 들여다보고 외로움이나 개인의 치사한 부분, 개인의 욕심,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는 편이다. 중국에서도 개인의 사소한 문제에 시선을 맞추는 드라마가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효웅 작가는 <경화연운>은 시대극이지만 모든 방송의 50% 이상을 현대극이 장악하고 있으며 현재도 시청률 1~4위까지가 현대극이라고 말하며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는 스토리도 많다고 덧붙였다.
김인영 작가가“중국 대본을 봤더니 상황이나 행동에 대한 지문이 전혀 없는데, 이것은 작가의 취향인지 아니면 중국에서는 모든 것을 연출의 몫으로 넘기는지”를 질문하자, 중국에서는 대본을 쓸 때 동작을 나타내는 지문은 안 쓰고 대사만을 쓴다고 양효웅 작가는 밝혔다.
중국 작품 토론에 참가한 패널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일본작가 미나미카와 다이 조 작가는 <경화연운>에 관해서 논하는 것은 일본인으로 매우 미묘한 문제라고 운을 뗀 뒤, “중국의 역사 드라마에서는 시대적으로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드라마 속에서 느끼면서도 복잡하고 무거운, 그러나 흥미로운 심정으로<경화연운>을 봤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먼저 줄거리를 봤는데 여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이 다 부진여성의 삶으로 잘 관철돼 있었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학살당하는 장면도 나오고 여주인공이 항일운동에 참여하는 심각한 테마이다. 일본이 베이징을 점령했고 8개국에 대해서 전쟁을 선언했고 결국은 패배했다. 그러한 역사적인 격동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경화연운>인데, 양효웅 작가는 각색할 때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고 각색을 했는지 궁금하다”고했다.
즉, 한 여성의 삶에 초점을 둔건지, 아니면 역사적 맥락에 더 중점을 둔 건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양효웅 작가는 처음에는 한 여성의 꿋꿋한 삶에 초점을 맞춰 그렸지만 긴 시대에 걸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고, 역사적 사실을 담아내야했기에 뒤로 가면서 주인공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역할이나 이미지가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여자의 일생과 여성의 삶을 그리고자 했다며 즉, 한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어 미나미카와 타이조 작가는“역사극을 다룰 때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각국의 미묘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해서 다룬다면, 그를 바라보는 각국의 차이가 있을 텐데 이런 시각의 차이점을 어떻게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라고 덧 붙였다.
자신의 삶에 충실한 여성상
이어 토론자로 나선 베이징의 장동(張東) 작가는<경화연운>에 등장하는 각각의 유형을 대표로 하는‘만니’ ‘막수’‘목란’세 여성의 캐릭터에 대해 언급했다.
일본작가 구마가이 치즈가 질문하고 있다.
‘만니’는 남편이 중병에 걸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하고 남편이 죽은 후에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여성이다.
‘막수’는 젊은 여성을 대표로 하는 세대로서 단순한 열정과 자신의 삶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손아’를 좋아하면서도 결혼은 못 한다. ‘목란’은 여성에 대한 최고의 이미지를 다 쏟아 부은, 신여성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그런‘목란’이 가문을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희생하고 결혼 후 모든 짐을 짊어지고 남편의 외도까지 감내하며 고통 속에서 그 모든 것을 지혜롭게 헤쳐 나간다.
이렇게 세 여성모두가 남편을 선택할 권리는 없이 수동적으로 그려졌다.
여기서의 의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란이 왜 그렇게 훌륭한 여성으로 담아졌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수십년동안의 여성해방운동으로 남편선택이나 여성의 권리가 남성과 동등해졌고, 한국이나 대만, 홍콩 역시 여성이 많은 권리를 회복하고 있는데 현시대에 걸맞지 않은 여성상이라며, <경화연운>의 당시에는 이러한 지위를 가질 수 없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하면서, 여주인공을 통해 여성문제의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콩 작가도 여주인공이 가문을 생각해서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지금 여성으로는 생각할 수 없다며 여성의 소망과 행복을 조절해야하지 않았나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장동 작가는 중국의 경우 ‘여성의 3고’라고 해서 학력이 높고, 소득 많고, 나이가 많으면 시집을 가기 힘들다는 이런 관념이 아직도 자리 잡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한<대장금> 역시 완벽한 여성상을 그려냈는데, 이제 아시아 각국의 완벽한 여성상을 찾아 서로의 동질성을 발견함으로써 서로의 발전을 모색해봄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각국작가들은하나의공통점을발견하게되었다.
그것은 피부색이 같은 만큼 서로가 느끼는 정서도 비슷하다는 것. <대장금>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것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완벽한 여성상을 그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의 시청자들은 이 완벽한 여성상에 열광하고 감동한다. 동아시아를 관통할 수 있는, 이런 완벽한 여성상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