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신 249/0922]‘우리말 속뜻 논어’와 ‘우리말 속뜻 금강경’
선물도 여러 가지이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책 선물’을 가장 좋아한다. 그것도 생각지도 않았는데 소포로 배달된 책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끔찍이 생각해주나’ 싶기도 하고, 그 배려와 성원의 마음이 눈물겹게 고맙다. 무엇보다, 그 누구에겐가 어디에 살든, 몇 년을 만나지 못했든, 결코‘잊혀지지 않고 있는’ 존재라는 것도 좋은 일이다. 달포 전 배달된 정세현의 『판문점의 협상가』책이 그것이고, 엊그제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전광진 교수가 보낸『우리말 속뜻 논어』와 『우리말 속뜻 금강경』이 그것이다. 지난 8월 40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정년퇴임에 맞춰, 그동안 성원해 주신 지인과 제자들에게 ‘사은답례謝恩答禮’를 겸하여 기획한 ‘졸작’이라는 겸사의 편지도 들어있었다. 졸작이라니?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다.
전 교수는 편지에서 퇴직 이후 각오도 밝혀놓았다. 그동안 강단에서 가르쳤던 문자학, 음운학, 훈고학, 언어학 같은 고리타분한 학문을 ‘소학小學’이라 치고, 이제부터는 경전經傳, 즉 ‘대학大學’을 공부하겠다고 했다. 그 첫 발걸음이자 첫 열매가 『금강경金剛經』과 『논어論語』이리라. 편지에는 “신종 疫神의 도움(?)으로 일체의 對面행사를 못하고 퇴임을 맞으니 허전하고 허탈하기 짝이 없다”는 재밌는 구절도 있었다. 왜 아니었겠는가?
천학비재淺學菲才한 내가 어찌 불경佛經이나 유경儒經의 한자락을 짐작할 수 있으랴만, 그 어려운 경전들의 속뜻을 ‘어리석은 중생’들을 어여삐 여기어 우리말로 친절하게 풀이해놓았다니, 이번에야말로 만사를 제치고 이 책으로 공부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아마도 백퍼(100%) 책꽂이에 장식품으로 놓여 있기 십상이리라. 하지만 전직前職 ‘홍보맨’으로서 저자와 책의 내용만큼은 백퍼 의심치 않으니, 책 홍보는 얼마든지 해도 되리라. 뜻이 있는 자, 반드시 한 권씩 사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라. 『논어』야 모두 알다시피 100번을 읽어도 더 읽어야 할 ‘인생독본人生讀本’. 고금동서古今東西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불멸의 고전古典 필독서가 아니던가. 불교사상의 핵심이라는 『금강경』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지만,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강해』와 어느 스님의 『금강경 한문사경』이라는 책이 책꽂이에 있는 걸 보면, 관심이 있긴 있었다.
아무튼, 두 책의 저자인 전광진 교수, 한마디로 뚝심으로 꽉 뭉친, 대단한, 한글사랑 이희승 선생처럼 유난히 단신短身인 한문·한글학자이다. 1955년생. 경상도 어느 상업고등학교를 나와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잘 나가던‘은행원생활 11년’을 마다하고 꿈을 찾아 유명 사립대 중문학과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다던가. ‘우리말의 70∼80%를 차지하는 한자어의 속뜻을 모르고서야 어찌 수학修學의 효율이 오르겠냐’'노벨상을 타려해도 한자를 알아야 한다'‘한자를 모르거나 안가르치면 절음발이 교육이다’는 일편단심 신조信條만으로 10년도 넘게 혼자서 만든 게 ‘우리말 속뜻 한자사전’. 그 작업이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웠을까?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지 않았을까? 초지일관初志一貫 사명감이 없었다면 결코 탄생되지 않았을 ‘속뜻 한자사전’, 이것이야말로 국가에서 세종대왕을 대신해 큰상을 줬어야 할 일이었다. 전교수는 더 나아가 ‘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을,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선생님 한자책‘ 등을 잇따라 펴냈다. 어느 출판사도 외면하는 현실에 아예 출판사까지 차려 만든, 이른바 ‘속뜻사전 시리즈’사전은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다.
기초한자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전교수, 한글사랑에도 남달리 애착과 애정이 크다. 중국의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처음 수출輸出시킨 ‘한글 세계화’의 주역 중 한 명이다. 한글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다. 우리말 속의 한자어 속뜻을 배우고 알자는 것이다. 그것이 공부 향상의 지름길인 것을.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포물선'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쓰거나, 알거나, 그 뜻을 정확히 말로 표현할 사람은 별로 없을 터. 하지만 한자 속뜻을 알면 너무나 쉽다. ‘던질 포抛, 물건 물物, 줄 선線’. 아하-, ‘어떤 물건을 던질 때 생기는 줄’이 포물선이구나. 그것이 그리 어려운 말인가? 국민들을 왜 ‘눈뜬 장님’으로 만드냐는 것이다. 그의 초지일관은 이제 어느 정도 한 획劃을 그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 그분은 대학大學 공부에 나서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 첫 열매가 『논어』와 『금강경』의 우리말 풀이일 것이다. 시작이 반이듯, 그분의 대학 공부의 열매가 ‘속뜻사전 시리즈’처럼 주렁주렁 맺히기를, 그럴려면 그분의 건강과 건필과 건승을 빌어드려야 할 일. 아니, 그보다 먼저 책을 너도나도 사드리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 흐흐. 본인이 공부하기 싫으면 자녀들에게 선물로 주시라. 성적향상의 지름길이라는데, 무엇을 망설인단 말인가. 더구나 피가 되고 살이 될진저! 웬일인가? 두 권의 책 교정인으로 내 이름이 당당히 써있다. 영광이다.
『전광진 교수가 풀어쓴 우리말 속뜻 금강경』
(230쪽, 2020.9.1. 속뜻사전교육출판사 발간. 1만5000원)
『전광진 교수가 드라마로 엮은 우리말 속뜻 논어』
(431쪽. 2020.9.1. 속뜻사전교육출판사 발간. 1만8000원)
첫댓글 초등학교 시절 어느날 국민교육헌장이 나오고
그리고 갑자기 한글 사랑운동이 시작되더니 하필 우리때부터 한문이 없어져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후로 한문을 읽으려면 옥편을 찾어서 어렵게 읽어야했고
나이들어서까지 한문은 어려운 적이 되었다 느즈막이 천자문을 떼느라 욕봤다.
그래도 친구마냥 많은 책은 못읽어도 십여년전 건강이 안좋을때 2년동안 300여권의 책을 읽은게 인생의 보약이랄까
많은 도움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