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튼 주인공(?)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거의 한 달을 카메라는 나를 쫒아다녔다. 물론 날짜만 한 달이지 사이사이 쉬는 날도 있었으니 실제 촬영 하는 날은 일주일 전후였다.
복지관에서, 집에서 시간을 불문하고 어떤 날은 새벽 5시부터 찍었다.
실제로 있는 상황들, 일부러 만들어내는 상황들(그렇다고 없는 것을 지어낸 것은 아니고, 있기는 한데 촬영 당시 못 띡는 부분은 설정), 가족과의 인터뷰, 닭살 멘트^^ 등
사회복지사로서의 활동들을 자세히 찍어갔다.
정말 나도, 주변 사람들도 고생 많이 했다. 방송 다시 안 나간다고(누가 찍어주기나 하겠는가?)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그래서 내가 그랬다 50분중 30분 이상 안나오면 ~~~~~~(그다음은 상상에)
근데 정확히 9분 나왔다.
그중 나는 7분 정도 나왔나?
장장 일주일을 꼬박 찍어서 9분인거다.
그 프로그램의 4분의 1이니 적은 범위는 아니다. 암튼 난 그때 방송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이 알았다.
피디와 스탭들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찍어서 편집하고,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고, 설득해야 하고, 범위를 지정해야 하고.....
어디 우리 일에 비길 것 있는가?
그러니 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은 없다 라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러니 힘들다고 죽는 소리도 못하겠고......
텔레비젼에 나오는 탤런트, 연예인들을 보면 참 편한 짓거리 한다 생각하는데
내가 직접 찍어보니 이건 중노동이 아닐 수 없다.
똑같은 행동을 수십번 해서 오케이 할 때까지라면 도대체 사극이나, 장편 드라마의 경우 배우들은, 스텝들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겠는가?
오늘 대조영을 보았다.
전쟁신을 찍는데, 찌르면 피가 나고, 빠르게 장면이 전개되는데, 그걸 감독은 일일이 설정을 했을 것이고
근데 엑스트라나 배우가 장면을 찍다가 실수하면 의상도 바꿔야 하고, 연결을 하기 위해 재설정도 해야 한다면 과연 60분 분량의 드라마를 일주일 사이에 찍는다는 것은 기적 그자체다.
수염을 붙이는 데 3시간 이상 걸리기도 하고, 의상은 20킬로를 넘는다는 말에 위대하다 느껴진다.
요즘은 사회복지 경영수업을 받느라 아주 괴롭다.
대기업 후계자도 아니고, 경영수업이라는 거창한 말을 쓰냐 하면 이건 완전 장난 아니다.
귀찮아서 넘어가도 되겠거니 했던 일들이 이제는 비수가 되어 꽂힌다.
사회복지실천기법과 지침에 의거하여
열심히 활동하려고 하는데
완전한 것을 100으로 보자면 40도 못하는 나를 본다.
물론 그것을 다 할 필요는 없다. 그건 엄연히 미국식 방법이니까.....
암튼
그렇다 하더라도
중간관리자로서, 중요한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그것을 배워나가는데 이렇게 힘이 들다.
토요일에도 부장님에게 무지 깨졌다.
팀원과 함께 깨졌다.
부장님 대노했다.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게 다 헛수고였다.
부장님의 평가도 그러했고, 나 또한 그러했다.
팀원 보기에 창피하고, 부끄럽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부장님 지적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다.
물론 핑계를 대자면야 끝이 없고, 핑계없는 무덤이 없듯 변호할 것도 많다.
생각보다 속이 좁다 나는.....
그래서 경솔한 행동도 많이 한다.
생각보다 욕심이 많다 나는
그래서 하나도 완벽하게 하는 것이 없다.
부장님 말로
설레설레 일은 잘 벌이는데 그게 장점이라는데
그걸 정리하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라는 거다.
공무원들과 일하면
맨날 욕먹을 스타일이고
독불장군에, 기준이라는 것도 없고 자기 기준에 서 생각하고
일이야 잘 할 지 모르지만
그 일을 보여지게 하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방송제작자라고 하면
드라마가 재미는 있기는 하지만 무지하게 많은 엔지가 실제 방송에서 보일 것이다.
시간을 단축하려고만 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며, 무계획에, 무기준이니
아무리 실천력이 뛰어나더라도
사회복지사로서는 함량미달인게다.
방송 제작자들
좋은 방송 보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것, 그래서 배우고 스텝이고 귀찮게 하는 것
완벽을 추구하고, 그래서 시청률 올리려 하는 것
그것은 직업의식이며, 프로정신이라 생각한다.
아침에 어머니와 오랜만에 텔레비젼을 보는데, 어머니가 우리는 한 시간동안 배우가 어떻네, 재미가 있네 없네 하지만 방송 제작자들은 재미가 있든 없든 장면 하나하나에 인위적인 표정, 대사, 행동들을 해야 하고, 한 다섯번만 반복하면 "에이 드러워서 안해'라고 대사 내 팽겨치고 가고싶을 법도 한데, 스므번도 더하는 사람들의 인내심을 보면서 존경스러우시단다.
그러면서 나를 비교하는데 왜 그리 초라한지.
나의 사회복지 실천은 결국 드라마를 만드는 작업에 비교하자면 정말 쉬운거다.
이제는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고, 수정하고, 이끌어가고
그것이 방송피디가 해야 할 일이라면
중간관리자로서 스텝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고, 수정하고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휴가다!
내 휴가야 가족한테 모조리 바치는 봉사성 휴가이지만
시간을 쪼개서 진정한 움직임을 보이는 공부를 해야 하겠다.
토요일에 망연자실을 했다.
많은 것이 바뀌고, 그 후폭풍이 대단할 것이다.
그건 아주 큰 NG여서
다시 설정을 해야 한다.
다시 해야지.
방송제작을 하는 사람들처럼......
근데 더더욱 위대해 보이는 건
찍어서 선택되지 않으면 그건 없어지는 프로그램이란다.
선택되지 않으면 결국 그 안의 모든 행위들은 무효다.
첫댓글 글읽으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듯..ㅋㅋ 제가 지금 이틀된 초짜 복지사인데...참... 저에게 힘을주는 글이에요~ 감사해요
선생님, 많은 여운을 주는 글이네요.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요즈음 다시 일어서게 하는 묘한 기운을 주는 글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