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빈집
- 박주영
저 혼자 저무네
저 혼자 동트네
혼자 밥 먹네
혼자 연속극 보네
혼자
웃네
우네
내 속의 빈집
빈 벽
혼자 묻네
대답하네
아, 혼자······
저 혼자 동트네
저 혼자 저무네
ㅡ출처 : 시집『꿈꾸는 적막』(문학세계사, 2024)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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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무대는 빈집이거나 혼자 사는 이를 가리키는 철저한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그 무엇이다
아마도 이런 시가 탄생한 것은 시집 제목에서도 그렇지만
'꿈꾸는 적막'으로 돌입하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지적이라 보인다
주체는 빈집이거나 혼자 사는 이다
이 주체들은 세상의 것들이 다 그렇지만
허물어진다는 것과 세월을 간과할 수 없다는 명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시간이 빠름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의 빠름에 애닯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간의 흐름에 모든 것이 낡아간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빈집이 되어 가는 세월을 애닯아 하고 있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애닯아 한다고 세상을 복원시킬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어
시대에 맞게 건강한 정신과 이해력에 맞서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살기 위한 연습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詩하늘 詩편지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