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족(蛇足)
뱀의 발을 그린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이다.
蛇 : 뱀 사(虫/5)
足 : 발 족(足/0)
이 성어는 원래 뱀의 발이란 뜻으로 필요없는 부분까지 그려넣는다는 말로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일을 덧붙여 하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이르는 말이다. 또는 이야기 끝에 뭔가 부족하고 미진한 사항을 덧붙일 때 쓰는 표현이기도 하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책사(策士)와 모사(謀士)의 문장(文章)들을 모아 만든 전국책(戰國策)에는 사족(蛇足)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의 어느 중신이 조상의 제사를 지내고 가신(家臣)들에게 위로 술을 큰 잔에 주면서 귀한 술이니 맛보라 했다.
그러자 가신 한사람이 말했다. “이 한잔으로는 많은 가신이 맛 보기도 부족하다. 한 사람이 혼자서 마시면 술 기분이 나겠으니 마당에 뱀을 그려서 먼저 그리는 사람이 혼자서 마시기로 하자”고 제안했다. 가신들 일동이 찬성하고 각자가 나무가지를 가지고 마당에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그림 솜씨가 좋아서 기어가는 뱀을 순식간에 그리고는 옆에 있는 술잔을 잡았다. 그리고 자기의 그림 솜씨가 빠르다는 것을 자랑하듯 말했다. “나는 뱀의 발까지도 그릴 시간이 있거던” 하고는 그림의 뱀 여기 저기에 발을 그렸다.
그러자 이 뱀의 발이 문제가 됐다. 옆에서 뱀을 그리던 다른 가신이 뱀의 발을 그리고 있는 가신의 술잔을 빼앗으며 말했다. “이 세상에 발이 있는 뱀은 없다. 그 그림은 뱀이 아니다. 뱀은 내가 먼저 그렸다”하고 술을 자기 혼자서 꿀걱꿀걱 맛있게 마셨다. 쓸데없이 불필요한 일을 한다는 이야기다.
사기(史記)에는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BC 323년, 초왕(楚王)이 재상인 소양(昭陽)에게 군사를 주고 위(魏)나라의 항복을 받으라 했다. 그런데 소양은 위(魏)나라를 항복받은 여세에 힘을 얻어 강국인 제(齊)나라를 치겠다고 계획에 나섰다.
제왕(齊王)이 자기 나라에 머물고 있는 유명한 책사 진진(陳軫)에게 상의하니 그가 직접 진중에 있는 소양을 찾아가 말했다. “재상은 발이 있는 뱀을 본 일이 있습니까? 발이 있는 뱀은 원래부터 없으니 물론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뱀을 그리고 그 뱀에 발을 그렸다가 맛있는 술을 빼앗긴 일이 귀국에 있었는데 쓸데없는 짓이며 세인의 웃음꺼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재상은 이번에 위(魏)나라를 치고 그 여세로 강국인 제(齊)나라를 치겠다니 뱀의 발을 그리고 세인의 웃음꺼리가 되지않고 자칫하면 삼족이 멸할지 모릅니다.”
소양은 어리둥절하며 그 까닭을 물었다. 진진(陳軫)이 이유를 밝혔다. "첫째, 초왕(楚王)은 제(齊)를 치라는 명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왕명 위반입니다. 둘째, 제(齊)는 강국입니다. 승리는 어렵습니다. 만일 패하면 그 책임은 당신의 목숨이 열개 있어도 부족합니다. 셋째, 당신은 현재 초(楚)나라의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万人之上)의 재상입니다. 제(齊)나라와 싸워서 요행이 이겼다 하더라도 승진할 벼슬이 없습니다. 더 출세할 길이 없는것은 뱀 그림에 발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러한 불필요한 일은 그만 두시오.” 소양은 “당신 말이 옳다”하고 군사를 철수했다.
무엇인가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다가 세인의 웃음꺼리가 되는데 이것이 사족(蛇足)이다. 뱀에게도 다리가 있지만 쓰이지 않아 퇴화되는 바람에 거의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뱀의 발을 가리키는 한자말인 사족(蛇足)을 쓸모없는 군더더기 정도로 알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하면 사족(蛇足)이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물건이나 사태같은 것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오해는 발생의 문맥(文脈)을 고려하지 않고 사전적 인상에 치우친 결과이다. 이렇게 보면 사족(蛇足)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의 존재가치에 대한 소극적 부정이 아니라 적극적 부정을 내포하고 있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사족(蛇足)이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이 아니라 있어서는 해가 되는 것을 뜻하는 고사성어임을 분명히 기억해 두라는 말이다. 즉 긁어 괜히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는 적극적 충고가 담겨 있는 말이다.
▶️ 蛇(긴뱀 사, 구불구불 갈 이)는 ❶형성문자로 虵(사, 이)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벌레 훼(虫; 뱀이 웅크린 모양, 벌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뱀을 뜻하는 글자 它(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它(사)를 더하여 벌레와 구분하였다. ❷상형문자로 蛇자는 '뱀'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蛇자는 虫(벌레 충)자와 它(다를 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蛇자에 쓰인 它자는 '다르다'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본래는 뱀을 그린 것이었다. 它자의 갑골문을 보면 몸을 세워 목 부분을 평평하게 펼친 뱀이이미지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它자가 '다르다'나 '딴 사람'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虫자를 더한 蛇자가 '뱀'을 뜻하게 되었다. 그러니 蛇자에 있는 虫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단지 긴 몸통을 가진 동물이라는 뜻만을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蛇(사, 이)는 ①긴 뱀 ②자벌레(자벌레나방의 애벌레) ③별의 이름 ⓐ구불구불 가다(이) ⓑ느긋하다, 자유롭다(이) ⓒ생각이 천박하다, 얕다(이) ⓓ구불구불 가는 모양(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뱀의 꼬리를 사미(蛇尾), 뱀의 허물을 사퇴(蛇退), 뱀의 독을 사독(蛇毒), 뱀의 뼈를 사골(蛇骨), 뱀의 눈을 사목(蛇目), 뱀의 몸이나 뱀과 같은 몸을 사신(蛇身), 간악하고 질투가 심한 마음을 사심(蛇心), 뱀의 몸이나 뱀의 몸 모양을 사체(蛇體), 뱀 껍질이나 뱀 가죽을 사피(蛇皮), 뱀의 모양을 사형(蛇形), 뱀처럼 구불구불 휘어서 기어가는 것과 같이 걸어 감을 사행(蛇行), 뱀이 지나간 것처럼 구불구불한 줄을 사선(蛇線), 뱀의 발을 그린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군일을 하다가 도리어 실패함을 이르는 말을 사족(蛇足), 이빨에 독액 분비선을 갖는 뱀의 총칭을 독사(毒蛇), 살무사를 섬사(蟾蛇), 구렁이를 오사(烏蛇), 바다 뱀을 해사(海蛇), 산무애 뱀을 화사(花蛇), 큰 뱀을 대사(大蛇), 흰 뱀을 백사(白蛇), 뱀의 몸에 사람의 머리를 한 모양을 이르는 말을 사신인수(蛇身人首), 뱀의 마음과 부처의 입이라는 뜻으로 속으로는 간악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착한 말을 꾸미는 일 또는 그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사심불구(蛇心佛口),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라는 뜻으로 시작은 좋았다가 갈수록 나빠짐의 비유 또는 처음 출발은 야단스러운데 끝장은 보잘것없이 흐지부지되는 것을 일컫는 말을 용두사미(龍頭蛇尾), 술잔 속의 뱀 그림자라는 뜻으로 자기 스스로 의혹된 마음이 생겨 고민하는 일 또는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의심을 품고 지나치게 근심을 함을 일컫는 말을 배중사영(杯中蛇影), 뱀을 그리고 발을 더한다는 뜻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쓸데 없는 일을 하여 도리어 실패함을 이르는 말을 화사첨족(畫蛇添足),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을 징계하여 갑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타초경사(打草驚蛇), 썩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양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장사진(長蛇陣), 상산의 뱀 같은 기세라는 뜻으로 선진과 후진 우익과 좌익이 서로 연락하고 공방하는 진형 또는 문장의 전후가 대응하여 처음과 끝이 일관됨을 일컫는 말을 상산사세(常山蛇勢), 북두칠성처럼 꺾여 구부러진 모양과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한 도로나 수류 등의 모양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두절사행(斗折蛇行), 어떤 때는 용이 되어 승천하고 어떤 때는 뱀이 되어 못 속에 숨는다는 뜻으로 태평한 시대에는 세상에 나와 일을 하고 난세에는 숨어살면서 재능을 나타내지 않고 그 시대에 잘 순응함을 이르는 말을 일룡일사(一龍一蛇), 식욕이 왕성한 큰 돼지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긴 뱀이라는 뜻으로 탐욕한 악인을 두고 이르는 말을 봉시장사(封豕長蛇), 범의 머리에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성하나 끝이 부진한 형상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두사미(虎頭蛇尾), 용과 뱀이 하늘로 날아오르다라는 뜻으로 살아 움직이듯 매우 활기찬 글씨를 이르는 말을 용사비등(龍蛇飛騰), 봄철의 지렁이와 가을 철의 뱀이라는 뜻으로 매우 치졸한 글씨를 두고 이르는 말을 춘인추사(春蚓秋蛇) 등에 쓰인다.
▶️ 足(발 족, 지나칠 주)은 ❶상형문자로 무릎에서 발끝까지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발을 뜻한다. 한자(漢字)의 부수(部首)로 되어 그 글자가 발에 관한 것임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足자는 ‘발’이나 ‘뿌리’, ‘만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足자는 止(발 지)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것이다. 그러나 足자에 쓰인 口자는 성(城)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止자가 더해진 足자는 성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실 足자는 正(바를 정)자와 같은 글자였다. 그러나 금문에서부터는 글자가 분리되면서 正자는 ‘바르다’나 ‘정복하다’를 뜻하게 되었고 足자는 단순히 ‘발’과 관련된 뜻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래서 足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발의 동작’이나 ‘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足(족, 주)은 소, 돼지, 양, 개 따위 짐승의 무릎 아랫 부분이, 식용(食用)으로 될 때의 일컬음으로 ①발 ②뿌리, 근본(根本) ③산기슭 ④그치다, 머무르다 ⑤가다, 달리다 ⑥넉넉하다, 충족(充足)하다 ⑦족하다, 분수를 지키다 ⑧물리다, 싫증나다 ⑨채우다, 충분(充分)하게 하다 ⑩만족(滿足)하게 여기다 ⑪이루다, 되게 하다 ⑫밟다, 디디다 그리고 ⓐ지나치다(주) ⓑ과도(過度)하다(주) ⓒ더하다, 보태다(주) ⓓ북(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을 돋우다(도드라지거나 높아지게 하다)(주) ⓔ배양(培養)하다(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두터울 후(厚), 짙을 농(濃), 도타울 돈(敦), 넉넉할 유(裕), 풍년 풍(豊), 발 지(趾), 남을 여(餘), 넉넉할 요(饒),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손 수(手)이다. 용례로는 죄인의 발에 채우는 쇠사슬을 족쇄(足鎖), 발자국으로 걸어오거나 지내 온 자취를 족적(足跡), 발바닥이 부르틈을 족견(足繭), 바쳐야 할 것을 죄다 바침을 족납(足納), 무덤 앞의 상석 밑에 받쳐 놓는 돌을 족석(足石), 발바닥을 때림 또는 그런 형벌을 족장(足杖), 발뒤꿈치로 땅을 눌러 구덩이를 만들고 씨를 심음을 족종(足種), 발을 이루고 있는 뼈를 족골(足骨), 발자국 소리를 족음(足音), 발가락으로 발 앞쪽의 갈라진 부분을 족지(足指), 발의 모양 발의 생김새를 족형(足形), 발로 밟아서 디딤 또는 걸어서 두루 다님을 족답(足踏),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마음에 모자람이 없어 흐뭇함을 만족(滿足), 일정한 분량에 차거나 채움을 충족(充足), 손과 발로 손발과 같이 마음대로 부리는 사람을 수족(手足), 기관이나 단체 따위가 첫 일을 시작함을 발족(發足), 아주 넉넉함으로 두루 퍼져서 조금도 모자람이 없음을 흡족(洽足), 매우 넉넉하여서 모자람이 없음을 풍족(豐足), 스스로 넉넉함을 느낌을 자족(自足),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충분히 갖추어 있음을 구족(具足), 보태서 넉넉하게 함을 보족(補足), 어떤 장소나 자리에 발을 들여 놓음을 측족(廁足), 아랫사람이 웃사람을 공경하는 일을 예족(禮足), 머리와 발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수족(首足), 발 가는 대로 걸음을 맡김을 신족(信足), 발을 잘못 디딤을 실족(失足), 발 벗고 뛰어도 따라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능력이나 재질 등의 차이가 두드러짐을 이르는 말을 족탈불급(足脫不及), 흡족하게 아주 넉넉함을 족차족의(足且足矣), 넉넉하여 모자람이 없든지 모자라든지 간에를 족부족간(足不足間), 발이 위에 있다는 뜻으로 사물이 거꾸로 된 것을 이르는 말을 족반거상(足反居上), 발이 땅을 밟지 않는다는 뜻으로 매우 급히 달아남을 이르는 말을 족불리지(足不履地), 자기 자신이나 또는 자기의 행위에 스스로 만족하는 일을 자기만족(自己滿足),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